[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벤츠를 타고 온 모녀가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무료급식을 받으려한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무료급식소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하종 신부는 13일 페이스북에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이다.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신부는 “흰 색의 비싼 차(벤츠) 한 대가 성당에 왔다.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내렸다”며 “두 분은 태연하게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분들을 막아서고 ‘여기 오시면 안된다. 도시락이 모자란다’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아주머니는 ‘여기는 공짜 밥 주는 곳인데 왜 막느냐’며 오히려 저에게 짜증을 냈다”며 “저는 아주 화가 났다. ‘도시락은 노숙인분들을 위한 것이고, 아주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다른 분들이 먹지 못 한다’고 했지만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도시락을 받아가야겠다고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신부는 “이분들의 행동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고, 이분들의 말은 우리 친구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말”이라면서 “30년 전에 처음 한국에 와서 가장 좋다고 느낀 것은 ‘우리’라는 문화다. 그러나 요즘에는 ‘나’라는 문화가 커지면서 자신만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회가 돼가고 있고, 그것을 오늘의 일을 통해 목격했기 때문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또 김 신부는 “안나의 집이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식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면서 “이유는 바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이 가져가는 도시락 하나가 그분들에게는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의 글에 누리꾼들은 “정말 어이가 없다”, “비싼 차 타고 와서 밥을 달라니 개념이 없다”, “경찰을 부르고 싶은 심정”이라는 댓글을 달며 함께 공분했다. 안나의 집에 응원을 해주고 싶다면서 정기후원을 신청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인 김 신부는 IMF 위기 이후 노숙인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하고 기본적인 권리인 의식주를 해결해주기 위해 지난 1998년 7월부터 운영되고 있는 안나의 집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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