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확진자수 검색, 재난문자에 ‘화들짝’…우울한 시민들

종일 확진자수 검색, 재난문자에 ‘화들짝’…우울한 시민들

기사승인 2020-12-16 06:11:01
▲사진= 지난달 13일 서울 광화문역에서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1·여)씨의 업무용 노트북에는 항상 실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수 추이를 볼 수 있는 페이지가 띄워져있다. 생각이 날때마다 전날 동시간 대비 확진자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최씨는 “매일 아침을 신규 확진자수 숫자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면서 “재택근무 중인데다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코로나19 관련 뉴스를 더 찾아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쏟아지는 확진자와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시민들은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15일 신규 확진자수는 880명을 기록했다. 지역발생이 843명, 해외유입이 32명이다. 확진자가 발생한 지역을 보면 경기 274명, 서울 246명, 인천 55명 등 수도권이 575명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는 울산이 49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부산 40명, 충남 37명, 대전 32명, 충북 24명, 대구 18명, 경남 16명, 경북 15명, 강원·전북 각 13명, 제주 9명, 광주 5명, 세종·전남 각 1명이 이었다.

지난 13일 일일 신규확진자가 1030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전날 700명대로 급감했으나 이는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휴일 영향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드러났다.
▲사진=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박태현 기자

◇ 3차 유행은 1, 2차와 다르다…“매일 950~1200명 나올 수도”



방역당국의 전망은 비관적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을 통해 매일 확진자가 950~1200명 가까이 발생할 수 있는 최대의 위기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 본부장은 동절기를 맞으면서 본격화된 3차 유행은 앞서 1차와 2차 유행과는 양상이 다르다면서 10개월 이상 누적된 지역사회의 경증이나 무증상감염자들이 감염원으료 작용, 소규모 산발적인 감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확산세가 심상치 않자 거리두기 3단계 격상에 대해 부정적이던 정부도 “검토하겠다”면서 한발 물러났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1000명까지 돌파했던 확산세가 잠시 숨을 고르는 듯 보이지만 언제 다시 치솟을지 알 수 없는 매우 불안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수준인 3단계로의 격상 여부를 듣고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며 심사숙고를 거듭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코로나 라이브’ 사이트, 재난문자 캡처.

◇ 불안한데…손으로는 ‘확진자수’ ‘코로나’ 검색


문제는 불안하면서도 코로나19관련 정보를 계속해서 찾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코로나 관련 뉴스를 검색하고, 실시간으로 확진자 수를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코로나 라이브’를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다. 코로나 라이브 사이트는 최근 3개월 간 조회수 6200만회를 넘겼다. 방역당국에서 연일 외출, 모임 자제를 요청하며 집에서 모바일 기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긴급 재난 문자도 공포를 심화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이 행정안전부와 국민재난안전포털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월까지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송출한 재난문자는 3만4679건(중앙정부 654건·지자체 3만4025건)이었다. 일일 평균으로는 126건이었으며 지난 9월2일 781건으로 하루 기준 가장 많은 문자가 발송됐다.

대학생 정모(24)씨는 “요즘 지인들과 코로나19와 관련된 얘기밖에 나누지 않는다. 매일 날아오는 재난 문자에서 동네 확진자 수가 2자릿수가 넘어가면 덜컥 무서워진다”면서 “그나마 기분 전환할 수 있었던 여행조차 가지 못해 힘들다. 백신이 개발돼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옥스퍼드 사전을 발간하는 옥스퍼드 랭귀지(Ocford laguages)가 지난달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단어 중 하나는 ‘둠스크롤링(Doomscrolling)’이었다. 불행을 의미하는 ‘둠’과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화면을 움직이는 ‘스크롤링’을 합친 신조어다. 코로나19 관련 뉴스같은 우울한 소식들을 찾아보느라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모습을 표현한 말이다.
▲사진=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쿠키뉴스DB

◇ 코로나19 뉴스 많이 노출될수록 불안…“심리 방역 중요”


김성완 전남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지난 14일 발표한 전국 성인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뉴스에 많이 노출될수록 두려움, 불안이 증폭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학적으로 인간은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사건에 민감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나쁜 소식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지나치게 사로잡힐 경우에는 불안과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는 심리 방역 붕괴가 확진자 수 증가 못지않게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 본부장은 지난 9월 “우리는 이미 지난 2~3월 대구·경북에서, 5~7월 수도권에서 통제한 경험이 있다. 개인이나 한 집단의 노력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서로가 배려하고 의지해 왔다”며 “코로나19 극복에 마음을 모으고, 한 번 더 힘을 내서 이번 유행이 극복할 수 있기를, 유행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진체계와 심리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정 총리는 제3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우울 관리를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상시적으로 정신건강 자가진단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를 포함해 재난 심리 지원을 위한 ‘트라우마센터’를 전국 5개 권역별로 설치해 운영한다고 밝혔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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