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은 시즌 초반만 하더라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직전 열린 한국배구연맹(KOVO)컵대회에서 최우수 선수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세트 마다 기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장 감독 역시 러셀의 기복에 몇 차례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만큼은 달랐다.
카일 러셀은 1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 21득점(공격성공률 58.62%), 서브 에이스 3회를 기록하며 팀의 3대 0 '스윕승'을 이끌었다.
러셀은 1세트부터 8득점을 폭발하는 등 끝까지 팀의 에이스임을 증명했다. 특히 3세트 막바지 홀로 3득점을 쓸어담으면서 한국전력에 2연승을 안겼다.
경기가 끝난 뒤 장 감독은 “그저께 러셀의 아내가 왔다. 러셀과 같은 집에 있는데, 방은 따로 쓰면서 자가격리 중이다. 격리 지침을 준수하면서 생활하고 있다”고 러셀의 선전 이유를 밝혔다.
러셀 역시 “아내와 같은 상황에서 같은 시간대에,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게 심적으로 위안이 된다. 경기 중에도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잘 되는 것 같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아쉽게도 이유화 씨가 러셀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길지 않다. 러셀과 함께 한국에 왔다가 9월 잠시 떠났던 이 러셀의 아내는 약 3개월 만에 다시 한국에 왔다. 이번에 한국에 머무는 시간은 3주다. 하지만 자가격리로 인해 러셀이 아내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은 1주뿐이다.
러셀은 “그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좋은 시간을 보내녀 한다. 집에서 매일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고 있다”라며 “아내도 오늘 기분 좋아할 것 같다. 그동안 경기에서 안 좋은 모습이 나오면 나를 코칭해줬다. 오늘은 기분 좋게 이겼으니 와이프 기분도 좋을 것”이라고 해맑게 웃음을 지었다. 러셀의 아내는 대학 때 까지 배구선수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와 시간을 가지기 위해) 집에 빨리 가려고 경기를 일찍 끝냈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러셀은 “그렇다. 물론 3대 0 승리는 항상 기분이 좋다. 최근 5세트까지 간 경기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그게 동기부여가 돼서 일찍 끝낼 수 있었다”고 웃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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