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영수 기자 = 2020년 호흡기 감염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감염질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요즘,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게 느껴지는 호흡기 감염질환이 있다. 바로 ‘백일해’다.
초기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진단이 쉽지 않지만, ‘100일 기침’으로 불릴 정도로 심한 기침을 동반하고 인플루엔자보다 전파력이 높아, 주의가 필요한 호흡기 감염질환, ‘백일해’에 대한 모든 것을 살펴봤다.
WHO는 전세계적으로 약 1600만 명의 백일해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보고 된 환자는 단 1%(14만8095명)에 불과하다. 99%의 간극은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원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백일해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꼽는다. 청소년과 성인은 백일해에 걸렸더라도 증상이 비특이적이므로 진단되지 않거나, 백일해를 영유아 질환으로 인식해 놓치는 사례 등으로 인해 실제 백일해 환자 수치가 축소되어 보이는 것이다.
◇백일해 발생시,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2020년 전세계 최대 이슈 중 하나인 코로나19는 국내 1급 법정감염병이다. 질병관리청은 질병의 심각도와 전파력, 격리수준, 신고시기 등을 고려해 법정감염병을 1급~4급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는데, 확진자 및 밀접접촉자, 의심증상자가 지켜야할 별도의 지침이 마련돼 있다.
신종 감염병으로 아직 전파력이라 감염경로 등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코로나 역시 1급 감염병으로 분류돼 발생 즉시 신고 및 높은 수준의 격리를 받게 된다. 백일해 역시 상대적으로 3급, 4급에 비해 심각도와 전파력이 높은 제2급 법정감염병으로 감염 24시간 이내 신고하고, 환자는 별도의 격리를 받게 된다.
백일해 환자는 발병 후 약 4주 동안 기침과 재채기로 대량의 백일해균을 비말을 통해 확산시킨다. 이에 치료를 받지 않은 백일해 환자의 경우 기침이 멈출 때까지 최소 3주 이상 격리가 필요하며 항생제 치료를 한 경우에도 치료 5일까지 격리해야 한다.
밀접접촉자의 경우 연령, 예방 접종력, 증상 발현 유무와 관계없이 감염원의 기침 시작 후 3주 내에 항생제 투여가 필요하다. 총 4회 DTP 접종을 완료하지 않았거나 최근 3년 이내 접종 받지 않은 7세 미만 아동은 환자와 접촉 후 가능하면 빨리 예방접종을 시행 및 항생제를 투여한다. 더불어 예방접종을 하지 않은 접촉자는 항생제 복용기간 중 초기 5일간은 투여가 끝날 때까지 다중 이용시설 등에 방문이 제한된다.
◇백일해로 인한 개인적 사회적 소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사태로 밝혀졌듯, 감염병 환자로 분류되어 격리돼 치료받거나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 된다는 것은 생과 사의 여부를 떠나 심리적인 면에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불어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며 백일해에 취약한 고령층에서의 사회적 비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에서 향후 30년간 주요 감염병이 50세 이상 미국인에게 미칠 수 있는 비용을 예측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백일해로 인한 누적 진료비는 총 10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 이 중 노동력 상실 측면만을 고려 시 약 80억 달러의 질병 부담금이 발생되며 70% 이상은 사망을 제외한 기타 일상생활에서의 질병부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백일해의 경우, 타 질환 대비 사망에 이루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오랜 기간 투병 시 사회, 개인 모두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이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백일해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 Tdap 백신 접종하세요!
이에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해 공식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감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개인적 상실감 등을 고려할 때 가장 좋은 것은 사전 예방을 통해 감염병 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 감염병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백신 접종으로, 다행히 백일해은 DTP, Tdap 등의 예방 백신이 개발되어 있다. 이 중 성인 백일해 백신으로 알려진 Tdap은 백일해 외에도 파상풍, 디프테리아 등 총 3가지 질병을 예방하는 혼합백신(combination vaccine)이다.
백일해, 파상풍, 디프테리아 모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질병이지만, 다행히 백신이 개발돼 발병 건수 및 사망자는 백신이 보급되지 않았던 1950년 이전 대비 확연히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2~3년 간격으로 백일해의 돌발유행(cyclic outbreaks)이 반복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요즘 백일해 예방접종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CDC는 작년 11월 백일해 예방접종은 폐렴 발생 위험을 감소시킨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초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대표보건기구에서는 고령자 및 만성질환자, 장기요양시설 입소자 및 직원 등에 접종을 적극적으로 권고한바 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코로나 19의 유행기간이더라도 어린이, 고령층에서의 예방접종을 지속적으로 독려 중에 있다.
하지만, 질환의 심각성과 예방접종의 중요성에 비해 국내 성인에서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은 영유아에 비해 낮은 편이며, 특히 Tdap과 같이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지 않은 성인 백신을 해외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더욱 극명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0년 9월말 기준, 국가예방접종현황에 따르면 만 3세까지에서 예방접종률은 일본뇌염 3차 접종을 제외하고 작년 동기간 대비 소폭 증가한 반면, 만 4세~6세와 만65세에서 예방접종률은 일제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 65세 이상에서 국가예방접종에 포함되는 폐렴구균 백신(PPSV 무료백신)의 접종률은 지난해 동기간 대비 17.8% 감소해 성인에서의 예방접종에 대한 관심이 영유아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또한, 질병관리청이 조사한 2013년 전국 예방접종률 자료에 따르면, 2008~2011년 미국 성인의 Td/Tdap 예방접종률은 연령군에 따라 약 50~60%로 나타났으나,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성인의 Td/Tdap 예방접종률은 7.3%로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성모병원 감염내과 최정현 교수는 “백일해는 예방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다. 성인에서 감염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예방접종에 대한 무관심이 중요한 원인일 수 있다”며 “아직 접종하지 않은 경우 독감 예방접종 시 함께 접종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본인에게 필요한 백신을 적극적으로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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