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의료현장] '덕분에 챌린지'부터 '의사국시'갈등까지

[2020 의료현장] '덕분에 챌린지'부터 '의사국시'갈등까지

덕분에 챌린지에 웃고, 총파업에 울고 ...코로나19 대유행서 현장지킨 의료인들

기사승인 2020-12-30 03:45:02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 2020 한 해는 의료현장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부터 촉발한 다양한 사건사고가 잇따랐다. 덕분에 챌린지를 통해 코로나19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 대한 감사 표현이 줄잇는가 하면, 총파업에 들어간 의료계에 대한 비판세계가 이어지기는 등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현장에서 울고 웃었던 올해의 의료계 이슈를 정리해봤다.
 
◇"지금 대구 병동으로 와주십시오"...전국 울린 눈물의 호소문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주십시오."

이성구 대구광역시의사회장이 지난 2월 대구에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동료 의사들에게 보낸 호소문이다. 당시 대구에서는 31번 환자에 시작된 코로나19가 신천지 교회로 확산하면서 대유행 상황에 직면했었다.

이 회장은 호소문에서 "대구는 유사 이래 엄청난 의료재난 사태를 맞고 있다"면서 "코로나19 감염자의 숫자가 1000명에 육박하고, 대구에서만 매일 100여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의 사랑하는 부모, 형제 자녀들은 공포에 휩싸였고 경제는 마비되고 도심은 점점 텅 빈 유령도시가 되어가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 생명을 존중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선후배 형제로서 우리를 믿고 의지하는 사랑하는 시민들을 위해 소명을 다하자. 응급실이건, 격리병원이건 각자 자기 전선에서 불퇴전의 용기로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싸우자"면서 "일과를 마치신 의사 동료 여러분들도 선별진료소로, 격리병동으로 달려와 달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호소했다.

이 회장의 간절한 호소에 전국 의료진이 움직였다. 호소문이 보내진 지 하루만에 250여명의 의사가 자원하는 등 많은 의료진이 봉사에 나선 결과. 그 대구는 1차 대유행을 극복할 수 있었다. 

▲울산대병원 선별진료소 앞으로 시민들이 보내온 응원 물품들.
◇"의료진 덕분에"...병원에 쌓인 응원의 손길

코로나19에 맞서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병원 현장을 훈훈하게 만들기도 했다. 덕분에 챌린지는 지난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작한 국민참여형 의료진 응원 캠페인이다. '존경'과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뒤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전국 병원장과 각계 관계자들이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전국 각지에 의료진을 향한 감사의 마음이 전달됐다. 병원 현장에도 훈훈한 온정이 쏟아졌다.

코로나19 대응에 힘쓰는 의료진 앞으로 손편지와 간식을 전달하는가 하면, 한때 마스크 부족 사태로 어려움을 겪던 의료진들에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방역물품을 기부하는 행렬도 이어졌다.

'마스크, 손씻기, 거리두기 열심히 할게요 힘내세요', '우리 모두의 영웅입니다' 등 국민들의 감사와 응원이 의료진들에게 힘이 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4월 '덕분에 캠페인' 확산에 대해 "의료계가 지금까지 이런 응원과 격려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며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의료진들이 지난 3개월 몹시 지치고 힘들게 버텨왔지만, 이러한 캠페인을 통해 이어지는 각계각층 국민의 온정과 응원 덕으로 다시금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후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의료계와 배치되는 정책이 추진되자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덕분에 챌린지를 비꼰 '덕분이라며 챌린지'가 실시되기도 했다.

▲지난 8월 전공의 총파업 당시 서울 여의도공원의 모습.
◇'의사 4000명 확대안'...의료계 파업으로

"4000명 의대정원 날치기 통과 멈춰라." 

지난 8월 7일 서울 여의도공원에 전국 전공의 수천 명이 모였다. 전국 1만6000명의 전공의 중 70~80%이 이날 집단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진다. 의대 정원 4000명을 확충,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 정책에 반발해서다.

앞서 정부는 국내 의사 수 부족문제 해결을 위해 2022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10년 동안 매년 최대 400명씩 늘리고 이 중 300명은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방안을 담은 '의대정원확대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공개했지만 이같은 의료계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의료계의 반대 논리는 정부의 의사 증원 정책으로 인한 무분별한 의대 허가 등이 의료의 질 저하와 공정성을 저해하고, 지역의사 불균형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같은 달 대한의사협회는 24일과 26일부터 3일간 전국의사총파업에 도입했고, 전공의들도 무기한 파업에 가세하면서 대규모 투쟁으로 번졌다. 수련병원에서는 파업에 나선 전공의를 대신해 교수들이 밤샘 근무를 불사했지만 의료 공백으로 환자가 치료를 못 받거나 사망하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상처도 남겼다. 

결국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부담을 느낀 정부와 여당, 의료계가 9월 4일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 서울 자양동 한국보건의료원국가시험원 실기시험장

◇의대 파업이 남긴 문제...내년 신규의사 배출은 어떡하나 

의대증원, 공공의대 정책 추진으로 촉발한 의료계 파업이 남긴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의 의사국가고시(의사 국시) 응시에 대한 문제는 한 해가 지나는 현재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파업 당시 본과 4학년 학생들은 의사 국시 실기시험 응시를 거부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었다. 9월 7일 의료계와 정부, 여당의 합의로 의사파업은 일단락됐지만 본과 4학년 학생들의 국시 응시 거부 사태는 해결되지 않은 채 갈등을 지속했다. 

문제는 전체 응시자 3172명 중 2600여명이 국시 실기시험에 응시하지 않으면서내년도 신규의사 배출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의료인력부족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규의사 배출까지 막히면서 내년도 의료현장의 여파도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원칙의 문제'라며 이들 의사들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3차 대유행으로 상황이 급변하자 입장을 바꿨다. 3차 대유행이 촉발하자 다수 의대생들이 코로나19 진료현장에 나서는 등 이해관계를 떠난 헌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달 20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숙련된 의료진 부족 문제를 언급하며 의대생 국시 재시험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보건복지부도 같은 날 정례브리핑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지속할 가능성이 크고 내년 의료인력 공백이 또 하나의 다른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내년 1~3월 내에 의사국시 실기시험을 완료하면 5월쯤 무리없이 신규의사를 수련병원에 배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정부가 의지가 있다면 빠르게 의사 국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조속히 계획을 짜야 한다"고 피력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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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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