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무단투기와 형량 같은 스토킹, 앞으론 달라질까

쓰레기 무단투기와 형량 같은 스토킹, 앞으론 달라질까

기사승인 2020-12-31 06:36:01
▲사진= 연합뉴스 제공
[쿠키뉴스] 정진용 기자 = 스토킹 행위를 범죄로 명확히 규정하고 가해자를 최대 징역 5년까지 처할 수 있게 하는 스토킹 처벌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스토킹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피해자 지원방안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무부는 2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연내 국회 제출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토킹 처벌법 제정안은 스토킹 범죄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기타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을 통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로 정의했다.

처벌 규정에 따르면 스토킹 범죄를 범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만약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가중된다. 또 스토킹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관의 현장 응급조치, 접근금지조치 보호 절차와 함께 가해자가 이를 어긴 경우 형사처벌하는 벌칙 조항도 도입됐다.

스토킹 범죄 처벌 건수는 지난해 58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범죄 처벌법으로 스토킹을 처벌하기 시작한 지난 2013년 312건에서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벌금 8~1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쓰레기 무단 투기 처벌 수준과 같다. 또한 피해자가 신체나 재산에 대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기 전까지는 처벌 대상도 아니고 법원의 접근금지명령도 받을 수 없었다. 

스토킹 처벌법은 지난 1999년을 시작으로 이후에도 수차례 발의됐지만 20여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스토킹의 정의와 수사권을 두고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계에서는 스토킹 처벌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면서도 법안에 미흡한 점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토킹 범죄를 지나치게 좁게 한정해 여기에 속하지 않는 행위는 처벌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부분은 반의사불벌죄로 읽힐 수 있고, 이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주로 친밀한 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사이라는 스토킹 범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조치가 빠졌다는 점도 지적됐다. 사단법인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22일 논평을 내 “피해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 금지, 피해자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피해자가 직접 청구 가능한 피해자 보호 명령, 피해자에 대한 변호사 선임 특례 같은 규정을 추가해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실질화해야 한다는 피해자 지원단체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토킹은 피해자의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죽음’이라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중한 범죄다. 스토커에 대한 처벌과 별개로 스토킹 피해를 당한 피해자 보호법도 별개로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피해자가 안전하게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정신적 치료, 생계지원 방안을 담은 추가적 입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처벌이 아무리 강화돼도 스토킹을 처벌하고자 하는 수사기관의 의지가 없다면 무용지물”면서 “스토커가 접근금지 등 준수명령을 위반했을 때 구속영장이나 긴급체포가 바로 가능하도록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법원에서도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명확히 인지하고 벌금형을 내리는 데 그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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