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가 속여 판 의료기기 쓴 병원 ‘억울’…“한통속 취급”

업체가 속여 판 의료기기 쓴 병원 ‘억울’…“한통속 취급”

벨라젤 사태로 피해 발생했지만 보상 대상 아냐

기사승인 2021-01-05 04:30:02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가 사용된 가슴보형물로 수술한 병원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직접적인 피해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부 성형외과의원들이 지난해 11월 발생한 한스바이오메드사(社)의 ‘벨라젤(실리콘겔인공유방)’ 사태로 인해 한바탕 곤혹을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사태 발생 후 피해보상안 마련이 늦어지자 의료기관도 업체와 ‘한통속’인 것 아니냐는 환자 민원이 빗발쳤던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환자들은 의료기기 업체가 아니라 병원을 믿고 수술을 받았다고 제기하는데 우리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내용을 보고 제품을 받는 것”이라며 “특히 벨라젤은 국산이고 안전하다고 홍보된 제품이라 (희귀암 발병이 우려된) 엘러간 사태 이후 많이 사용돼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도 제조사가 아니니 업체에서 준 제품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병원도 똑같은 곳이라고 성형외과 욕을 하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일부 의원들은 환자 불안감 해소 및 의료기관 이미지 회복 차원에서 피해보상안 마련 전 검진, 상담, 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의료기기 업체가 피해보상안을 마련했지만 의료기관에 대한 보상 방안은 빠져 있는 상황이다. 현행 의료기기법에 부작용 발생에 따른 제조사의 책임과 보상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식약처는 직접적 피해자인 환자에 대해서만 업체를 통해 보상체계를 마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기기 부작용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당사자는 환자이다. 의료기관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한 것”이라며 “때문에 식약처가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환자 상담, 통보, 보상 프로그램 외 추가 검진 등에 대한 보상까지 업체에 요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엘러간이나 한스바이오메드의 경우에도 검진비, 치료비 등과 같이 산정 가능한 환자보상체계는 업체를 통해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보상안에도 의료기관에 대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식약처는 제조사의 책임과 보상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의료기기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제도에도 의료기관 보상 관련 사항이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의료기기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는 환자에게 발생한 피해 배상책임을 위해 업체가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의료기관 보상에 관한 사항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형외과 업계는 업체 잘못으로 과도한 업무 부담에 시달린 의료기관에도 피해보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병원 이미지 회복을 위해서도 의료기관 피해보상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승범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벨라젤을 일차적으로 구매한 1차 소비자는 의료기관”이라며 “사태 발생 당시 병원들은 민원에 대응하고 서류 작업하고 진료하면서 인력적‧시간적 손실을 겪었는데, 의료기기로 인한 피해를 환자들에게만 보장한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원칙적으로 피해 발생에 따른 복구 조치, 그에 따라 소요된 시간들에 대해서는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제조사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 이사는 “환자들은 의사들이 피해보상을 받지 못하고, 제조사를 상대로 보상 청구도 하지 않으니 한패니까 그런 것 아니냐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개별병원이 감당하기엔 법적절차를 밟고 진행하는 게 부담되기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며 “의사회 차원에서 대응을 나서려고 해도 각 의료기관마다 피해 정도가 달라서 한계가 있다. 차라리 제조사가 책임을 지거나 통일된 체계가 마련되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스바이오메드는 지난 2015년 12월부터 허가사항과 다른 원료를 사용해 부적합한 인공유방을 생산하고 약 7만여개를 의료기관에 공급했으며, 이 사실을 확인한 식약처는 해당 제품에 대해 판매중지 및 회수 조치를 내리고 이식환자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도록 회사에 명령했다. 업체는 사태 발생 2주 후인 11월 27일 보상안을 발표했다. 앞서 발생한 엘러간 사태는 미국 엘러간사(社)의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을 이식받은 뒤 ‘유방보형물 역관 역형성 다세포 림프종(BIA-ALCL: Breast Implant Associated-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이 생긴 환자가 보고되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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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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