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아동학대 대응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가해자 강력 처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그동안 정부가 여러 차례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지만 정인이 사건 같은 충격적인 아동학대 범죄가 근절되고 있지 않다”면서 “아동학대 가해자를 강력 처벌하기 위해 양형 기준 상향을 법원에 요청하고 입양 절차 전반에 걸쳐 공적 책임을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부랴부랴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이 잇달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동학대 형량을 2배로 높이는 동시에 가해자 신상 공개 추진을 약속했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동학대, 음주운전, 산업재해 사망에 대해서는 ‘국민 생명 무관용 3법’을 입법할 것”이라며 “정인양의 가엾은 죽음을 막기 위해서라도 아동 학대 형량을 2배 높이고 학대자 신상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 외에 다른 의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아동학대 범죄 징역 하한선을 무기징역, 징역 10~15년 이상까지 높이는 법안을 내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가해자 처벌 강화보다는 아동학대를 실질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특히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 등이 아동학대 조사에 있어 아동이 아닌 학대 행위자 입장·진술에 의존하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인양의 입양을 담당한 홀트아동복지회(이하 홀트)에는 지난 6월과 9월 정인양 쇄골 골절 사실과 체중이 크게 줄어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들어왔다.홀트 측은 가정을 방문해 정인양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대신, 전화로 문의하는 것에 그쳤다. 학대 가해자로 의심되는 양부와 통화한 뒤 “아동이 이전의 상태를 회복하여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아동학대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비슷한 사례는 지난해 발생한 ‘인천 라면 형제’ 사건에서도 먼저 있었다. 현행법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의 학대 아동에 대한 사후관리를 명시하고 있다. 라면 형제 사건에서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전화로 2번 확인하고 형제의 집을 직접 방문하는 것은 한 차례에 그치는 등 모니터링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경찰 역시 마찬가지였다.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은 세 차례 정인양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받고도 “수면 교육을 위해 아이를 차에 뒀다” “아이에게 안마하는 과정에서 멍이 생겼다” 는 양부모의 진술만 믿고 내사 종결했다.
시민단체 세이브더칠드런은 전날 성명서를 내 “분노가 가해자 처벌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닌 아동의 위험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조사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정인이 사건의 경우에도 자신의 피해를 증언할 수 없는 아이를 두고 아동학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할 어른들은 학대 행위가 의심되는 부모의 입장만을 지나치게 고려하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학대에 대한 적극적인 공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친권 제재 조치 등 학대 행위자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 가정 내 처벌을 금지하는 민법 징계권 조항의 조속한 삭제도 요구했다.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가해자 처벌은 아동학대의 근본적 해결책 아니”라면서 “경찰 내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전문적인 교육을 통한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 대표는 “아동학대 관련 매뉴얼도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보건복지부 입양 실무 매뉴얼을 보면 입양기관은 방문뿐 아니라 전화통화도 ‘관리’로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전화통화 부분을 삭제하고 (아동의 상황을) 반드시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지원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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