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고구말] 코스피3000 돌파에...기세등등한 與, 견제하는 野 

[여의도 고구말] 코스피3000 돌파에...기세등등한 與, 견제하는 野 

기사승인 2021-01-12 05:00:14
‘여의도 고구말’은 국회가 있는 여의도와 고구마, 말의 합성어로 답답한 현실 정치를 풀어보려는 코너입니다. 이를 통해 정치인들이 매일 내뱉는 말을 여과없이 소개하고 발언 속에 담긴 의미를 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사진=박태현 기자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지난 6일 코스피가 국내 증시 개장 65년 만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경기 회복세로 경기 순환주 중심으로 상승 폭이 확대된 데다 이른바 ‘동학개미’들인 개인투자자들의 ‘주식열풍’으로 코스피 지수 상승이 이어졌다. 

野, “주가 3000, 자다가 봉창 두드리나”

‘코스피 3000’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 등 야권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머쓱’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을 전하자 야권에서는 ‘봉창 두드리는 소리’, ‘정신승리’ 등 가능성이 없다는 취지의 비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전망은 불과 20일여만에 현실이 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수출이 무엇보다 빠른 경제 회복을 주도하고 있고 주가 상승세도 경제의 희망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라며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주가 3000시대’ 개막에 대한 희망적인 전망까지 나온다”고 평가했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국내 증시를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맹비난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의 발언 다음날(12월15일) 주 원내대표는 “도대체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는지 이런 말씀자료를 써주고 확인 없이 읽는지 걱정이 태산같다”며 “국민은 대통령이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한다’고 느낄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 잠룡인 유승민 전 의원도 ‘정신승리’라며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유 전 의원은 “누가 저 원고를 써주는지 궁금하고 심히 걱정된다”며 “지금의 주가상승은 ‘시중에 풀린 돈이 풀려서 올라간 머니게임’의 측면이 크다”고 경고했다.

희망론·회의론 분분하지만… 대책 마련에는 ‘공감’

코스피 지수가 '꿈의 지수'라고 불리는 3000선을 돌파한 이후 여야는 각기 다른 반응을 내놨다. 여권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봉창’ 발언에 대한 반박을, 야권은 ‘거품 증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코스피 3000선 돌파를 부정적으로 언급, 동학개미들의 성실한 투자활동을 ‘비정상적인 주가상승’으로 곡해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윤건영 의원도 “‘자다가 봉창두드리는 소리’라고 한 주 원내대표님, 이제 뭐라고 하시겠냐”라고 직격했다.

야권에선 ‘거품 주가’에 대한 회의론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혜훈 전 의원은 “샴페인 터뜨릴 때가 아니다”며 “실물에 비해 지나치게 부풀려진 거품 주가임은 전문가들의 실증분석 결과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실물 경제와의 괴리가 높아지는 만큼 추후 주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게 될 경우 오히려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일침했다.

다만 여야 모두 코스피 상승에 따른 경제 대책 마련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에 코스피 3000에 대한 정치권의 ‘정쟁’이 아닌 진정성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김병욱 의원은 “내 자본시장이 코스피 3000을 넘어 4000, 5000을 향해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면밀히 분석하고 치밀하게 법을 만들겠다”며 “전문가가 설계한 주식 상품으로 투자 위험을 낮추고 건전한 장기 투자가 활성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혜훈 전 의원도 “이혜훈 실물경제가 좋아서 주가가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그만 외부 충격에도 거품이 꺼져 폭락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대비해야 한다”고 했고 원 지사도 “실물경제를 튼튼하게 정비해야 할 때”라고 짚었다.

▲ 지난 2007년 12월 14일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우증권을 방문해 임기 내 코스피 지수 5000 달성을 약속했다. 사진=쿠키뉴스 DB

“임기 중 코스피 3000시대 열 것”

이 가운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가 3000 시대 개막’ 공약이 재소환 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 코스피 지수(당시 1900선)를 임기 내 5000p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난 2012년 대선후보시절 임기 내 3000p 달성을 자신한 바 있다.

그러나 두 전직 대통령의 ‘꿈의 공약’은 구체적인 주가지수 목표치를 제시한 적이 없는 문 대통령이 이루게 됐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900선까지 코스피 지수가 추락한 뒤 임기 말 간신히 2000선을 도달했으며(코스피 등락률 19.69%) 박 전 대통령도 2000 초반선을 기록(등락률 3.91%)하며 임기를 마쳤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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