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오락가락 방역대책’에 성난 자영업자들 “장난치나”

대구시 ‘오락가락 방역대책’에 성난 자영업자들 “장난치나”

대구시 음식점 등 밤 11시까지 영업 허용 하루 만에 철회
“협의 없었다”는 정부에 “지자체장 조정 가능하다더니” 책임 공방
기대했던 자영업자들 “희망 가졌는데 분통 터지고 허탈”

기사승인 2021-01-18 11:00:55
▲ 대구시가 음식점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로 연장키로 했다가 논란이 거세지자 곧바로 철회했다. 대구시 제공
[대구=쿠키뉴스] 최태욱 기자 = 대구시 독자적으로 음식점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11시까지로 연장키로 했다가 중앙 방역 당국의 불가 방침에 따라 곧바로 철회했다.

대구시가 하루 만에 말을 바꾸자 생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거센 비난과 함께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는 지난 16일 오전 총괄방역대책단 회의를 열고 노래연습장과 음식점, 실내 스탠딩공연장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을 정부안인 오후 9시보다 2시간 늘려 밤 11시까지 허용하는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했다. 

전국적으로 특별방역 대책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지역 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잘 지키고 있다는 것이 명분이다.

경주시도 같은 날 오후 대구시에 이어 “밤 11시까지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구시의 영업시간 제한 완화 방침은 전국적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오후 9시 이후에는 대구·경주시 등 영업을 허용하는 지역으로 몰려드는 풍선 효과가 발생해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자체별로 방역 조치 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대구·경주시의 조치 관련 질문에 “사전 협의 없는 조치였다”며 “중대본 회의에서 상당히 많은 지자체가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고 정부의 제재가 이어지자 대구시는 하루 만에 “오후 9시까지만 영업을 허용한다”고 말을 바꿨다.

시는 17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중수본에서 각 지자체가 거리두기 단계의 핵심 수칙을 조정하는 경우, 지역·업종 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3차 유행의 재확산 위험성도 커지는 문제가 있어, 유흥시설 5종 등 핵심 방역 조치는 각 지자체에서 조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통보해 왔다”며 “대구시도 방역대책을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안대로 행정명령을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안보다 2시간 연장된 영업시간 확대 소식을 반겼던 자영업자들은 정부와 대구시의 ‘오락가락 엇박자 방역대책’을 허탈함을 감추지 못한 채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대구 중구 대봉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6)씨는 “그동안 문을 닫고 있다가 대구시의 영업시간 연장 소식에 그나마 희망을 갖고 재료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하루 만에 철회한다니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기가 막힌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방침에 따라 생사가 오가는 자영업자들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라이브 카페 대표 배모(48)씨는 “대구시의 오락가락하는 행정을 보니 분통이 터진다.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중앙 방역 당국과 사전 협의도 없었고 타 지자체의 반발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이 힘든 시기를 2주간 더 견뎌야 된다는 생각에 허탈한 마음뿐”이라고 했다.  

주부 장모(47)씨는 “대구시가 가까스로 1차 대유행을 잘 넘긴 뒤 자만하며 너무 안일하게 대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때가 많다”며 “지금은 자아도취에 빠져 긴장을 늦출 때가 아니라 고사 직전인 대구 경제를 하루 빨리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중요하다.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권영진 대구시장이 영업시간 연장 철회와 관련된 입장을 밝힌 글. 출처=권 시장 페이스북 캡처
대구시는 정부에 지침에 따랐을 뿐 중대본과 엇박자를 낸 것이 아니라고 반발하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6일 발표했던 ‘대구형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은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장이 조정 가능하다는 정부가 정한 절차와 지침을 충실히 따라 결정했고 인접 자치단체인 경북도와도 협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시장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을 중대본의 실무자가 대구시에 대해 주의니 유감이니 하는 납득할 수 없는 표현으로 마치 대구시가 중대본과 엇박자를 낸 것처럼 발표한 것에 심히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권 시장은 “경위야 어떻든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힘든 시간을 감내하는 시민들과 극심한 고통 속에서 생계의 위협으로 내몰리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혼란과 상심을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의 말을 남겼다.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tasigi72@kukinews.com
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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