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읽기] '야빠' 게이머가 SK와이번스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게임읽기] '야빠' 게이머가 SK와이번스에게 보내는 작별인사

기사승인 2021-02-02 06:30:09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지난달 25일 야구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한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신세계 그룹 이마트가 프로야구팀 SK와이번스를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2000년 창단된 SK와이번스는 한국시리즈 우승 4회, 포스트 시즌 진출 12회 등 단기간에 명문팀으로 성장한 구단입니다. 특히 김광현, 최정 등 현역 리빙 레전드를 발굴하기도 했죠.

"아니, 도대체 왜?" 구단 매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엔 실감이 안 났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동안 역대 인천 연고 야구단의 말로가 좋지 않아 걱정도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26일 이마트가 SKT가 보유하고 있는 SK와이번스 지분 100%를 인수하고, 연고지는 인천으로 유지, 코칭 스태프를 비롯한 선수단과 프런트 역시 100% 고용 승계한다고 밝히면서 팬들은 걱정을 덜게 됐습니다.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의 '통 큰 투자'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 부회장은 이전부터 야구단에 깊은 관심을 보여 왔는데요. 그는 평소 야구팬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팬들은 지난해 통합 우승팀 NC다이노스를 예로 들며 애정있는 구단주의 막대한 영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이마트의 SK와이번스 인수는 팬들 입장에도 좋은 기회로 보입니다. 하지만 무언가 묘한 서운함이 계속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간간히 야구를 봤는데요. 본격적으로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진 건 2008년이었습니다.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낸 후 야구에 입문하게 된 소위 '베이징 뉴비'인 셈이죠. 그중에서도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와일드한 투구로 일본 타자들을 돌려세우던 투수 김광현이었죠. 좌완 영건 에이스에 반한 기자는 자연스럽게 SK와이번스를 응원하게 됐고, 이후 지금까지도 골수 SK팬입니다.

사진=프로야구매니저 08 김광현.

주변 사람들에게 '야구광'이라고 불렸던 기자는 야구게임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2017년 서비스를 종료한 '프로야구매니저(프야매)', '마구마구', '컴투스프로야구', '이사만루', '프로야구 H2' 등 다양한 게임을 즐겼죠.

당연히 게임에서 고르는 팀은 무조건 SK와이번스였죠. 물론 단순한 팬심도 있었겠지만, 대체적으로 게임 속에서 SK와이번스는 소위 '사기덱'이라 불릴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죠. SK하면 이를 갈던 두산 팬 친구도 '프야매'를 할 때는 SK덱을 모았으니까요.

'프로야구매니저'는 세가에서 제작하고 엔트리브에서 퍼블리싱 및 서비스 했던 야구 온라인 게임입니다. 당시 '마구마구', '슬러거' 등 유저가 직접 플레이를 해야하는 게임이 주를 이뤘던 가운데 팀을 직접 관리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승부가 갈린다는 시스템이 매력적이었죠. 

서비스 초창기 '프야매'에는 5대 단일 ‘진리덱’이 있었는데요. 바로 08SK, 08롯데, 00현대, 09SK, 09KIA였죠. 그중 역시 최고는 08SK덱이었는데요. 10성 김광현, 9성 채병용, 10성 최정, 9성 박재홍 등 고 코스트 카드의 성능이 매우 뛰어났기 때문이죠. 5~6성 저 코스트 카트의 효율도 매우 뛰어났습니다. 투타의 밸런스도 이보다 좋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2014년 재평가 업데이트가 진행된 이후 08SK는 진리덱들 가운데서 최고로 꼽혔습니다. 서비스가 종료되기 직전까지도 최상위 유저들의 대다수가 이 덱을 사용했죠. 기자가 약 상위 20~30% 티어에 해당되는 '챔피언' 티어에 머무르던 당시 클린업 트리오는 모두 3할 30홈런 100타점이라는 꿈의 스탯을 달성했고, 1·2·3선발은 모두 15승에 방어율 2점대 이하의 기염을 토해냈죠. 재밌는 점은 일주일에 한번 리그가 바뀌는데 10명 중 최소 3명의 유저가 08SK덱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심할 때는 7명이 08SK덱으로 경쟁해 다승 1·2·3위가 모두 김광현이었던 웃지 못할 일도 있었습니다. 

넷마블의 '마구마구' 역시 야구게임하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죠. 이 게임에서도 SK와이번스덱은 강력함을 보장하는 덱이었는데요. 비록 '프야매'에서의 08SK만큼은 아니지만, '마구마구'에서 18SK는 준수한 스피드와 극한의 장타력을 강점으로 내세운 덱이었습니다. 2018년 233개의 팀 홈런을 기록한 팀 컬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인데요. 노수광이라는 컨택형 선택지가 생겨 타선에 짜임새를 넣었죠. 특히 시즌타율 0.316에 43개의 홈런을 때려낸 로맥이 엘리트 카드로 나와 뛰어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여기에 선발진도 탄탄합니다. 김광현, 켈리, 박종훈 등이 레어 등급이고 스페셜인 문승원, 산체스도 육성을 통해 좋은 카드로 키울 수 있으니까요. 여기에 마구마구 특유의 레전드, 용병 시스템을 통해 다소 부족한 포지션을 메운다면 '마구마구' 최상위 티어 덱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사진='마구마구 2020'에서 SK와이번스 올스타 팀덱을 맞춘 김찬홍 기자.

쿠키뉴스 게임&스포츠팀의 김찬홍 기자는 '마구마구2020'를 지금까지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SK올스타 덱을 꾸렸지만, 찬홍 기자는 SK와이번스 팬이 아닙니다. 덱을 구성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이에 대해 그는 "맨 처음 기본 보상으로 나온 카드가 김광현이었다. 이전부터 김광현에 대한 좋은 인상이 있었다. 팀을 이끄는 에이스 오브 에이스. 여기에 최정이나 한동민 같이 매력적인 타자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고민없이 결정하게 됐다"며 SK덱을 꾸리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어 "뭐니뭐니 해도 SK덱 최고의 강점은 폭발적인 타선"이라며 "정근우, 최정, 로맥, 한동민, 박정권으로 이어지는 핵심 타선은 그 어느 팀에 밀리지 않는다. 홈런 군단하면 SK다. 여기에 원투 펀치도 좋다. 불펜도 왕조 때는 어느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빈틈 없는 것이 SK덱의 최강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찬홍 기자는 이제 더이상 SK덱을 맞출 수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제 SK카드가 더이상 나오지 않는 관계로 최근에 카드 값이 크게 올라 덱 맞추기가 너무 어렵다"며 "사실 직접적인 응원을 하는 구단은 아니라지만 이렇게 게임 내에서는 열광하는 팀이 됐는데 더 이상 이제 이 팀의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는 건 슬프게 느껴진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다만 "그래도 이렇게나마 SK를 추억할 수 있다는 점은 좋게 느껴진다"고 덧붙였죠. 

매년 2~3월이 되면 대부분의 야구게임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합니다. 새로운 로스터와 전년도 성적을 반영한 선수들의 카드가 추가됩니다. 기자 역시 이 시기가 되면, 오랜만에 게임에 접속해 '작년 선수들은 어떻게 나왔나'하고 검색하곤 합니다. 전체적인 로스터의 성능을 보고 이 덱을 맞출지 여부를 판단하죠.

보통 덱을 맞출 때는 능력치가 제일 우선이 되겠죠. 물론 개인적인 팬심으로 특정 연도의 덱을 맞추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맞이해 '2021'이라는 넘버링을 달고 나온 야구게임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무조건 20SK 덱을 맞추려 합니다. 지난해 SK와이번스는 온갖 악재가 다 겹치면서 9위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지만, 어찌됐던 SK라는 이름을 쓴 마지막 해가 됐으니까요.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SK와이번스를 응원하면서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경기에서 지는 날에는 분노를 참지 못해 페이스북에 온갖 욕을 써놓은 적도 있었고, 졌다고 생각한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으로 역전한 뒤 목이 쉴 정도로 응원가를 열창한 적도 있네요. 곰곰히 돌이켜보면 이 팀을 응원하고 있다는 것에 항상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어찌보면 SK와이번스는 기자와 함께 20대를 보낸 친구였네요.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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