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8일 자신의 재산 절반 이상을 순차적으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치권을 필두로 이익공유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와중에 김 의장의 결단은 의미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자회사 자녀 고용 의혹' 등 지배구조 문제를 돌파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전날 종가 기준 5조7000억원) 등 총 10조원이 넘어 기부 의사를 밝힌 '재산 절반'은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김 의장은 이날 카카오 및 계열사 전 임직원에게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신년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그 다짐은 공식적인 약속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기부서약을 추진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월에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드린 후 무엇을 할지 고민이 많았다"라며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할지는 이제 고민을 시작한 단계"라면서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플랜은 크루 여러분들께 지속적으로 공유드리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도록 하겠다"며 "조만간 더 깊은 소통을 할 수 있는 크루간담회도 열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메시지를 크루 전용 소통채널에 처음으로 올리면서 "코로나가 지속되면서 예상보다 변화가 심하고 어려운 한 해였다"라며 "이런 시기에도 의미 있는 성장을 이끌어 주신 크루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톡 출시 10주년 당시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갖는다면 확실히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에 더 근접할 수 있다"며 "조금 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많이 갖고 더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떤 방법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김 의장은 2017년 한 인터뷰에서 "웬만한 부자는 자기 힘으로 될 수 있지만, 억만장자는 하늘이 내려 주시는 거라서 그 뜻을 잘 새겨야 한다고. 지나가는 말로 툭 던진 얘기였는데 저한테는 굉장히 와 닿았어요. 제 노력보다 훨씬 많은 부를 얻었기 때문에 그 이상은 덤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장의 재산은 개인 명의로 보유한 카카오 주식 1250만주만해도 전날 종가 기준으로 5조7000억원에 달한다. 그가 소유한 케이큐브홀딩스의 994만주를 합치면 10조2102억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김 의장처럼 성공한 기업가가 구체적인 비율까지 언급하며 개인 재산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밝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을 창업해 2000년 네이버와 합병시킨 다음 NHN 공동대표를 맡다가 2007년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2010년 카카오톡을 내놓았고, 2014년에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했다.
이 같은 김 의장의 구상은 최근 정치권을 필두로 이익공유제 구상이 힘을 얻고 있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이익공유제란 코로나로 자영업자들이나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네이버나 카카오 등 언택트 기업들이 거둔 이익을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기업들에 이익공유제와 관련한 의견을 듣는 등 이익공유제 법제화 움직임이 한창이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오후 4시에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등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여기에 김 의장은 카카오의 2대주주(11.22%)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지배구조 논란에도 휩싸였다. 김 의장의 남동생이 대표를, 김 의장과 그의 아내 형미선씨가 기타 상무이사를, 김 의장의 아들과 딸이 직원으로 근무하며 '가족 기업'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김 의장은 이 같은 의혹을 돌파해나가며 그동안 갖고 있던 구상을 구체화시키고 있는 와중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앞으로 직원들과 간담회를 통해 기부금의 용처를 찾아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이 같은 입장을 밝힘에 따라 포털 양대 산맥인 네이버도 압박을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이 새로운 표준(뉴노멀)이 되면서 '언택트 수혜주'로 꼽히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지난해 초 대비 주당 주가가 2~3배 이상 뛰었다. 커머스와 광고 등 대부분의 분야가 호실적을 내면서 대표적인 코로나19의 반사 수혜를 받은 업체들로 꼽힌다.
네이버는 그동안 한성숙 대표가 회장으로 있는 인터넷기업협회를 통해 간담회를 여는 등 의견수렴을 했지만, 이익공유제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아 왔다. 이번 카카오의 사실상 이익공유제 동참 발언으로 그 궤도를 수정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ku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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