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으로 얼룩진 여자배구, 황금기 이대로 끝나나

학폭으로 얼룩진 여자배구, 황금기 이대로 끝나나

기사승인 2021-02-16 06:01:08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린 이재영(왼쪽)과 이다영(오른쪽).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최근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던 여자 프로배구가 잇따른 ‘학교폭력’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직 배구선수 학폭 피해자들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피해를 주장한 글쓴이는 학폭 가해자를 ‘너네’, ‘본인들’ 등으로 적는 등 명확하게 이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공개된 초·중학교 시절 배구부 단체사진에 따라 이재영, 이다영 자매가 특정됐다. 해당 게시물에는 21개에 달하는 상세한 학교 폭력 내용들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재영과 이다영은 각자의 SNS에 의혹을 인정하고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소속팀 흥국생명은 고심 끝에 15일 두 선수에게 ‘무기한 출장 정지’ 징계를 내렸다. 대한배구협회도 같은날 향후 국가대표 선수 선발 대상에서 두 선수를 무기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폭력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과거 여자 프로배구 선수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지난 14일 오후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여자배구 학교폭력 피해자입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배구부 운동을 한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대한체육회 스포츠 지원 포털 사이트를 캡처한 사진과 함께 학창 시절에 당한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쌍둥이 자매를 향한 폭로가 도화선이 돼, 학교 폭력과 관련된 추가 폭로가 당분간 더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선수들의 연이은 논란으로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진 여자 프로배구다.

여자 프로배구는 최근 대표적인 겨울스포츠로 최근 관중 흥행과 TV 시청률에서 인기를 누렸다. 2010년대 초반까지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했던 여자 프로배구는 최근 몇 년간 인기가 급상승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을 비롯한 많은 스타 플레이어가 탄생했고, 흥미진진한 순위 싸움으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2019~2020시즌 여자부 평균 시청률이 사상 처음으로 1%대(1.05%)를 돌파할 정도였다.

올 시즌에는 11년 만에 김연경이 국내로 복귀를 하면서 흥행에 더욱 불이 붙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 시즌은 무관중으로 열리고 있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었다.

여자부 전반기 평균 시청률은 1.17%로 지난 시즌 같은 기간(1.07%)보다 0.10%포인트 늘었다. 3차례나 공중파 중계가 편성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해 11월15일 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의 경기는 2.22%를 기록하며 프로배구 정규리그 역대 최고시청률을 갈아치웠다. 국내 인기 최고 스포츠인 프로야구와도 견줄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현대건설 소속이었던 고유민이 경기 내외적인 갈등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배구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긴 데 이어, 이번 학교 폭력 논란까지 겹치면서 전망이 어두워졌다. 

흥국생명을 5년 가까이 응원했다는 A(34)씨는 “이재영 선수로 인해 여자 프로배구에 빠지게 됐고 흥국생명을 응원했다. 이다영 선수와 김연경 선수가 올 시즌 흥국생명에 합류하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라며 “불화설이 있을 때도 참았지만, 이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도저히 흥국생명을 응원하지 못할 것 같다. 구단의 이번 사건에 대한 조치도 실망스럽다”고 원망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배구계 관계자는 “이번 학교 폭력 논란으로 배구의 인기가 식을까봐 걱정이다. 모두가 노력해 만든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지게 생겼다. 과거 프로배구 승부 조작 파문 때만큼 위기 상황”이라며 “이미 언급됐지만 추가적인 학교 폭력 가해자들이 숨어있을 수 있다. 구단들도 아마추어 선수들을 스카우팅할 때 많은 부분을 살피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한편 배구협회는 최근 불거진 학교 폭력 논란과 관련해 한국배구연맹과 함께 학교폭력 재발방지 및 근절을 위한 대책회의를 열어 공동대응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선수권익 보호 및 인권교육 강화를 위해 기존의 협회 선수위원회와 별도로 스포츠인권권익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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