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직원 "자른다는 구조조정 관련 편지, 설 명절 전 집으로 보내"

르노삼성 직원 "자른다는 구조조정 관련 편지, 설 명절 전 집으로 보내"

시뇨라 명의 편지 "자발적 희망퇴직 접수 중"

기사승인 2021-02-16 06:54:31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르노삼성자동차가 작년 임단협과 희망퇴직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설 명절을 앞두고 노동자에게 구조조정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르노삼성 직원임을 인증받은 이용자 A씨는 "설 전에 (회사) 사장님이 집으로 구조조정한다는 편지를 보냈다"면서 "아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설도 맘 편히 쉬질 못했다. 굳이 설 전에 사람 자른다는 편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나 싶다"고 적었다. 

회사가 풍전등화 상황에 놓였다고 하지만 굳이 온 가족이 모이는 설 명절에 구조조정 관련 편지를 보낼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이다. A씨는 글과 함께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의 명의의 편지도 공개했다. 

시뇨라 사장은 편지로 "르노삼성은 현재 생존을 위한 'RSM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 중"이라면서 "서바이벌 플랜의 일환으로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희망퇴직도 접수받고 있다"고 했다. 

현재 르노삼성을 둘러싼 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와 수출 부진 등의 이유로 판매가 급감하면서 영업이익은 700억원 적자로 전망된다. 지난 2012년 이후 8년만의 적자 전환이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산공장 전체 수출 물량 중 72% 이상을 차지하던 닛산 로그 생산이 작년 3월로 종료되며 전년 대비 77.7% 급감한 영향이 컸다. 로그 위탁 생산 중단 후 생산성은 줄어드는데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거나 오히려 일부 오르면서 생산 경쟁력이 약화됐다. 

르노삼성이 최근 희망퇴직 등 비용절감 등을 골자로 한 '서바이벌 플랜'을 가동키로 하고 수익 개선에 나서기로 한 배경이다.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시뇨라 사장은 편지에서 △국내 시장에서의 르노삼성 제품 가치 제고 △XM3 유럽 수출 모델 최고 경쟁력 확보 △구조조정 등 세 가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서바이벌 플랜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르노삼성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에 대한 20% 임금 삭감을 먼저 단행했다"면서 "XM3 유럽 수출 모델의 경쟁력 확보를 하기 위해 각 본부별로 다양한 활동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지 않고는 지금 이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어려운 상황을 임직원 가족 여러분께 알리는 것이 CEO로서 많이 어렵고 힘들지만 가족 여러분들께서 르노삼성이 처해있는 상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RSM 서바이벌 플랜에 대해 이해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르노삼성은 노조와 르노그룹 양쪽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기본급 인상 및 희망퇴직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는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2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여기에 르노삼성 대주주인 르노그룹의 최고위급 임원이 지난 9일 부산공장의 높은 생산 비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경쟁력 향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파업 절차에 들어간 르노삼성 노조에 대한 경고의 의미와 함께 희망퇴직 등 구조 조정이 원활히 추진되지 않을 경우 한국 시장 철수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르노삼성은 내달 26일까지 2019년 3월 이후 입사자를 제외한 모든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생존경영에 돌입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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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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