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국립대 임규홍 교수, 아내 잃은 슬픔 '나는 사별하였다'에 담아

경상국립대 임규홍 교수, 아내 잃은 슬픔 '나는 사별하였다'에 담아

기사승인 2021-03-11 10:13:40
[진주=쿠키뉴스] 강연만 기자 = "사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두려움과 걱정이 떠날 날이 없어. 당신에게 물어본다면 뭐라고 말할까? 언젠가 당신은 나에게 혹 내가 먼저 죽으면 자기는 혼자 살기 어려우니 혼자 살지 마"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여든 다섯까지 같이 살다 같은 날 같은 시에 가자고 했는데, 당신은 왜 그리 빨리 떠났나. 이승에서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다. 천상재회라는 노랫말처럼 천상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경상국립대학교(GNU·총장 권순기)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임규홍 교수가 '나는 사별하였다'(꽃자리, 384쪽, 1만 5000원)에 실은 '당신보다 나를 더 걱정하는 당신이었기에'의 일부다. 

임규홍 교수는 5년 전 아내와 사별했다. 사별 초기 임규홍 교수가 쓴 사별 카페의 글은 국어학자의 지성과는 거리가 멀었고, 아내를 잃은 고통으로 횡설수설하는 원초적 슬픔의 글이었다.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낸 후, 그는 자신과 같이 슬픔으로 절망하는 사별자들을 돕고 싶어 했다. 사별자에게 보편적이고 실제적으로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책이라고 생각해 이 책을 쓰자고 최초로 제안했다.

사람이 죽어서 이별하는 것이 사별이라고 한다. 세상에서 사별만큼 더 슬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인간이 평생 살아가면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것이 배우자와 사별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사별하였다'는 배우자와 사별하면서 겪은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 치유 과정을 솔직하게 토해낸 감동적인 책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사별을 숨기고 부끄러워하며 산 사람은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으로 살아가는 문화가 있다. 사별하고 수많은 날들을 울면서 또 그 슬픔을 글로 풀어 내기도 하지만 정작 책으로 묶어내는 용기는 없다. 

임규홍 교수는 "사별 사실을 숨기고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당당하게 세상에 내어놓고 다른 사별자들과 슬픔을 공유하면서 사별의 고통을 치유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하는 뜻에서 책을 썼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별 후 어린 자녀들에게 사별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하고 그들과 어떻게 살아아야 할 것인지 그리고 사별 후 겪게 되는 사별자들이 겪게 될 사회 적응이나 공적, 사적인 여러가지 문제에 대한 지침서가 될 수 있다. 

특히, 지은이들은 사별 연차가 각기 다르고 나이가 다르고 아내와 남편을 사별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별의 상황이 다른 사별자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와 사별 후 챙겨야 할 정보들도 같이 실어 놓아서 사별 초기 방황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눈물 없이 읽어내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래도 눈물을 닦으면서 끝까지 읽어 봄으로써 사별이 모두 우리의 일이라 생각하게 하고 앞으로 살아갈 우리의 삶을 더 충만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임규홍 교수는 "사별을 겪은 사람뿐만 아니라 앞으로 누구나 겪게 될 예비 사별자들도 이 책을 읽음으로써 자기의 배우자를 새롭게 바라보게 되고 배우자의 귀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k77@kukinews.com
강연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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