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집 팔고 강남 집 남기고
25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1년도 공직자 재산변동 내역에 따르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국토부 제1·2차관 모두 서울 강남 3구에 아파트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과 손명수 제2차관은 나란히 세종시 아파트를 처분하며 1주택자가 됐다. 윤 차관은 지난해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세종 소담동 새샘마을 6단지 아파트(59.97㎡)를 4억2300만원에 팔았다. 대신 세종시 근무를 위한 실거주용으로 같은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를 2억원에 전세 임차했다.
세종 집을 팔고 남겨둔 아파트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남논현아파트(83.72㎡)다. 부인과 지분을 절반(41.86㎡)씩 소유해 해당 아파트의 현재가액은 지난해 공시가격의 절반(6억5300만원)인 3억2650만원으로 신고됐다. 경남논현아파트의 올해 공시가격은 8억원대다. 시세는 13억~15억원선으로 추정된다.
손 차관은 2019년 말 국토부 2차관 임명을 앞두고 세종 반곡동 캐슬앤파밀리에 디아트 아파트(84.45㎡)를 매도했다. 당시 거래 시세는 6억원 수준이었으나 손 차관은 5억7000만원에 아파트를 급매했다. 현재 손 차관이 보유한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84.98㎡)는 6억5000만원에서 9억17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상승했다. 시세는 17억5000만원~20억원 선이다.
변 장관이 소유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 현대오페라하우스 아파트(129.73㎡)의 공시가격은 재작년 5억9000만원에서 지난해 6억5300만원으로 6300만원(10.7%) 올랐다. 재산신고가 지난해 12월 이뤄지면서 올해 공시가격은 반영되지 않았다. 현대오페라하우스의 올해 공시가격은 9억500만원이다. 거래가 적은 나홀로 아파트여서 시세 파악은 어렵다.
다른 국토부 고위 공직자들도 세종 등 지방 아파트 대신 서울 강남 아파트를 선택했다.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60.76㎡)를 보유한 채 세종 도담동 도램마을10단지(84.76㎡)를 지난해 7억4500만원에 팔았다.
황성규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은 세종 도담동 도램마을 15단지(84.99㎡)를 7억3000만원에 매도하고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임광아파트(136.38㎡)를 계속 보유하고 있다.
◇국토부, 강남불패 인정했나
국토부 고위 공직자들이 이처럼 세종 아파트 매각에 나선 것은 집값이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고위직은 1주택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내부 압박이 심해졌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지난해 7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하루빨리 매각하라”고 강력히 권고한 바 있다.
다만 이들은 강남 대신 오히려 근무지와 가까운 세종 아파트를 처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국토부 공직자들도 세종보다는 강남의 향후 집값 상승률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KB부동산 리브온의 주택가격동향을 분석한 결과,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 서울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2326만원에서 지난달 4194만원으로 1868만원 올랐다.
특히 강남구가 3.3㎡당 평균 4397만원에서 7492만원으로 4년여 만에 3095만원 뛰면서 가장 많이 올랐다. 이어 서초구와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3구순으로 상승 금액이 컸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구는 다른 지역보다 수요가 탄탄하고 증여를 통해 보유한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만큼, 아파트 가격 안정화는 어려울 수 있다”며 “이번 공직자들의 모습을 통해 또 한 번 강남불패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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