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순위 ‘줍줍’마저도 경쟁률 수백대일”…내집마련 불가한 1인가구

“무순위 ‘줍줍’마저도 경쟁률 수백대일”…내집마련 불가한 1인가구

기사승인 2021-03-27 06:30:09
사진=안세진 기자
[쿠키뉴스] 안세진 기자 =전체 10가구 중 4가구는 1인 가구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는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가 신혼부부만을 온전한 가구로 보고 있다며 1인 가구도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게끔 청약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1인 가구는 906만 3362가구로 9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가구(2309만3108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인 가구가 39.24%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인구 10명 중 혼자 사는 사람의 수가 4명에 육박하는 셈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은 불가능에 가깝다. 집값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으며, 무엇보다 정부에서조차도 이들에게 청약 기회를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다. 

현재 청약의 유형은 크게 민영주택과 공공주택으로 나뉘는데 양쪽 모두 당첨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나마 1인 가구가 노려볼 수 있는 특공은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에 한하지만, 소득 기준 등이 있고 물량에 제한이 있다.

가점제 위주의 청약 제도 하에서도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가 당첨될 기회는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 1인가구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점수는 54점인데,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서울 지역 당첨자 평균 가점은 60점을 넘겼다.

청약 가점은 크게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으로 나눠 84점 만점이다. 이 중 가장 큰 배점을 차지하는 것은 부양가족 수다. 본인 포함 동거가족 1인당 5점씩 계산된다. 부양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에서 만점을 받아도 부양가족 분야에서 5점이 최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청약은 내집마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면서 “하지만 이같은 청약통장에 당첨될 수 있는 전제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1인가구는 청약의 문이 닫혀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영의 경우 가점에서 밀리고, 순위순차제인 공공의 경우 최소 15년 이상 한 달에 10만원씩 납입해서 2000만원이 넘어야 안정권에 드는데, 이게 쉽지 않다”며 “결국 1인 가구에게 남은 건 무순위 ‘줍줍’인데 이마저도 경쟁률이 수백대일까지 간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진=안세진 기자

물론 1인 가구에 대한 정부의 주거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주거복지로드맵을 통해 역세권 등에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공유주택을 2025년까지 35만 가구 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주거 지원은 대부분 2030세대 청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청약제도 손봐야 합니다. 청약제도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현재 청약 제도는 1인 가구나 부양가족이 적은 사람이 영원히 당첨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나이가 50세가 되더라도 청약은 꿈도 못 꾼다. 50세가 될 때까지 무주택자일 경우 당첨 기회를 주는 쪽으로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청약제도 하에서 1인 가구가 당첨되는 방법은 무순위 ‘줍줍’밖에 없다. 이마저도 안된다면 아파트나 빌라 매입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은 아시다시피 전반적으로 가격대가 너무 올라 있다. 이 경우 경매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겠지만 어느 정도 공부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1인 가구에게도 생애최초 특공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한편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1인 가구를 위해 청약제도를 개편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박 후보는 “공공주택 일정 비율에 1인 가구를 배정토록 하겠다”며 목돈이 없는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토지임대부 주택에 지분적립형 분양 방식을 더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asj0525@kukinews.com
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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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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