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숨가쁘게 달려온 2021 '리그 오브 레전드(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리그가 마무리됐다. 1위부터 5위까지 순위가 확정된 가운데 지난 27일 농심 레드포스가 프레딧 브리온을 2대 0으로 꺾고, 6위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플레이오프 진출 6개 팀이 확정됐다.
오는 31일부터 열리는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진행 방식은 예년과 다르다. 올해 플레이오프는 모두 5판 3선승제로 진행된다. 1위와 2위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직행한다. 3·6위, 4·5위는 각각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맞붙고, 1위팀에게는 이들 중 승자를 선택해 맞붙을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결승전은 오는 10일 개최된다.
◆ '어나더더더 레벨' 담원 기아, 2연속 우승컵 들까?
담원 기아는 LCK 내 유일하게 '황(황제)'이라는 칭호가 붙는 팀이다. 2020 LCK 서머 스플릿 우승, 2020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 2020 KeSPA컵(케스파컵) 우승까지 최근 진행된 3개 대회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이번 스프링 스플릿 정규시즌 내내 담원 기아는 압도적인 경기력을 과시했다.
담원 기아는 기본 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팀이다. 상단·중단·하단·정글까지 밀리는 라인이 없다. 선수 개개인의 '뇌지컬('피지컬'에 심리전·운영 등 판단력에 관여하는 '뇌'를 합친 신조어)도 매우 뛰어나다. 개개인의 라인전 능력도 뛰어나고, 팀적인 운영도 빈틈이 없으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막막해지는 상황이다.
가장 완벽에 가까운 팀이지만, 불안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1라운드와 2라운드 담원 기아는 각각 프레딧 브리온과 젠지e스포츠에게 패했다. 공교롭게도 서포터 '베릴' 조건희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날이었다. 변수창출에 능한 조건희의 발이 묶였을때, 담원 기아는 전반적으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 우승컵 간절한 젠지 e스포츠, 이번에도 '룰러' 엔딩?
2013·2014 스프링 스플릿 당시 우승컵을 들어올린 젠지e스포츠는 이후 한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더구나 2018년 서머 스플릿 당시 젠지e스포츠(前 삼성 갤럭시·KSV)로 팀명을 바꾼 뒤에는 '무관'이다. 누구보다 우승컵이 간절한 젠지 e스포츠다.
젠지는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정규시즌을 2위로 마무리했다. 또한 '1황' 담원 기아를 잡아냈고, 3·4위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강팀에게 약하다'는 꼬리표를 뗐다는 측면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불안요소가 남아있다. 미드라이너 '비디디' 곽보성과 정글러 '클리드' 김태민이 박재혁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1라운드 올해의 '한체탑(한국 최고의 탑 라이너)' 후보로 거론되던 탑 라이너 '라스칼' 김광희는 2라운드 후반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 당시 젠지의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 '약자멸시' 한화생명, 탑·정글 활약이 절실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낸 한화생명은 2021 스토브리그 최대어 '쵸비' 정지훈과 '데프트' 김혁규를 영입했다. 여기에 '모건' 박기태, '요한' 김요한, '아서' 박미르 등 준척급 선수를 데려오며 체급을 키웠다. 실제로 영입한 선수 대부분이 뛰어난 활약을 펼쳤고, 한화는 3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정지훈과 김혁규는 시즌 내내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정지훈은 올 시즌 '원맨쇼'를 펼치는 등 맹활약하며 '플레이 오브 더 게임(POG)' 포인트 1000점으로 공동 1위에 올랐다. 현역 LCK 통산 최대킬 2위에 랭크된 김혁규의 경기력도 뛰어났다. 팀의 맏형인 김혁규는 경험이 부족한 팀원들을 이끄는 리더 역할도 충실히 수행했다.
한화생명은 약팀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 내용을 보였지만 강팀에게는 다소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4위권 팀을 상대로 진행된 여섯 경기에서 한화생명은 2승 4패를 기록했다.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특히 T1과 담원 기아에게 모두 패했다. 정지훈의 '하드캐리'가 나와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탑·정글 등 상체가 정지훈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 '스프링 패왕' T1, 이번에도 '어우슼'?
실망스러운 1라운드를 보내고, 2라운드 초반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 T1은 또다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었다. 지난 13일 젠지전부터 베테랑이 다수 포진된 이른바 '칸커페테케('칸나' 김창동-'커즈' 문우찬-'페이커' 이상혁-'테디' 박진성-'케리아' 류민석)'로 라인업을 고정한 T1은 5연승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팬들은 LCK내 스프링 스플릿 최다 우승팀 T1이 다시 돌아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T1은 최근 흐름이 가장 좋은 팀이다. 2라운드 막바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세 팀(젠지·한화·DRX)을 상대로 2대 0 완승을 거뒀다. 결과와 내용 모두 얻어낸 압도적 승리였다. 특정 라이너가 아닌 모든 선수가 고른 활약을 펼쳤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그중 문우찬의 활약이 특히나 더욱 빛났다. 현재 1티어로 평가받는 '헤카림'을 잡았을때 협곡 전체를 종횡무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드 라이너 이상혁은 큰 경기에서 '미친' 활약을 보여주는 선수다. 2015년 리그 개편 이후 스프링 스플릿 기준으로 이상혁은 2018년(4위)을 제외하고 모두 우승컵을 들었다.
현 시점에서 T1은 담원 기아와 함께 상대적으로 불안요소가 적은 팀으로 평가된다. 다만 11.6 패치가 적용되는 플레이오프 기간에는 메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변수다. 현재 1티어 미드라이너인 '세라핀'이 하향됐고, 암살자 챔피언 '아칼리'가 상향됐다. 이상혁은 '세라핀'을 네 번 꺼내 모두 승리했다. 경기당 데스도 1을 넘지 않는다. 넓은 챔피언 폭을 자랑하는 이상혁이 어떤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 '30분만 버티면' DRX, 각성이 필요해
사실상 새로운 팀을 구성한 DRX는 1라운드를 6승 3패로 마치며 깜짝 활약을 펼쳤다. 데뷔 2년차인 '표식' 홍창현은 '캐니언' 김건부와 함께 '한체정'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엄청난 경기력을 뿜어냈다. '솔카' 송수형 역시 자신이 왜 '신인 3대장'으로 불렸는지를 완벽히 증명했다.
DRX는 매우 공격적인 팀이다. 초반 라인전이 불리해도 후반 대규모 교전(한타)로 역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시즌 시작 전까지만 해도 DRX를 하위권으로 예상한 팬·관계자들이 많았지만, DRX는 보란듯이 예상을 뒤집었다. 핵심은 역시 홍창현이다. LCK에 '우디르' 열풍을 불러온 홍창현은 메타를 주도하는 선수다. 그는 '문도박사', '킨드레드', '스카너' 등 언제나 깜짝 카드를 뽑을 수 있고, 변수창출이 매우 능한 정글러다.
빛나는 1라운드를 보냈지만, 2라운드에 들어선 DRX는 그렇지 못했다. 초반에는 탑·정글 위주로 게임을 풀어가던 DRX의 전술이 잘 먹혀들었지만, 후반기부터 각 팀들이 이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미드라이너 송수형의 부진이 길어지자, 홍창현의 힘도 떨어졌다. 결국 DRX는 5연패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가라앉은 분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모든 선수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 '매운맛' 농심 레드포스, 언더독의 저력 나올까?
치열했던 6위 싸움의 최종 승자는 농심 레드포스였다. 농심은 지난 27일 프레딧 브리온을 2대 0으로 꺾고 플레이오프 막차에 올라탔다. 농심은 1라운드 다소 아쉬운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2라운드부터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해 약점으로 평가받던 바텀라인의 힘이 강해진 것이 매우 고무적이었다.
농심은 하체 위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팀이다. '덕담' 서대길과 '켈린' 김형규는 올시즌 뛰어난 라인전 능력을 보여줬다. 정글러 '피넛' 한왕호도 바텀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면서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시즌 초반 부진하던 '리치' 이재원도 후반부에 폼을 회복하면서, 밸런스가 잡혔다.
상하체 균형을 어느정도 맞췄지만, 농심 최대 약점은 부실한 허리다. '베이' 박준병은 플레이오프 미드라이너 가운데 사실상 최약체로 분류된다. 시즌 초반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팽팽한 경기에서 농심은 '미드차이'로 패한 경우가 많다. 박준병이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친다면, 한왕호의 움직임도 한결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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