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해진 구광모號 '실리주의'···적자 MC 접고 새 먹거리 베팅

더 강해진 구광모號 '실리주의'···적자 MC 접고 새 먹거리 베팅

가전·TV·전장 새 삼각편대로 '뉴LG' 완성 고삐
돈 안되는 사업 정리 등 '선택'과 '집중'

기사승인 2021-04-05 17:11:34
LG전자가 MC사업부문에서 철수한다. 구광모 회장의 실리주의 경영이 완성단계에 들어섰다는 평이 나온다.(사진제공=LG) 
[쿠키뉴스] 윤은식 기자 =취임 4년차에 접어든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실리주의 경영'이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취임 후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그룹 문화를 실리 추구형으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는 평을 받는 구 회장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스마트폰 사업(MC사업본부)을 정리하면서 '뉴LG' 완성에 고삐를 바짝 당겼다는 분석이다.

LG전자는 5일 '아픈 손가락'이었던 스마트폰 사업(MC사업본부)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23분기 연속 적자를 감당하기에는 한계에 달했다는 결론으로 모인다. 이에 1995년 휴대폰 시장에 처음 뛰어든 LG전자는 26년 만에 사업을 접게 됐다. 

LG전자는 이날 영업정지 공시를 통해 영업 정지 사유에 대해 "내부자원 효율화를 통해 핵심 사업으로의 역량 집중 및 사업구조개선"이라고 밝혔다. MC사업본부 철수에 대한 향후 영향에 대해서는 "MC사업 종료로 단기적으로 전사 매출액의 감소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다만 LG전자는 MC사업본부 종료 이후에도 기존 사용자와 사후서비스는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기존 거래처의 제품 공급을 위해 오는 5월까지 휴대전화를 생산한다. 영업종료일은 오는 7월 31일이다. MC사업본부 철수에도 직원들의 고용도 유지한다. LG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MC사업본부의 직원(정규직 및 비정규직 포함)은 3449명이다.

성장 가능성이 없는 MC사업본부 철수로 LG전자는 주력인 가전을 앞세워 미래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전기장치부품(전장)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돈 안 되는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그 역량으로 전장 사업과 인공지능 등 미래 사업에 전사적으로 역량을 쏟겠다는 뜻으로 업계는 풀이했다. 구 회장의 더 강해진 실리주의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구 회장은 비주력 사업 정리를 시작으로 실리주의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투자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은 곳이거나 핵심 분야가 아닌 곳은 모조리 쳐냈다.

대표적으로 구 회장은 취임 첫해인 2018년 9월 LG서브원의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사업 부문을 분할해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인 2019년 (주)LG와 LG전자, LG화학이 연료전지 사업을 위해 2500억원 넘게 투자한 LG퓨얼셀시스템즈를 청산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을 접었고, 수처리 사업과 LG이노텍의 스마트폰용 무선 충전사업도 정리했다.

구 회장의 실리추구경영은 MC사업본부 철수 결정으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구 회장은 2019년 MC사업본부 생존을 위해 인력 감축 등 외부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평택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MC사업본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바닥신세를 면치 못했고, LG는 MC사업을 더 끌지 않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업계는 구 회장의 실리추구를 바탕에 둔 선택과 집중이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가전과 TV, 모바일의 삼각편대였던 LG전자 주력 사업은 MC사업본부 철수로 가전·TV·전장으로 재편됐다. LG전자는 신사업의 빠른 확대로 기본 체질을 개선하고 특히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에 자동차 부품 관련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18년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업체인 ZKW를 1조4440억원에 인수했고, 오는 7월 자동차 부품 업체 마그나 인터내셔널(Magna International Inc.)과 전기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 합작법인을 출범시킬 예정이다. 여기에 MC사업부문의 5G, 자율주행차 등 핵심 기술이 더해지면 종합 전장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다.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더라도 미래준비를 위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연구개발은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6G 이동통신, 카메라, 소프트웨어 등 핵심 모바일 기술은 차세대 TV, 가전, 전장부품, 로봇 등에 필요한 역량이기 때문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문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지속한다"고 말했다.

구광모 회장은 최근 영업보고서 인사말을 통해 "2020년에 ㈜LG는 자회사들과 함께,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비핵심사업을 정비했으며 주력사업과 성장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했다"며 "2021년에도 LG는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며, 고객 중심 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도전을 쉼 없이 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unsik80@kukinews.com
윤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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