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는 2015시즌 K리그 무대에 발을 내디뎠다. 모기업 이랜드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K리그1 승격을 넘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제패라는 큰 꿈을 품었다. 창단 초기에는 모기업의 대폭 지원 속에 중상위권 성적을 내기도 했다. 2015시즌에는 K리그2 4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모기업의 지원 축소와 더불어 화려했던 기존 선수단이 이탈하면서 성적이 점점 곤두박질쳤다. 2017년에는 8위, 2018년과 2019년에는 리그 최하위인 10위를 기록했다.
이에 이랜드는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끈 정정용 감독을 선임하며 2020시즌 부활의 신호탄을 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랜드는 2020시즌 K리그2에서 11승 6무 10패(승점 39점)를 기록하며 5위로 올라섰다. 3위 경남FC와 4위 대전하나시티즌과 승점이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밀렸다. 비록 4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무대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당시 정 감독은 "2년 연속 꼴찌였지만 선수들이 서로 신뢰하며 임했고, 우리는 충분히 발전했다고 본다"며 "1년 동안 '이렇게 준비하면 할 수 있겠다'는 부분들을 경험했다. 이 부분들을 더 발전시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번째 시즌 이랜드는 더욱 강해졌다. 올 시즌 1부 승격을 목표로 시즌을 준비한 이랜드는 부산 아이파크와의 개막전에서 3대 0 승리를 거두더니 김천 상무와의 2라운드 대결에서는 4대0 대승을 챙겼다.
3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과 4라운드 경남FC전에서 무승부를 거두며 잠시 주춤했지만, 지난 4일 부천FC 1995를 상대로 4대 0 완승을 거두면서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현재 리그 유일한 무패팀(3승 2무)이다.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해진 모습을 보여주는 이랜드다. 현재 이랜드는 최다득점팀(11골)인 동시에 최소실점팀(1골)이다.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한다.
정 감독 특유의 열린 리더십 아래 선수들이 짜임새 있는 움직임을 보인다. 수비부터 허리까지 조직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며 상대를 속수무책으로 만든다. 정 감독은 지난해 이랜드 부임 이후 연령별 대표팀 수장 시절 제자인 이상민, 황태현 등을 중심으로 수비 조직력을 끌어올렸는데 올해는 더욱 견고해졌다.
폭발적인 득점력까지 가미됐다. 베네가스, 김정환 등 공격진에게만 쏠리는 것이 아닌 장윤호, 이상민, 김진환 등 전 포지션에 걸쳐 골이 나왔다. 공격진만 막는다고 되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수비 후 나오는 역공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빠른 공수전환이 팀의 다득점의 원천이다.
이제는 강력한 승격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이랜드다. 한 K리그1 관계자는 "차기 시즌 유력한 승격팀은 이랜드일 확률이 높다"라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이랜드는 방심하지 않는 있다. 정 감독은 부천전이 끝난 뒤 "축구에 완성은 없다. 전술적으로 준비를 해도 100%는 없다. 선수들과 하고자 하는 축구를 해야 한다. 상대가 수비적으로 나섰을 때 대응을 해야 한다"며 경계하면서도 "전술적인 준비는 내가 하지만 경기는 선수들이 한다. 경기 운영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에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흡족해했다.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