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20대는 정치를 모른다”
선거마다 언급되는 말이다.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을 탓하고 이들 세대 전체를 깎아내리기까지 한다. 청년 세대는 정말 정치에 무관심한 것일까.
취업준비생 A씨(25·여)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세요?”라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A씨는 자신이 매 선거마다 투표에 나선다고 전했다. 그는 “정치 얘기를 하면 싸움이 일어난다. 그래서 되도록 정치를 주제로 한 대화는 피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투표는 매번 빠지지 않고 간다.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하더라도 표를 통해 민주 사회에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이런데도 우리가 정치에 관심이 없는가”라고 했다.
20대의 투표 열기는 정치권에 ‘냉랭’했던 과거와 현재가 다름을 보여준다. 국회의원 총선거를 기준으로 20대의 투표율은 ▲17대 44.7% ▲18대 28.1% ▲19대 41.5% ▲20대 52.7% ▲21대 58.7%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열린 19대 ‘촛불 대선’에서 20대 투표율은 76.1%로 전체 투표율 77.2%에 육박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번 4·7 재보궐선거에서도 20대 청년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후보 유세차량에 직접 올라 사회 전반에 대한 분노를 강하게 표출했다. “우리 청년들 제발 좀 살게 해주세요”,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나라를 만들어달라” 등 유세 현장에 울린 청년들의 외침은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공감을 얻었다. 서울시장 보선 유세 막바지까지 얼마나 많은 청년이 후보와 함께했느냐도 큰 관심사였다.
이러한 청년의 움직임에도 ‘무시 발언’은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는 20대의 지지율이 낮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20대 같은 경우는 아직 과거의 역사에 대해서 30~40대나 50대보다는 경험한 경험 수치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친여 성향의 시인 류근씨는 “얼마나 외롭길래 여론조사 전화 자동 질문에라도 귀를 기울이며 응대를 하고 있었겠느냐”고 조롱했었다.
잇단 실언에 여권은 화살을 맞았다. 과거 ‘촛불 정국’ 등에서 진보진영에 지지를 보냈던 이들이 보수정당 후보에게 몰표 수준의 지지를 보낸 것. 7일 밤 발표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은 22.2%에 불과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논란, 조국·인국공 사태로 불거진 불공정 문제 등 분노해있는 20대 민심에 청년 비하 발언이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박 후보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밝힌 직장인 B씨(26·남)는 여권 인사들의 ‘청년 비하’ 발언이 표심을 움직이게 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B씨는 “청년 한 사람의 표가 중요하지 않다면 그렇게 계속 이야기 해도 된다”며 “우리도 다른 세대와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청년을 외면한 사람에게 투표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청년을 소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학생 C씨(25·남)는 “정치인들이 공익을 위해 일하지 않고 사익을 추구한다. 자기들끼리 잇속 챙기려고 싸움만 하는 데 관심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이어 “청년이 정치를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내 편이 아니라고 공격한 것이다. 우리 편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정치권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대학생 D씨(23·여)는 청년을 대하는 정치권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견을 표출하는 방식이 다른 세대와 다르다고 해서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년 세대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않는 20대도 반성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더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정치권을 움직일 수 있는 세대가 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밝혔다.
hyeonzi@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