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백신 여권' 발급...'차별 조장'우려도

오늘부터 '백신 여권' 발급...'차별 조장'우려도

휴대폰 앱으로 코로나19 백신 증명...미접종자⋅스마트폰 미사용자⋅노년층 등 소외 지적

기사승인 2021-04-15 03:39:01
코로나19 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 화면. 질병관리청 제공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정부가 전자예방접종증명서인 이른바 ‘백신 여권’을 도입한 가운데 백신 여권이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오늘(15일)부터 자체 개발한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애플리케이션(앱) '쿠브(COOV)'를 발급한다.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QR코드로 간편인증하는 방식으로 블록체인과 분산신원인증(DID)기술을 적용해 위․변조를 방지하고 QR코드 간편인증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흔히 ‘백신 여권’이라 불리는 전자예방접종증명서는 해외 출입국하거나 공공장소를 드나들 때 코로나19 백신접종 여부를 인증할 때 사용하는 증명서다. 다만 질병청의 쿠브에 '여권' 기능이 탑재된 것은 아니다. 국제적 협약 등이 있어야 하는 만큼 필요한 경우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질병청은 예방접종도우미·정부24 누리집에서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쿠브 앱을 통해서만 접종사실 증명이 가능하다. 질병청은 해당 앱을 활용해 예방접종 완료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QR코드로 간편인증이 가능한만큼 공공장소 출입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백신 여권’ 도입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백신 여권 도입을 철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청원자는 “정부가 국민들 모르게 (백신 여권의) 윤리적·기술적 기준을 마음대로 결정하고, 도입 여부와 시기와 방법까지 다 결정한 다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그는 “백신 접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사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백신 접종을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백신 접종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며,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QR코드로 백신 여권이 도입될 경우, 경제적 이유 등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 등 계층 간 격차 및 계층 소외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에는 7000여명이 동참했다. 

보건의료시민단체 등에서도 ‘백신 여권’이 자칫 차별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운영위원은 “백신 여권은 일종의 백신을 맞았다는 표식인데, 백신을 접종할 수 없거나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는 면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백신 접종 여부를 놓고 차별을 둔다는 것 자체가 보편적인 인권 원칙에서 어긋난다. 백신 여권이 단순 접종 독려를 넘어 식당, 공공시설에서의 인증 등 일상생활에까지 파고든다면 인권의 관점에서 굉장히 위험하다”며 “방역관점의 접근에 앞서 인권적 원칙과 기준을 살펴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정부 내부에서도 '백신 여권'에 대한 입장은 분분하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8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백신 여권 도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냈다. 권 장관은 "백신여권을 도입하려면 전 국민에서 가능한 연령층이 모두 백신을 접종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고위험군과 필수 인력을 중심으로 접종이 이뤄지고 있어 백신 여권 도입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백신이 전염을 예방한다고 확신하지 않는다. 백신을 접종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차별 문제 등 다른 문제도 있다"며 백신 여권 도입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미국 백악관도 개인정보 침해, 접종자와 비접종자 간 형평성 문제 등으로 연방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여권을 도입할 가능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달리 아이슬라드, 이스라엘, 중국 등은 백신 여권을 도입, 공공장소 출입 등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고 있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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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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