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에 반발 의료계...이유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확대'에 반발 의료계...이유는?

의원급 의료기관도 비급여 진료비 공개...의료계⋅치과계 반발

기사승인 2021-04-28 03:49:01
자료사진 

[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정부가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의료현장의 반발이 높아지고 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기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입법예고한 바 있다.  

비급여 진료비 공개 항목은 기존 564개에서 616개로 늘리고, 비급여 진료비를 보고하지 않거나 관련 자료 미제출 시에는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특히 해당 고시개정에 따른 비급여 진료현황을 취합해 오는 8월 18일 공개한다는 계획도 담겼다. 

비급여 진료비용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합리적 의료이용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다. 특히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내세운 보장성강화정책, 일명 문재인케어의 일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의료계에서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 의무화'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적 경제활동을 정부가 침해한다'는 지적부터 '값싼 진료를 부추겨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비급여 진료는 환자와 의사의 사적거래다. 사적거래까지 국가가 들여다보고 규제하겠다는 것은 '빅브라더급'"며 "비급여 진료비를 취합해 공개한다는 것도 가격 낮추기 경쟁만을 유발해 의료의 질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방접종료만 해도 매년 오르는 상황에서 급여 내역을 1주일 내에 입력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매기는 것도 문제다. 의사를 규제의 대상으로 삼고 행정력을 요구하는 바람에 진료에 전념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헌법재판소에 해당 시행규칙과 고시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심판청구소를 제출한 바 있다.   

비급여 진료가 필수불가결한 의료의 일부분이며, 이를 선택할 환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문재인케어의 일환으로 비급여 관리 정책이 이뤄지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신의료기술 도입의 통로가 되는 비급여는 필수불가결한 의료의 일부분"이라며 "오로지 건강보험 보장율 수치만을 높이고 정책의 성공을 자랑하기 위해 정부가 통제, 관리한다면 의료의 다양성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간다. 비급여 진료는 무조건 불필요하고, 의사나 의료기관의 이득을 위한 진료라는 여론몰이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과의사들도 '도가 지나친 개입과 규제'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박종진 대한치과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정부가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를 수집해서 홈페이지에 게시할 경우 가격경쟁으로 이어져 결국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출한 의료기관이 이득을 보게 된다.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환자를 값싸게 진료하는 방향으로 의료환경이 바뀌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라고 했다.

박 이사는 "그동안 치과계에서는 '투명치과' 논란 등 저가마케팅으로 환자를 유인한 다음 폐업해버리는 일부의 행태가 문제가 된 바 있다. 비급여 진료비 고시는 저가경쟁을 부추가고, 소신지료하는 병원은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의료계와 달리 시민단체 등에서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은 "비급여 진료비는 의료기관이 임의로 책정하고 있지만 안전성과 유효성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고, 일부에서 비급여 진료가 남용돼왔던 것도 사실이다. 반면 환자들에게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었다"며 "의료쇼핑 등 부작용보다는 정보 공개를 통한 이득이 더 클 것"이라고 피력했다. 

최성철 암시민연대 대표는 "급여 진료항목은 공적인 평가가 이뤄진데 비해 비급여는 충분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비급여 항목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기준 자체가 없어서 환자들이 합리적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는 "의료계는 환자들이 가격만 보고 진료 의료기관을 선택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지만, 본인의 건강과 직결된 치료라면 가격만 보고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전미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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