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엄마, 아빠들은 이 뉴스를 보고 "잘못된 성교육을 받아서" "음란물을 쉽게 접한 것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한편으론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혹시 내 아이가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을지 또는 가해자가 되지 않을지 걱정 때문이다.
◇성인 70%, 학교 성교육 불만족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불법합성물 제작·유포 사범 집중수사'를 추진한 결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거된 94명 중 65명(69.1%)가 10대였다. 또 피해자 114명 중 66명(59.9%)이 10대였다. 불법 영상 합성 가해자와 피해자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인 것이다.
10대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면 화살은 학교 성교육을 겨냥하기도 한다. 학교 성교육이 현실적이지 못하고 그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난은 끊이지 않았다.
실제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가 2020년 9월21일부터 10월1일까지 초등학생 142명, 중·고등학생 76명, 성인 395명을 조사한 결과, 초등학생 8.6%, 중·고등학생 41.6%, 성인 70.1%가 '학교 성교육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학교 역시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성은 예민한 주제인데다 학부모마다 이해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자칫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교육기관인 만큼 성교육에 소극적이거나 아예 성교육을 기피하는 학교도 적지 않다. 초등 5~6학년 대상의 2008년도판 보건 교과서 개정에만 12년이나 걸렸을 정도로 학교 현장에서의 성교육 변화는 아직 잰걸음인 상태다.
◇"성교육해주고 싶어도 배울 곳이 없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자녀 성교육에 직접 나서는 학부모들이 적잖다. 코로나19 이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늘면서 성교육과 관련한 부모들의 고민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부모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 성교육을 해주고 있나" "성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나" 등의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질문에 "학교에서 ○학년이 되면 ○○내용의 성교육을 한다"고 정보를 주거나 아이가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성교육 관련 전집이나 책,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공유하기도 한다. 사교육처럼 그룹을 만들어 유료 성교육 강의를 듣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니 성교육에 대한 부모의 관심이 적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다.
높은 관심만큼 양육자를 위한 성교육이 부족한 건 문제다. 성교육 관련 자료를 언급한 한 부모의 게시글엔 '공유 부탁한다'는 댓글이 수없이 달릴 정도로 부모들은 자녀 성교육을 위한 가르침에 목말라하고 있다.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엄마는 "아들이 요즘 성에 관심을 많이 보여 성교육을 하려는데 어디서 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성교육은 못 해주겠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엄마는 "나도 학교 성교육시간에 배운 게 없는데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을 필요로 하는 일부 학부모들은 주로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주최하는 설명회, 혹은 여성가족부에서 전국 58개소로 운영 중인 청소년성문화센터 설명회를 듣거나 성교육 업체의 무료 강의를 신청해 듣는다. 그러나 이같은 강의는 설명회 일자를 정해두고 열리는 이벤트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 청소년성문화센터 홈페이지엔 양육자를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이 평일에 있다고 안내되고 있음에도 실제론 행사처럼 일정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의 한 청소년성문화센터는 관계자는 "홈페이지 프로그램 안내에 나와 있는 것은 매일 열리는 것이 아니고 시기를 정해 공지를 하고 이에 따라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02년 한국학교보건학회지에 실린 '학부모들의 성의식, 성교육 태도 조사 연구'에 따르면 학부모 95% 이상이 성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11.6%는 어떻게 얘기할지 몰라서 자녀에게 성교육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양육자에 대한 성교육 부재는 많은 부모가 자녀와 성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게 하고, 가정 내에서 성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전문가 "아이가 성에 관심 보일 때 자연스럽게 대화해야"
그렇다면 우리 아이를 위한 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는 생활 속에서 아이와 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성교육하는 아빠'로 알려진 성교육 전문가 박제균 JDSBooks 대표는 "성 가치관이라는 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이와 TV를 보다가 우연히 키스신을 봤을 때, 백화점에서 직원이 마네킹 옷을 갈아입히는 모습을 봤을 때와 같이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성에 관심을 보일 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엄마와 아빠가 남녀 간의 감정을 나누고 연애와 결혼, 출산을 거치는 평범한 것 같은 과정이 바로 성교육"이라면서 "이런 이야기는 성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별도의 시간을 만들어 거창하게 성교육을 하려고 하니 자연스럽지 못하고 어색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짧은 시간에 형식적인 성교육을 할 수밖에 없는 학교와 일상 속 대화가 가능한 가정의 성교육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또 박 대표는 아무리 유명한 성교육 책이나 영상을 자녀에게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이를 매개로 한 부모와 아이의 대화가 없다면 도움을 얻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 아이들의 휴대폰·인터넷 접속 시간이 많다 보니 음란물을 보는 것을 부모가 막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라면서 "아이가 음란물을 접했을 때 이걸 못 보게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하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10대는 성적 호기심이 커지는 시기이고, 이는 자연스러운 일인 만큼 통제하기보단 적극적인 성교육으로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성교육 수요조사 연구' 보고서(2018)에서 조영주 연구원은 "성을 문제나 금기, 위험으로만 다루는 것은 변화하고 있는 청소년의 경험과 실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오히려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성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함으로써 왜곡된 성에 대한 인식과 관점, 실천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 연구원은 "성에 대해 자유로운 소통은 금기와 금욕을 넘어 성적 주체로서 청소년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시작이며 청소년의 성 관련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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