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26일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재개발구역 지정의 걸림돌이었던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고 정비구역 지정 기간도 대폭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매년 25개 이상의 정비구역을 발굴해 2025년까지 총 1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주거정비지수제란 주민동의율, 노후도 비율, 도로 연장율, 세대 밀도 등을 점수화해 재개발 구역 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시는 이 제도를 폐지하고 노후도 동수 3분의2 이상, 구역면적 1만㎡ 등 법적 요건만 충족하면 재개발 구역 지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주민 동의 절차도 간소화한다. 현재 정비구역이 지정되려면 주민제안·사전타당성조사·정비구역지정 등 총 3단계에 걸쳐 주민 동의율을 충족해야 하지만 사전타당성 조사 단계의 주민동의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통상 5년의 시간이 걸리던 사업을 2년으로 줄인다.
또 2종 일반주거지역 중 7층 높이제한 규제를 폐지해 용적률과 최고층수 규제를 완화한다. 또 올 하반기부터 매년 재개발구역 공모를 추진해 연간 25개의 신규 정비구역을 발굴하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서울시의 재개발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일컬어지는 재건축보다 상대적으로 집값 상승에 덜 영향을 주는 재개발을 통해 시장 안정화를 이룰 수 있을 거란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이 필요한 노후·낙후지역은 아무래도 재건축 단지보다는 재개발 지역이고, 이는 주택공급확대 측면에서도 더 효율적”이라며 “강남아파트, 강남재건축이라는 단어로 흔히 통용되는 재건축은 기대심리에 따른 가격상승 등의 부작용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멸실 주택수를 제외하고 실제로 증가하는 주택물량을 보더라도 현재로서는 재건축보다 재개발이 더욱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가장 큰 우려는 공급계획이 길다는 점과 재개발 저층 주거지 중심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면서도 “다만 두 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값 안정화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된다. 개발 기대감으로 인한 ‘갭투자’ 증가 등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진형 회장은 "우려는 공급계획이 길다는 점과 재개발 저층 주거지 중심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라며 " 앞으로의 서울시는 시장에 무작정 공급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기보다 장기적인 수요‧공급 예측해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시중 유동자금이 3100조를 넘어선 상황에서 공급 속도가 늦어질 경우, 해당 자금들이 서울의 신축 및 기존 아파트,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오피스텔, 단독, 다세대주택으로 흐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뿐만 아니라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우려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번 재개발 완화방안으로 집값이 안정화되기는 어려울 거 같다”면서 “현재 시중 유동자금이 3100조를 넘어섰다. 이 유동자금이 서울의 경우 신축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로, 서울이 아니라면 수도권 등으로 퍼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유형별로는 오피스텔, 단독주택, 다세대주택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며 “재개발‧재건축 투기수요를 근절하고자 하지만 모든 상품에 대한 억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asj052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