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회계학회장) 등이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금융위는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 정석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와 손상호 전 금융연구원장을 추천했다. 하지만 손상호 전 금융연구원장은 청와대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외됐다.
이들 모두 학자 출신이지만 금융당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우선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법학전문교수이지만 금융업에 대해서도 뛰어난 식견을 가졌다. 그는 최근 금융전문 법학자로 ‘금융소비자보호법’라는 저서를 냈다. 또한 이 교수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에도 활동한 바 있다.
또 다른 유력 후보자로 거론되는 원승연 교수는 민관을 모두 경험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는 2017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 퇴임 때까지 2년 7개월 간 금감원에 몸담으면서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을 맡았다. 원 교수는 금감원 안에서 원칙주의자 혹은 강성으로 평가받았다. 그가 금감원 부원장 시절 삼성증권 배당사고(2018년)와 관련 일부 영업정지 이상 기관 제재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등의 내용을 담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그는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금융위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정석우 교수는 제 38대 한국회계학회 회장을 맡았고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증선위 비상임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회계 전문가로 잘 알려져 있으며 전문회계법인에 몸 담은 바 있다. 또한 그는 2019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회계학회장을 맡은 바 있다.
다만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민간 출신(혹은 학자 출신)이 금감원장을 맡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와 관계를 고려한다면 관료 출신들이 낫다는 것이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윤석헌 원장이 감독원장으로 재직했을 당시 금융위와 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현재 금감원이 겪고 있는 금융위의 예산삭감과 기재부의 성과급 삭감 등은 모두 윤석헌 전 원장이 초래했다”며 “최종구 전 위원장에게 대책 없이 맞선 결과가 예산삭감이었고, 국감장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자극한 결과 돌아온 것은 성과급 삭감, 상위직급 추가 축소, 해외사무소 폐쇄 요구였다”라고 했다.
게다가 금융감독원 노조 측은 이상복 교수와 원승연 교수에 대한 반감도 크다. 금감원 노조 관계자는 “이상복 서강대 교수는 평소 금융업에 소신을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금융위원회 시각과 거의 일치한다”며 “만약 그 분이 임명될 경우 집회시위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후보자로 거론되는 원승연 교수에 대해서도 내부적으로 불만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원승연 교수는 윤석헌 원장 체제에서 부원장을 한 만큼 윤 원장과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금감원 내부 분위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 내부 바람과 달리 관료 출신들은 등용될 가능성이 적다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인 만큼 BH(청와대) 내부에서는 관료 보다는 학자 출신을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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