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성추행에 혼인신고날 세상 등진 여군…"억울함 풀어달라" 유가족 호소

동료 성추행에 혼인신고날 세상 등진 여군…"억울함 풀어달라" 유가족 호소

후임 앞에서 성추행
상관에 신고했지만 조직적 회유
청와대 국민청원, 비공개 상태서 동의 18만 넘겨

기사승인 2021-06-01 13:36:11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쿠키뉴스] 임지혜 기자 =공군 모 부대 소속 여성 부사관인 A중사가 동료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신고한 이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은 A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 31일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A중사를 '제 딸'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공군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으로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 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청원인은 "공군 부대 내 성폭력 사건과 이로 인한 조직 내 은폐, 회유, 압박 등을 견디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달라"며 "제 딸은 왜 자신의 죽음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고 남기고 떠났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타 부대로 전속한 이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최고 지휘관과 말단 간부까지 성폭력 피해자인 제 딸에게 피해자 보호 프로그램 매뉴얼을 적용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정식 절차라는 핑계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를 가한 책임자 모두를 조사해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끊이지 않은 채 발생되고 있다"며 "제대로 조사되지 않고 피해자가 더 힘들고 괴로워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도 처참하고 참담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더는 우리 가족과,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되지 않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저희 딸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러 편히 안식할 수 있게 간곡히 호소하니 도와달라"고 덧붙였다. 

MBC에 따르면 A중사는 지난 3월 회식에 참석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부대 내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해 회식금지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그러나 야간 근무를 바꿔서라도 참석하라는 선임 B중사의 명령이 있었는데 실제론 상사 지인의 개업 축하자리였다. 

술자리가 끝나 돌아오는 길에 A중사는 차 뒷자리에서 B중사에게 신체 성추행을 당했다. 앞자리에선 후임 부사관이 운전 중이었다. A중사는 차에서 내려 상관에게 신고했다.

유족 측은 MBC 인터뷰를 통해 신고 직후 즉각적인 조사 대신 부대 상관들의 조직적 회유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보도에 따르면 회식을 주도했던 상사는 "없던 일로 해주면 안되겠냐"고 합의를 종용했고 가해자는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가해자 아버지까지 나서 명예로운 전역을 하게 해달라고 압박했다.

A중사는 지난달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날은 A중사와 군인인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날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MBC에 따르면 A씨는 숨지기 전 가족에게 휴대폰 영상을 남겼으며 '나의 몸이 더렵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등의 메모가 남겨져 있었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사건이 알려지면서 국방부는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1일 오전 브리핑에서 "군이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 막중한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유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서욱 국방부 장관은 사안의 엄중성을 고려해 성폭력 사건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된 상관의 합의 종용이나 회유, 사건 은폐 등 추가적인 2차 피해에 대해서도 군 검·경 합동 수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신속하고 철저히 조사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누리꾼들은 분노했다. 

A중사 유가족이 올린 청원은 비공개 청원임에도 올라 온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일 동안 20만명 이상 국민 동의' 충족을 코 앞에 뒀다. 

1일 오후 1시15분 기준 해당 청원은 18만8650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전 동의 100명을 훌쩍 넘어 관리자가 공개 검토 중에 있다. 

누리꾼들은 "투신한 중학생들도, A중사도 생전에 신고했을 땐 들은 척도 안 하더니 피해자가 죽어야만 들여다보는 건가" "관련자를 엄벌에 처하게 해달라" "너무 안타깝다" 등 반응을 보였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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