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없고 냄새도 안 나니까”…‘금연구역’ 사각지대

“니코틴 없고 냄새도 안 나니까”…‘금연구역’ 사각지대

니코틴 없으면 담배 아닌 의약외품, 확인 어려워 과태료 우선 부과

기사승인 2021-06-05 05:30:02
유해물질 노출‧청소년 흡연 예방 위한 노력 필요 

한시적 흡연구역 대안도

복지부 “금연 동기 부여 제도 시행”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유무와 상관없이 각종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을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실내, 공원 등 금연구역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최근 트로트 가수 임영웅도 실내에서 니코틴 없는 전자담배를 피워 논란이 된 바 있다. 니코틴이 없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금연구역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니코틴이 없더라도 에어로졸을 통해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고, 흡연 행위가 노출되지 않음에 따라 청소년 흡연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 및 정책적 지원 강화가 필요하다. 

◇니코틴 없는 제품은 식약처 규제 대상…‘유해물질’ 발생 

국민건강증진법 제34조 제3항에 따르면, 제9조제8항을 위반해 금연구역에서 흡연한 자에게는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여기서 과태료 대상물은 담배 또는 니코틴이 함유된 것으로만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액상형 전자담배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나, 니코틴이 없다는 것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과태료가 면제된다. 이에 임영웅의 소속사도 입장문을 통해 “(임영웅이) 사용한 액상에는 니코틴과 타르 등이 전혀 첨가돼 있지 않으며 이는 관계 법령에 의거 과태료 부과대상이 아님을 밝힌다”면서도 “사용한 액상의 원재료 용기 등에 무니코틴 표시가 없어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전한 바 있다. 

문제는 ‘무니코틴’임을 증명하기 어렵고, 니코틴이 없더라도 에어로졸을 통해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대한금연학회 상임이사)은 “니코틴이 없으면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무니코틴 용액을 전자담배 기기로 흡입하는 행위’가 된다. 하지만 과거 니코틴이 없다고 주장한 전자담배 제품들을 수거해 분석한 결과 3개 중 2개에서 니코틴이 검출됐다”며 “무알콜 맥주도 알코올 도수가 1% 이하면 무알콜로 분류된다. 니코틴이 100% 없다는 것을 확인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게다가 무니코틴 액상을 관리하는 주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다. 과거 가습기살균제 때 용액 독성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가 호흡기로 들이마셨을 때 문제가 발생한 바 있어 규제가 까다로워졌다”며 “그래서 전자담배 업계에서는 액상과 니코틴을 섞어서 판매하고 있다. 니코틴을 섞는 순간 식약처 관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식약처로 부터 허가 받은 무니코틴 제품은 4개 품목에 불과하다. 식약처 관계자는 “니코틴이 함유되지 않은 제품은 ▲담배의 흡연욕구를 저하시킬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과 ▲담배와 유사한 형태로 흡입해 흡연 습관 개선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사용하는 제품을 의약외품으로 지정하고 있다”면서 “해당 의약외품은 안전성, 유효성 및 품질 등에 대한 심사를 통해 적합한 경우 허가하고 있으며, 전자기기 등이 포함된 경우는 이를 포함해 심사 및 허가하고 있다. 현재 허가된 제품은 4개 품목”이라고 밝혔다. 

또 액상형 전자담배는 니코틴 유무와 상관없이 각종 1급 발암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의 흡연을 주의해야 한다는 게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그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의 주원료인 PGVG, 가향물질이 기화되면서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한다. 흔히 수증기가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에어로졸이라고 한다”면서 “니코틴이 있다고 치면 니코틴과 환경호르몬인 프탈레이트, 초미세먼지, 중금속,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하이드, 폼알데하이드가 배출되고, 니코틴 없는 제품을 피운다고 하면 니코틴 빼고 다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니코틴이 없어서 법상으로 불법은 아니지만 일단 유해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며 “금연구역, 특히 실내 공간에서는 이러한 물질들이 나와선 안 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이윤신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니코틴이 없더라도 에어로졸을 통해 유해물질이 나와 간접적인 피해 문제가 발생한다. 때문에 흡연 행위가 있으면 일단 단속 대상이 된다”면서도 “니코틴이 없으면 법령상 규제대상이 아니어서 무니코틴임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담배 규제 대상이 니코틴이 함유된, 연초를 중심으로 정의돼 있어서 그 범위를 넓히려는 방향으로 금연종합대책이 마련된 상태이지만,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는 금연종합대책 방향에 따라 금연구역을 확대하고 과태료 감면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흡연행위 비규범화 노력 필요…‘한시적 흡연공간’ 대안  

니코틴 유무와 관계없이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지 않는 행위는 청소년 등 비흡연자의 흡연 행위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금연구역 확대는 길거리 흡연 등 풍선효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흡연자 계도 및 금연구역 관리 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이 센터장의 주장이다. 

이 센터장은 “실외 금연구역은 간접흡연 예방차원이라기 보단 아이들 눈에 담배 피우는 것을 보이지 않도록 함으로써 흡연 행위를 비규범화하는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다. 단순히 연기 때문에, 비흡연자가 불편해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측면에서 (흡연하지 않는 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피우더라도 사람 없는 곳에서 피워야 한다는 인식개선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흡연율이 있는데 실내를 모두 막아 놓고 실외까지 모두 규제하는 것은 흡연자들의 반발만 일으킨다. 특히 서울시는 실내 흡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실외 구역만 많이 만들어 놨다. 그러니 담배회사도 흡연실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며 “흡연율과 정책이 유기적으로 연동돼야 금연 정책도 효과가 나타난다. 우선 실내부터 잡고 흡연율이 10%대로 떨어졌을 때 실외 흡연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흡연구역 설치 지침에 따라 한시적으로 흡연 공간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담배규제협약(FCTC)과 국민건강증진법의 취지상 흡연 관련 편의시설 및 흡연 장치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실내 흡연이 단계적으로 금지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과태료를 부과해 처벌하는 방식보다는 금연 동기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이 과장은 전했다. 

이 과장은 “2019년 발표한 금연종합대책에 따라 모든 실내에서 흡연이 금지된다. 금연구역 범위가 넓어지면서 흡연권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고,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면서 “한시적으로 실외 흡연가능구역을 설치하는 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흡연하기 편한 시설의 설치를 권하는 방향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전체적인 방향은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관련해 ‘흡연 과태료 감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금연구역 내 흡연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는 처벌적인 접근이지 금연 동기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흡연자가 과태료를 감면받고 금연에도 성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제도의 내실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6월 4일부터 시행된 ‘흡연 과태료 감면제도’는 과태료 부담을 완화하고, 흡연자가 금연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제도다. 3시간 이상의 금연교육을 이수하면 과태료 금액의 100분의 50을 감경하고, 지정된 금연지원서비스를 이용하면 100%를 면제한다. 

2년간 흡연 과태료 감면제도에 의해 과태료 감면을 받은 사람은 3회 적발 시부터는 감면을 받을 수 없고, 현재 과태료를 체납 중인 사람도 감면을 받을 수 없다. 

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지금까지 누적 참여자는 총 8824명(5월 31일 기준)이며, 이 중 5393명(61.1%)이 금연교육이나 금연지원서비스를 이수해 과태료 감면 혜택을 받았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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