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공여자-일반인 대사 위험 차이 없지만…'수술비·무급휴가'로 경제 악화

신장 공여자-일반인 대사 위험 차이 없지만…'수술비·무급휴가'로 경제 악화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공여자의 공여 전후 건강상태 및 사회경제적 변화 분석

기사승인 2021-06-09 11:30:35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신장 이식을 진행한 공여자의 혈압, 비만, 콜레스테롤 등 유병률은 일반인과 차이가 없지만, 공여 후 불리한 사회경제적 상황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신장 이식을 진행한 공여자의 공여 전후의 건강상태와 사회경제적 변화를 분석한 연구결과를 9일 발표했다.

신장 이식은 말기신부전 환자에게 투석 외의 유일한 치료법이며, 말기신부전 환자의 평균 여명 연장 및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서 기증받은 건강한 신장을 심어주는 수술 과정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연간 2000건 이상의 신장 이식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중 약 50% 정도가 생체 공여자로부터 기증돼 이루어지고 있다. 생체 공여자란 뇌사자가 아닌 살아 있는 혈연 또는 비혈연 기증자를 말한다. 

그러나 생체 신장 공여자의 단·장기 합병증과 예후, 공여 후 건강상태와 심리적, 사회경제적 문제에 관한 국내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보의연은 생체 신장 공여자의 임상적 분석과 설문을 통한 공여 전후의 변화를 확인하고자 ‘생체 신장 공여자의 안전을 위한 의료 관리 지침 개발’ 연구를 수행했다. 

◇ 생체 신장 공여자-일반인 대사위험도 차이 없어, 초기 사구체여과율 낮으면 신기능 관찰

보의연은 7개 국립대병원에서 1979년 1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신장 이식을 위해 신장 적출술을 받은 생체 신장 공여자 2051명과 일반인(건강 대조군) 2051명을 매칭한 후향적 코호트 자료를 토대로 대사 위험도를 비교했다. 

혈액 내에 요산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고요산혈증(남성 7 mg/dL 이상, 여성 6 mg/dL 이상)의 유병률은 공여자 및 일반인에서 모두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상승했다. 공여자의 경우 1995-2000년 4.6%에서 2012-2016년 11.5%로 상승했고, 일반인은 6.5%에서 16.5%로 급격한 상승을 보였으나 두 군 간 유병률 상승 경향에는 차이가 없었다.

고혈압(수축기 혈압 140 mmHg 이상) 유병률의 경우, 공여자는 1995-2000년 7.2%, 2012-2016년 18.5%였으며 일반인은 같은 기간 동안 10.5%, 24.4%의 유병률을 보였다. 두 군간 유병률의 경향에는 차이가 없었다.

고콜레스테롤혈증의 경우 1995-2000년에는 두 군의 유병률이 32%로 비슷했으나, 2012-2016년에는 공여자에서 40%, 일반인에서 50%까지 상승했다. 

체중/비만(BMI(체질량지수)≥25kg/m2)의 유병률은 전 기간 동안 공여자가 일반인에 비해 전반적으로 환자 비율이 높았으나, 두 군간 경향에는 차이가 없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공여자들의 신기능 회복 확인을 위해 1982년부터 2018년까지 신장 공여자 1358명을 대상으로 ‘만성콩팥병’의 위험도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식 후 초기에 측정한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이 높은 경우 신장 생존율이 높았다. 사구체여과율은 신장이 일정 시간 동안 특정 물질을 제거할 수 있는 혈장량으로 신장 기능을 반영하는 지표이다. 반대로 초기 수치가 낮은 경우에는 1개월 후 측정한 추정 사구체여과율의 변화량에 따라 신장 생존율에 차이를 보여 공여 후 신기능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03년부터 2016년까지 7개 국립대학교병원에서 시행된 생체 신장 공여자와 매칭된 일반인 각 1701명에 대해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였으나 사회경제적 수준 및 거주 지역을 보정했을 때 생체 신장 공여자와 대조군 사이에 사망률 차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장공여 후 새롭게 고용될 확률 낮아…공여자 34% 사회적·경제적 변화 경험

2003-2016년 동안 7개 국립대병원에서 신장 이식을 받은 공여자 1369명과 같은 수로 매칭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를 확인한 결과, 공여자의 경우 공여 후 사회경제적 상황이 다소 불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여자들은 신장 공여 후 피고용 상태를 유지하지 못할 확률이 높았으며, 새롭게 고용될 확률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하게 낮았다. 이러한 고용 불평등은 공여 2년 후 부터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단기적, 장기적으로 경제적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여자의 경제력 분위가 상승할 확률은 일반인에 비해 약 0.5배로 유의하게 낮았다. 반대로 공여 전과 비교하여 경제력 분위가 하강할 확률은 약 1.4배였으며 이러한 경향이 공여 후 5년까지 유지됐다.

연구진은 서울대학교병원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에서 신장 공여자 240명을 대상으로 사회경제적 변화에 관하여 설문조사했다.

그 결과, 총 34.2%에서 사회적, 경제적 변화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 중 ‘공여 시 발생한 수술비용으로 어려워졌다’가 69.5%, ‘수술 이후 각종 보험 가입/유지 제한 경험’이 54.9%, ‘휴학/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이 42.7%로 나타났다.  

또 공여 전후로 일을 할 수 없었던 날은 약 67일이었으며, 직업이 있는 공여자는 그중 35일이 무급휴가로 나타나 충분한 요양 및 휴무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공여 전후로 검사 및 수술, 입원비용에 대해서는 40.8%의 가장 높은 비율로 ‘공여자 본인 전액 부담’이 차지했고, ‘수혜자가 전액 부담’이 35.4%로 그 뒤를 이었다. 이 중 개인 사보험의 혜택을 받았다고 응답한 공여자는 24.2%로 공여 시 사보험의 보장 영역은 크지 않았다.

현재 보험 체계상 모든 공여자에게 공여 시 시행된 검사 및 수술 비용의 일부가 신장 이식 수혜자에게 주어지는 희귀난치성 질환 산정 특례 적용을 받아 환급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비용을 환급받지 않았다고 응답한 공여자가 25.8%로 약 1/4에 해당됐다.

연구책임자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이하정 교수는 “최근 생체 신장 공여자의 장기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체 신장 공여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공여자의 대사위험도와 장기 생존율이 매칭된 건강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최근 대사증후군의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앞으로도 이러한 경향이 유지될 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신장 이식 공여자의 안전 관리를 위해 체계적이고 전향적인 국가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책임자 보의연 최인순 연구위원은 “생체 신장 공여는 이타적인 마음을 기반으로 하는 것인데, 사회경제적 요인에 의해 생체 신장 공여자의 장기 생존이 낮아질 수 있고 경제적 상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여자의 사회경제적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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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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