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광주 동구청은 붕괴 건물의 철거 허가 심사를 적법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해체계획서에 첨부하게 되어 있는 ‘구조안전계획 안전점검표’가 누락됐음에도 철거를 허가한 것이다. 건축물 관리법에는 건축물 해체 허가를 위해서는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해체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현장 실사가 없던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동구청은 지난달 14일 시공사로부터 철거 허가신청서를 접수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사고 발생일까지 한 번도 법정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다. 현장점검이 필수는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진행한다. 다만 동구청에는 학동 4구역의 철거 과정이 위험해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민원이 접수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9일 오후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에서 철거 공사 중이던 5층 건물이 무너졌다. 건물 잔해는 버스 정류장을 덮쳤다. 정류장에 정차해있던 시내버스 1대가 매몰됐다. 버스에 갇힌 17명 중 9명은 숨졌다. 나머지 8명도 큰 부상을 입었다.
광주 붕괴 참사 원인으로는 안전 규정과 법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이 꼽힌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조사 결과가 정확히 나와야 말씀드릴 수 있겠으나 제도 미비와 사각지대보다는 현장에 광범위하게 퍼진 안전불감증과 제도가 지켜지지 않은 점을 엄중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비판이 일지만 공무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앞선 참사에서도 공무원들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와 1995년 서울 서초구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안전 관리·감독 업무를 맡은 공무원은 대부분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삼풍 측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백화점 설계 변경을 승인해준 이충우·황철민 전 서초구청장은 각각 징역 10개월에 그쳤다. 지난 1999년 경기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에서는 불에 취약한 건물임을 알고도 허가를 내준 당시 화성군청 공무원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씨랜드 인허가 비리 연루 의혹을 받은 김일수 전 화성군수는 무혐의로 처분됐다.
솜방망이 처벌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014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에서도 공무원의 부적절한 인허가가 문제가 됐으나 견책에 그쳤다. 2019년 서울 서초구 잠원동 붕괴 사고 관련 관리·감독 소홀 혐의를 받는 서초구청에 대해서는 아직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처벌은 지지부진하다. 잠원동 붕괴 사고는 광주 붕괴 참사와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정치권에서는 뒤늦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벌 대상에 인허가 책임자인 공무원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1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안전 의무를 소홀히 해 중대한 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을 형사처벌 하는 법안이다. 원안에는 인허가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 처벌 조항이 명시됐으나 삭제, 통과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에서 활동 중인 권미정 김용균재단 사무처장은 “자신의 권한만큼 업무를 하지 않은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과 개정 등을 통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 공무원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문제제기할 수 있는 조항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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