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중국산 게임이 재차 한국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2010년 후반부터 국내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온 중국게임은 현재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 대형 게임사와의 경쟁에서도 대등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특히 일부 장르에서는 중국게임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미소녀 중심의 일러스트가 특징인 ‘서브컬처’ 장르의 경우 본산지인 일본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22일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앱) 순위 사이트 ‘게볼루션’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게임즈가 지난 17일 출시한 모바일 전략 RPG(역할수행게임) ‘백야극광’은 출시 6일 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게임 6위를 기록했다. 이 게임은 퍼즐과 턴제 전투가 결합된 전략 RPG(역할수행게임)로 매력적인 캐릭터와 개성있는 게임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특히 캐릭터 및 타일의 속성을 활용한 참신한 전투방식으로 많은 호평을 얻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기준으로 구글 매출 순위 14위를 기록 중인 중국 빌리빌리의 ‘파이널기어’는 지난 4일엔 엔씨소프트의 ‘트릭스터M’ 등 국내 주요게임사의 작품을 제치고 구글 플레이 최고 매출게임 4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메카닉(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대로봇)을 조종하는 미소녀 캐릭터를 핵심으로 내세운 이 게임은 뛰어난 품질의 작화와 화려한 연출로 마니아층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9월 출시된 미호요의 ‘원신’은 중국게임의 가파른 성장세를 잘 보여준 작품이다. 3인칭 오픈월드(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플레이의 제약이 거의 없는 장르의 게임) 액션 어드벤처를 표방한 이 게임은 수려한 그래픽과 뛰어난 게임성을 바탕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게이머를 매료시켰다. 글로벌 모바일 통계 앱 ‘앱애니’에 따르면 원신은 2021년 1분기 소비자 지출 2위를 기록하며 엄청난 성과를 거뒀다.
불과 2000년대 후반~2010년 초반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국내 게이머는 중국게임을 ‘표절작’, ‘저질 양산형’이라 여기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중국게임에 대한 인식변화는 ‘상전벽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 중국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들의 기술력이 최근 크게 발전해 멀티플랫폼으로 출시하는 게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글로벌 서버를 운영하는 게임사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각 나라에 맞춘 높은 수준의 현지화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게임업계 사정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전까지 중국게임사는 적자생존의 내수시장과 유수 글로벌 게임사가 넘쳐나는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카피캣(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있거나 잘 팔리는 제품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 행태를 보여왔다”며 “하지만 모방이 반복되자 강력한 내수 시장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기술력이 빠른 시간 내에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내 이공계 우대 정책 및 스타트업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보니, 이들이 빠르게 성장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게임의 국내 진출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일변도의 정책 때문이다. 이달부터 중국에선 강력한 미성년자(청소년) 보호법이 시행됐는데, 만 18세 이하의 중국 청소년은 실명 인증 시스템을 거쳐 게임에 접속해야 한다. 게임 이용 시간도 평일 기준 90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
규제 일변도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더 많은 중국산 게임이 한국 시장을 노릴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중국정부는 이전부터 게임산업을 강력히 규제했고, 그 결과 자국 게임사들에 대한 내자 판호 조차 받기 어려운 형편이 됐다”며 “이로 인해 중국게임사는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sh04kh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