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크래프톤...'거품' 논란에도 믿는 구석 있나?

IPO 앞둔 크래프톤...'거품' 논란에도 믿는 구석 있나?

기사승인 2021-06-29 06:30:04
사진=크래프톤 CI.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는 게임사 크래프톤이 암초를 만났다.

지난 25일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았다고 공시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에 따라 크래프톤의 기존 증권신고서는 이날부로 효력이 정지됐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한지 9일 만이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은 직접적인 시장 개입을 지양하는 편이다. 다만 증권신고서 형식에 문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이 거짓으로 기재 혹은 미표기된 경우 정정 요구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중대한 내용이 빠져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금감원은 "중요 사항을 기재하지 않았다" 정도로만 공시했지만, 고평가 논란이 있는 공모가 산정 근거를 보다 분명히 해달라는 게 핵심 요구 사항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크래프톤이 앞서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1주 당 희망 공모가액은 45만8000원~55만7000원에 책정됐다. 공모가가 최하단인 45만8000원만 기록해도 기업 가치 23조원이 되는데, 국내 대형 게임사인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상회하는 금액이다. 즉각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크래프톤은 기업가치 평가에 총 7개의 비교 대상 기업을 선정하고 해당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비교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기업가치를 35조736억원으로 산정하면서 엔씨소프트·넷마블·액티비전블리자드·넷이즈 등 국내외 게임업체를 포함해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를 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이 가운데 월트디즈니의 매출 63.5%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에서, 워너뮤직은 85.8%가 음반에서 발생한다. 매출 대부분이 게임 배틀그라운드에서 나오는 크래프톤의 사업구조와는 크게 달라 논란이 됐다.

이에 크래프톤 측은 28일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성실히 응해 IPO 추진 등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14~15일로 예정된 일반 투자자 청약 일정도 21~22일로 연기한 상황이다.

사진='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크래프톤 제공

◇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의 존재감

크래프톤에게도 확실하게 믿는 구석은 있다. 바로 자회사 펍지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플레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배틀그라운드)’다. 이 작품은 최대 100명의 게이머가 서로 싸우며 최후의 1인을 가리는 ‘배틀로얄’ 방식의 1인칭 슈팅게임(FPS)이다. 2017년 3월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얼리엑세스(개발 단계의 게임을 미리 체험하는 방식)으로 출시됐고, 그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틀그라운드는 스팀 역대 최초 동시 접속자 수 300만명, 2017년 출시 이후 ‘가장 빠르게 1억 달러 수익을 올린 스팀 얼리액세스 게임’ 등 기네스북 세계 기록 7개 부문에 등재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까지 7500만 장 이상(PC, 콘솔 포함)의 판매고를 올리며 글로벌 인기 IP(지식 재산권)로 자리매김했다. 출시 3년째를 맞이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도 지난 4월 기준 글로벌 다운로드 수 10억 건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같은 성과로 크래프톤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6704억원, 영업이익 7739억원, 당기순이익 556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3.6%,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15.4%, 99.5% 증가한 결과다. 올해 1분기는 매출 4610억원, 영업이익 2272억원, 당기순이익 1940억원을 달성했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의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출시 예정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뉴스테이트)‘는 펍지스튜디오가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직접 개발한 모바일게임이다. 크래프톤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미국에서 진행된 뉴스테이트 알파테스트 이후 사전 예약자가 17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구글 플레이 단일 마켓에서 중국, 인도, 베트남 지역을 제외한 기록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IP 확장 세계관인 ‘펍지 유니버스’ 기반 영상물을 공개하며 엔터테인먼트 영역도 강화하고 있다. 앞서 크래프톤은 ‘펍지 유니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다양한 콘텐츠를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순차적으로 공개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22일에는 ‘펍지 유니버스’ 기반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언노운: 배틀그라운드의 탄생(Mysteries Unknown: Birth of the Battlegrounds)’이 공개된 바 있으며, 26일에는 배우 마동석 주연의 단편영화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를 선보였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기준 펍지 모바일의 글로벌 매출액은 26억달러로 중국을 제외한 1위, 게임 역사상 중국과 미국에서 히트한 유일한 IP”라며 “글로벌에서 가장 성공한 IP 경쟁력이 '원게임'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강조했다.

사진='엘리온'. 크래프톤 제공.

◇ 배틀그라운드 이외 흥행작 전무…신성장 동력은 어떻게?

하지만 여전히 ‘거품’논란은 진행중이다. 업계 내외에서는 크래프톤이 지나치게 높은 공모가를 책정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크래프톤은 사실상 ‘배틀그라운드’ 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보여주지 못한 ‘원히트 원더’에 불과하다”고 쓴소리를 전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이외에도 ‘테라’, ‘엘리온’ 등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흥행과는 거리가 먼 작품이다. 3년의 개발 끝에 2011년 출시된 테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존재감이 미미한 수준이다. 6년여간 10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 출시한 ‘엘리온’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현재 크래프톤은 SF 서바이벌 호러 장르 '더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오픈월드 슈팅 장르 '프로젝트 카우보이', 한국 판타지의 거장 이영도 작가의 작품 ‘눈물을 마시는 새(눈마새)’ IP를 활용한 ‘프로젝트 윈드리스(Windless)’ 등의 신작을 준비중이다.

다만 엘리온과 테라의 사례를 비교하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해 상반기 ‘눈마새’ IP를 활용한 동명의 MMORPG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티저 영상 공개 이후 원작의 세계관과 분위기를 제대로 녹여내지 못했다는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출시도 없던 일이 됐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25일 '눈물을 마시는 새'와 후속작인 '피를 마시는 새(피마새)'의 IP를 활용한 신작 개발을 처음부터 새롭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게임사업 이외에는 이렇다 할 수익원이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크래프톤은 신작 IP 발굴과 엔터테인먼트·IT스타트업 인수 등의 비게임 산업 등 수익다각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현 시점에서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은 ‘펍지 유니버스’ 기반 영상물을 통한 엔터테인먼트 역량 강화다. 다만 이 역시 쉽지만은 않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유비소프트‧캡콤과 같은 글로벌 유수 게임사의 게임 IP 영화화 실패 사례도 크래프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블리자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유비소프트 ‘어쌔신크리드’‧캡콤 ‘몬스터 헌터’는 게임으로는 대성한 IP지만,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한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증권가에서는 크래프톤의 잠재력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게임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더 많은 것 같다”며 “지난해부터 시작된 주식광풍으로 크래프톤이 조금 과대평가를 받는 것 같은데, 사측 입장에서도 웃을 수만은 없는 입장일 것”이라고 전했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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