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광고‧순한소주 등장…주류 규제 사각지대

아이돌 광고‧순한소주 등장…주류 규제 사각지대

광고제한 범위 확대하고 연예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안 

기사승인 2021-07-10 04:28:01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청소년‧젊은층의 음주를 조장하는 ‘주류광고’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광고 시간대를 제한하는 매체 범위에 유튜브 등 젊은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이용률이 늘고 있는 매체가 포함되지 않고, 영향력이 큰 연예인을 모델로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도 제재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광고 형태로 송출할 수 없는 주류를 ‘17도 이상’으로 제한함에 따라 법의 허점을 파고든 상품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달 30일 시행된 국민건강증진법 및 국민건강증진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류 광고가 금지되는 방송매체는 기존의 ‘TV 방송’에서 데이터방송, IPTV, 지상파이동멀티미디어방송까지 확대됐다. 벽면을 이용하는 간판이나 옥상 간판에서 송출되는 동영상 주류 광고도 같은 시간대에는 금지된다. 다만, 방송광고를 규제하는 술의 도수는 기존대로 ‘17도’를 유지했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7도 미만의 술은 광고가 가능하다보니 0.1도, 0.5도 낮춘 소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술들이 밤 10시 이후 방송에 광고되고, 아이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 등에 무한대로 광고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소주는 맥주와 전혀 다른 술이고 독주이기 때문에 (광고를 제한하는) 도수를 10도 아래로 확 낮춰야 한다. 16도도 애매”하다면서 “유튜브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음주 브이로그 같은 영상에 주류광고가 많이 따라 간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교수는 아이돌 등 연예인들이 모델로 참여하는 주류광고가 청소년 등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여자 연예인들이 소주 광고를 하고 글로벌 아이돌이 맥주 광고를 하는 것은 술에 대한 민감도를 낮춘다. 최근 청소년 음주가 늘어난 데에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최근에는 한 유명드라마에서 교복 입고 나오는 배우가 소주광고를 하더라. 상황이 심각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아무런 제재를 하지 못한다”고 질타했다. 

실제로 중독포럼이 지난 6월22일~28일간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 남녀와 15~18세 청소년 남녀 1600여명을 대상으로 대국민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성인 95.5%, 청소년 96.7%가 아이돌 스타나 유명 연예인들이 주류광고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성인 79.6%, 청소년 44.5%는 연예인이 등장하는 주류광고가 청소년이 술을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또 성인 77.7%, 청소년 63.1%는 청소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아이돌 스타나 유명연예인들을 활용한 주류광고나 마케팅을 제한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앞서 지난 2015년에는 만 24세 이하 연예인, 운동선수 등의 주류광고를 금지시키는 일명 ‘아이유 소주광고 금지법’이 발의돼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돼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 교수는 법적 제재가 어려울 경우 연예인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류광고를 아예 금지하는 게 아닌 이상 특정인을 모델로 못하게 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오히려 아이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강조하는 것이 도움 될 수 있다. 연예인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진 만큼 이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도 이 교수의 제안과 주류광고 규제 강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이윤신 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연예인들이 복지부의 음주폐해 예방 캠페인이나 릴레이캠페인 등에 참여해주면 좋을 것 같다”면서도 “주류광고 모델이 되는 것을 영광처럼 여기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 관찰예능 등에서 연예인들의 일상을 봐도 술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 부분들을 함께 보면서 어떤 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면 좋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과장은 광고규제 대상 도수를 낮추는 것과 관련해 “주류광고 제한 도수가 17도로 되어 있고 최근 경향 자체도 센 술을 마시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도수가 낮은) 그런 제품들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음주자의 취향이나 브랜드에 대한 기대 도수가 있어서 한꺼번에 바뀌진 않겠지만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 만큼 고민해보겠다. 다만, 제한 도수를 어디까지 낮추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아울러 광고규제 매체 범위 확대에 대해서도 “청소년, 젊은층 사이에서 SNS, 유튜브 등의 영향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현재 SNS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주류광고에 대해서는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유튜브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면서 “SNS 광고 또한 위반 시 법적 규제는 없는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한 규제는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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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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