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17일을 마지막으로 서울 서초구 센트럴시티 안에 있는 강남점의 영업을 중단한다. 2018년 강남점 영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이다. 운영사인 신세계디에프 측은 “강남점 영업 중단은 회사 생존을 위한 사업 재편의 일환” 이라며 “면세사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은 강남점 임대료로 연간 150억원 가량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줄면서 더는 이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업계는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세계면세점이 운영하는 매장은 명동·부산·인천공항점 등 3개로 줄어들게 됐다.
롯데면세점도 코엑스점이 내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 측은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지만, 코로나19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사업 축소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 롯데‧신라면세점은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에서 철수했다.
이보다 앞서 중견면세점들도 매장 철수를 이어오고 있었다. 하나투어의 자회사 에스엠면세점은 지난해 서울 인사동 시내면세점과 공항 입·출국장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다. 시티면세점도 신촌점 특허권을 반납했고, 경복궁면세점은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점을 철수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 매출은 15조5052억원으로 전년대비 37.6% 감소했다. 면세점 방문객은 1066만9000여명으로 2019년 4844만3000여명의 22%에 그쳤다. 내국인이 2842만여명에서 738만여명으로, 외국인은 2001만여명에서 328만여명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향후 전망에도 먹구름이 가득 끼었다는 점이다. 불과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해외 단체여행을 허용하는 '여행안전권역(트래블 버블) 추진으로 활기를 띠었지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현실이 되면서 기대가 악몽으로 바뀌고 있다.
열릴 것 같았던 하늘이 다시 닫히자 면세업계의 실망도 큰 모습이다. 업계는 무착륙 관광비행과 트래블 버블 등으로 내국인 고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며 마케팅 등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서서히 업황 회복을 기대했는데,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내년이나 내후년이 되어도 힘들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장기적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 해도 회복 속도가 더딜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엔 세계관광기구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상용화해도 전 세계 여행객이 과거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최소 2년 6개월에서 최대 4년이 걸릴 것으로 봤다. 무섭게 커진 중국의 면세산업이 국내 업계를 위협하리란 우려도 나온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재고품 내수 판매 허용과 무착륙 국제 관광비행 등 지원책은 코로나19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현행 600달러인 면세점 구매 한도 인상 등 업계 전반에 활기를 돌게 할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허수수료 역시 다른 국가에 비해 과도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개선할 필요도 있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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