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습니다.”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언급했던 문장이 5년 사이 완전히 다른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주로 정부 비판을 위한 단골 ‘조롱’ 소재로 사용됐다. 지난해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라는 제목의 이른바 ‘조국흑서’ 도서가 출간되기도 했다.
비슷한 비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야권에선 부동산·경제 등 정부 정책 전반을 비판하는 소재로 해당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청해부대 집단감염 사태를 놓고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 수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광역단체장의 불명예 퇴진만 4번
지난 21일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퇴진했다.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으면서 지사직을 상실했다. 이로써 문 정부 출범 이후 불명예 퇴진을 한 민주당 출신 광역자치단체장은 4명이 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지난 2018년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자진사퇴했다. 안 전 지사는 성폭행 및 추행 혐의 등이 인정돼 2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고, 2019년 9월 대법원은 이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공무원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을 밝힌 뒤 자진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으며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다음 달 18일 2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비서 성추행 사건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故 박 전 시장은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을 인지한 다음 날인 지난해 7월 9일 실종됐다가 지난해 7월 10일 서울 북악산 성곽길 인근 산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오거돈·박원순 전 시장의 공백으로 인한 4·7 재보궐선거가 치러졌다.
역대 최대 집값 상승률에 LH 투기사태까지
“집값 잡겠다”고 나선 문 정부는 26차례에 걸친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강력한 규제, 공급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다. 성과는 크지 않았다. 문 대통령마저도 “지난 4년 동안 가장 아쉬웠던 점은 역시 부동산”이라며 목표 달성 실패를 인정했다.
집값 상승세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점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2일 7월 3주 차(19일 기준)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27%로 전주(0.24%) 대비 확대됐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상승률은 0.36%로 0.04%p 오르면서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더구나 정부 고위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논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사태 등으로 정책 신뢰성까지 흔들렸다.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임명 3개월 만에 투기 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아파트 전셋값을 올렸다는 논란이 일며 사실상 경질됐다.
개혁 정부 기대감도 ‘실종’
촛불 정국 이후 출범한 문 정부는 개혁에 대한 전국민적 기대를 안고 출범했다. 이러한 기대에 맞춰 문 정부는 ‘적폐 청산’과 ‘공정 사회’를 기치로 내걸고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는 듯했다.
그러나 임기 말 정부의 개혁 성과에 대한 평가는 싸늘하다. 참여연대는 지난 21일 ‘문재인 정부의 멈춰선 개혁, 성과와 한계’라는 보고서를 발간하고 낙제점에 가까운 개혁 점수를 매겼다. 문 정부 100대 국정 과제 중 42개를 선별해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결과, 이행이 완료됐다고 평과 받은 과제는 7개에 불과했다. ‘미흡’은 30개, ‘미이행’은 5개로 분류됐다.
미이행 평가를 받은 과제는 △임금 격차 해소(최저임금 1만 원 실현) △근로자 이해대변제도 기능 강화 △의료 영리화 정책 중단 △경찰위원회 실질화를 통한 민주적 통제 강화 △복잡한 공공임대주택 유형통합 및 대기자 명부제 도입 등이다. 미이행은 사실상 폐기된 상태라는 것이 참여연대의 평가다.
참여연대는 “촛불 정부를 자임했던 문 정부가 국민적 기대와 열망에 미치지 못한 한계가 분명하다”며 “국민 다수는 더욱 커진 소득 불평등과 자산의 불평등을 경험하고 있고, 시민 통제 밖에 있는 권력기관과 경제권력의 건재함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임기 종료 1년도 남지 않았는데… 백신·일자리 등 문제 산적
문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 9일 24시에 종료된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쌓여있어 고난이 예상된다. 다만,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현상)’에 부딪히며 국정 동력을 상실한 경우가 많아 과제를 해결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먼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종식이 최대 과제다. 그러나 최근 백신 수급난에 백신 예약시스템 오류·마비 문제까지 겹치며 백신 접종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에서는 “K-방역에 자화자찬한 결과”라며 맹공을 쏟아내고 있다.
일자리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19일 통계청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구직 단념자는 58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6000명 증가했다. 이 중 절반가량은 청년 세대(2030)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준비생(취준생)도 사상 최대인 85만9000명(통계청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 20일 발표)을 기록했다.
임기 5년 차를 맞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를 기록 중이지만 곳곳에 산적한 난제들로 하락세가 이어질 수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0~22일 조사해 23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40%다.
부정평가는 50%대로 여전히 높다. 높은 부정평가율은 정부의 정책에 기반을 둔 비판이었다. 부정평가자 23%가 부정평가 이유로 부동산 정책을 꼽았다. 민생·경제 문제 해결 부족도 12%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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