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더위에 불쾌지수가 치솟는 요즘, 일상탈출 야외 여행지로 함안연꽃테마파크를 추천한다. 접근성도 좋다. 함안IC를 넘어서면 5분 거리에 있다.
◇700년 세월 건너온 아라홍련 기념공원
함안연꽃테마파크의 탄생 배경에는 700여 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야기가 있다. 2009년 5월 함안 성산산성(사적 제67호)에서 연꽃 씨앗 이 다수 출토됐다. 유적지에서 발굴됐으므로 씨앗이라 할지라도 출토는 출토다.
연씨는 연대 추정 상 700여 년 전 고려시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듬해 2010년에는 함안박물관에서 파종한 씨앗이 꽃을 피우는 기염을 토하며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함안군은 이 연꽃의 이름을 아라가야라는 함안 역사에서 따와 ‘아라홍련’이라 지었다. 그리고 아라홍련의 부활을 기념해 연꽃을 주제로 한 공원을 조성했다. 바로 함안연꽃테마파크다.
공원규모는 10만9800㎡. 함안공설운동장에 주차하고 전망대에 오르면 탁 트인 공원 전체가 조망된다. 연꽃 주제 공원답게 홍련, 백련, 수련, 가시연까지 다양한 연꽃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함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연꽃 아라홍련도 있다.
◇18개 꽃밭에 4종의 연꽃 만발
공원은 공원 터에 있던 유수지 제방의 형태를 살려 조성됐다. 제방의 유려한 S자 둑을 중심축으로 크고 작은 원형의 18개 꽃밭이 펼쳐진다. 꽃밭 사이로 걷기 좋게 다듬어진 길의 길이는 약 2.7㎞. 공원을 마스터할 요량으로 계획성 있게 움직이면 대략 40분만에 다 둘러볼 수 있다. 눈길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걸으면 한 시간도 좋고 두 시간도 좋다. 군데군데 벤치와 너와원두막, 정자가 설치돼 있어 쉬엄쉬엄 걷기도 좋다.
전망대에서 보니 공원의 왼쪽은 분수대, 오른쪽은 기와 정자가 주요 시설물이다. 탐방 마지막 순서로, 앉을 수 있는 정자를 남겨두고 분수대쪽으로 길을 잡는다.
주변은 온통 탐스런 법수홍련이다. 연꽃하면 떠오르는 연분홍색 법수홍련은 함안군 법수면 옥수늪에서 자생하는 홍련이다. 7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개화하기 시작해 9월 초순까지 꽃을 볼 수 있는 만생종이다. 개화기가 길어 공원 내 가장 많이 식재돼 있다.
어둠이 없는 밝은 낮 시간대에도 연꽃은 등불처럼 환하게 빛난다. 이 송이 저 송이 비슷비슷하지만 다른 낯빛을 가졌다. 꽃송이를 보며 걷는 걸음은 저절로 느려진다.
◇15m 대형분수, 여름열기 식히고
마음에 드는 꽃송이를 찾아 걷다보니, 분수대. 높이 15m로 치솟다 떨어지는 대형 분수다. 연꽃에 팔려 숙였던 허리를 펴고 하늘 배경으로 흩뿌리는 분수를 감상한다. 연꽃 찍던 카메라들이 분수를 찍느라 분주해진다.
시원한 물보라를 뒤로하고 화장실이 있는 공원 광장에 들어선다. 유수지 가운데 연꽃테마파크 입간판이 눈길을 끈다. 광장에는 소규모 공연이 가능한 야외무대와 실내 농특산물 판매장, 무더위쉼터가 마련돼 있다. 볼 일도 보고 간단한 간식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광장은 또 다른 공원입구이기도 하다. 공원이 있는 가야리 마을안길에서 진입하는 널찍한 입구가 있다.
광장 바로 앞 연꽃밭은 흔치 않은 가시연밭이다. 가시 돋친 긴 꽃줄기에서 어른 주먹 크기의 보라색 연꽃이 핀다. 가시와 상대적으로 작은 꽃 크기가 독특하다. 탐방객들은 더위도 잊은 채 사진 찍기에 몰두한다. 식재량이 적은 가시연은 아라홍련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다.
◇가시연·백련 감상 후 포토 존서 인증 샷
가시연밭을 지나면 다시 법수홍련 천지. 곧 꽃색이 하얀 백련밭 앞에 선다. 백련은 향이 진하고 독성이 없어 꽃송이 통째 연꽃차를 만든다. 깨끗한 꽃색처럼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백련에는 홍련의 화려한 아름다움과는 다른 고고함이 있다. 두껍고 짙푸른 연잎 아래 축축한 그늘이 백련의 환함을 돋보이게 한다. 은은한 연꽃 향이 달달하다.
정자를 바라보고 걷는 꽃밭 길에 돌다리가 나타난다. 포토 존으로 유명한 돌 징검다리다. 얼마 안 가 버드나무가 있는 대표 포토 존도 있다. 연꽃테마파크 소인이 찍힌 액자형 포토 존은 연꽃밭과 정자를 배경으로 인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이다. 방문 인증사진 찍기에 여념 없는 탐방객들의 모습이 즐겁다.
◇정자 그늘 속 아라홍련 만끽
이제 아라홍련밭이다. 공원의 대표 연꽃 자격으로 정자 아래 가장 돋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언뜻 봐서는 법수홍련과 차이를 눈치 채지 못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일반적인 홍련보다 꽃잎 수가 적고 꽃잎 모양이 길쭉하다. 수술 수도 적은 편이다. 하얀색 꽃 중앙이 꽃잎 끝으로 갈수록 선홍색을 띤다. 마치 흰 색에서 분홍색으로 농도를 조절해 그린 듯한 꽃색이다.
드디어 정자의 그늘 속으로 들어간다. 신선놀음하듯 연꽃테마파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2층 구조의 정자는 기와를 얹은 덕인지 한여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원하다. 물 한 모금 하며 찬찬히 공원을 둘러본다.
시선이 달라지니 공원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정자의 처마와 기둥으로 액자를 만들고 화면 가득 연꽃을 담아낸다. 활짝 피거나 봉오리 졌거나 꽃이 떨어지고 연밥이 드러나 있거나 송이송이 눈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3㎞도 안 되는 공원 탐방로를 즐기는데 한 시간 삼십여 분이 훌쩍 지났다. 이 더위에 조급증 없이 느린 걸음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에 새삼 놀란다. 연꽃의 힘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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