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반문 행보를 걸으며 대안 세력을 자처했던 윤석열·최재형 예비후보가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정책 이해와 비전이 부족하다는 ‘자질론’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윤 후보는 본격적인 정치 선언 이후부터 악재를 만났다. 처가리스크 검증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 표절, 장모 구속 등 연일 공세에 시달렸다.
잦은 말실수로도 구설에 올랐다. 주로 정책을 언급할 때 실언이 발생했다. ‘주 120시간 노동’ 발언이 대표적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19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식품 발언도 질타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달 18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선택할 자유’를 언급했다.
비판은 커졌다. ‘가난한 이들은 질 낮은 음식 먹어도 되냐’며 후보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후보는 경제철학을 예로 들었다며 해명했지만, 설득력은 없었다. 시대착오적 철학을 가지고 있다는 오명만 썼다.
플랜B로 기대감을 모았던 최 후보 역시 다르지 않다. 그는 최근 애국가 4절 완창 논란에 휩싸였다. 최 후보 측이 명절 가족 모임에서 애국가를 4절까지 제창하는 사진을 공개하자, 여권은 ‘파시스트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증조부·조부 친일 의혹도 제기됐다. 선친부터 손자까지 4대가 모여 국민의례를 하는 모습 등 그간 강조해온 애국 이미지가 무너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선거법 위반 논란도 있다. 그는 지난 6일 대구시 중구 동산동 서문시장을 방문해 주변에서 건네준 마이크를 받아 발언했다. 역풍은 커졌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닌 때에 확성기를 사용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 후보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께 굉장히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두 후보의 정치 철학·행보가 아마추어에 가깝다는 점이다. 다른 대선주자들이 분야별 공약을 내놓는 것과는 달리 두 사람에게선 제대로 된 정책이나 공약 발표가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최 후보가 수세에 몰렸다. 현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다. 그는 지난 4일 온라인으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아무런 준비 없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최 후보는 기자들의 각종 현안 질문에 대부분 답하지 못했다. 그는 “정치에 도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국정 전반과 정책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혹은 “모른다”, “고민해보겠다”, “준비된 답변이 없다” 등을 남발했다.
윤 후보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 검찰총장직 사퇴 후 정국 현안을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등판 기자회견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익숙하지 않은 외교·사회·경제 정책 이슈에 의견을 표하다 보니 취약점이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전략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실망감은 커졌다. 통계수치도 하락세를 증명한다. 한국갤럽이 지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대선후보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윤 후보는 6%p 하락한 19%에 그쳤다. 최 후보는 지지율 5% 벽을 넘지 못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정치 철학과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후보자의 통치 철학이라고 하는 것은 궁극적인 목적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보장하는 것”이라며 “(후쿠시마‧불량식품 등과 관련해) 생명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런 실수들이 계속 반복되는 이유”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과외선생을 바꿔라”, “장난하느냐” 등의 표현을 써가며 두 사람이 국정 운영을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당내 경쟁자들도 비판 수위를 높였다. 대권주자인 홍준표 의원은 지난 5일 “국정은 연습도 아니고 벼락치기 공부로도 안 되는 거다. 안 그래도 능력 안되는 A4 대통령을 이미지만 보고 뽑아 대한민국이 고생”이라며 “준비가 안되셨다면 벼락치기 공부라도 하셔서 준비가 된 후에 다시 나오라”고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도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구름 위에서 정치만 하고 정책은 장관을 잘 뽑고 청와대 수석을 잘 뽑으면 되는 거라고 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라고 꼬집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초등학교 선거도 공약 검증, 자질 검증을 하는 세상에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출마 선언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엄청난 무례”라고 말했다.
유용화 한국외국어대학교 초빙교수는 “국민이 윤석열·최재형 후보의 정치 철학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모습 때문에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두 후보가 명확한 정책과 역사의식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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