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포인트 사태에도 잠자는 '전금법'…소비자만 운다

머지포인트 사태에도 잠자는 '전금법'…소비자만 운다

전금법 개정안 국회서 표류 중…“제2의 사태 일어날 수 있어”
금융위·한은 갈등 이어져…'사태' 계기로 논의 재개될까

기사승인 2021-08-18 06:10:02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위치한 건물. 사진=김동운 기자

[쿠키뉴스] 김동운 기자 = 그간 고객들이 충전했던 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머지포인트 사태’가 터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이 논의된 바 있지만, 금융당국간 이견으로 인해 전금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1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와 동일한 ‘선불전자지급’ 업체가 보관하고 있는 선불충전금 잔액은 2014년 말 7800억원에서 2020년 9월말 1조9900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증가세를 감안하면 약 2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선불충전금을 받는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업자는 8월 기준 67곳에 달한다.

머지포인트는 포인트를 충전할 경우 이용자에게 약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서비스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운 상품권과 구독서비스로 소비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티메프·티몬 등 대형 모바일쇼핑몰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편의점·대형마트·카페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사용할 수 있다 보니 서비스를 시작한 지 2년여 만에 GMV(순 판매량)가 1000배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머지플러스가 머지머니 판매와 음식점업을 제외한 편의점, 마트 등 다른 업종 브랜드와 함께 제공했던 제휴 서비스 등을 일제히 중단한다고 하자 고객들은 머지플러스 본사에 찾아가 강한 항의를 진행하기도 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금융권에서는 제 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선불전자지급업체들이 도산한다면 선불충전금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이를 우려해 지난해 9월 ‘전자금융업자의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긴 했지만 이를 어겨도 처벌을 받지 않다 보니 한계가 명확하다.

17일 기준 머지플러스 본사는 공지사항만 남겨둔 채 문이 잠겨있었다. 사진=김동운 기자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보강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 ‘전금법 개정안’도 있다. 전금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발의됐으며, 전자금융업체들의 충전금 외부 신탁과 지급보증보험 가입의무를 법률로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강제력이 없는 가이드라인과 달리 법적 의무가 되면 처벌이 가능하다.

문제는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약 9개월째 표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류의 원인은 금융위와 한은의 ‘기싸움’ 때문이다. 개정안은 지급결제 업무를 맡는 금융결제원을 금융위가 감독하도록 했지만 한은은 지급결제 제도는 중앙은행의 고유 권한이라며 금융위가 금결원을 감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금융권 및 금융소비자단체들은 ‘머지포인트 사태’를 계기로 전금법 개정안이 하루 빨리 통과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불충전금 시장이 이미 큰 규모로 성장한 만큼 그에 걸맞는 소비자보호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간의 이견으로 예방할 수 있는 피해가 일어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추가적인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금법 개정안 논의가 다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머지플러스는 17일부터 홈페이지로 신청한 가입자에게 미사용 금액의 90%를 환불해주기로 했다. 당국에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고 올 4분기 머지포인트를 다시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금감원은 16일 대책회의를 열고 전자금융업체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머지포인트처럼 전금업에 해당하나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하는 사례들을 파악하고 전수 점검한다. 전금업에 등록한 선불업자에 대해서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 실태를 재점검할 예정이다.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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