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급증하는데…면허 반납은 고작 '2%'

고령 운전자 급증하는데…면허 반납은 고작 '2%'

면허 자진반납 함께 교통시설개선 등 대책 마련 시급

기사승인 2021-08-18 06:00:35
운전면허 자진반납 인센티브 지원 홍보 포스터. 서울시 제공
[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한 지 1년여가 지났지만,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는 해마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와 함께 도로교통시설 개선 등 다양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온다.

18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소지자 중 65세 이상 비율은 2016년 8.0%, 2017년 8.8%, 2018년 9.5%, 2019년 10.2%, 2020년 11.1%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오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고령 운전자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령운전자 사고는 2016년 8만6304건에서 지난해 11만4795건으로 증가세다.

고령운전자 사고가 급증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은 고령 운전자가 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면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등 자진 운전면허 반납을 유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자신의 주소지 주민센터에서 면허 반납과 인센티브 신청을 한 번에 하는 '고령 운전자 면허 반납 원스톱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중 운전면허를 반납한 사람은 7만6002명으로, 전체 고령운전자(368만2632명)의 2%에 그쳤다.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고위험군 운전자의 주요 사고원인 분석연구'에 따르면 시야 범위가 축소된 고령운전자는 그렇지 않은 운전자에 비해 교통사고 경험이 6배 더 많았다. 고령운전자들이 사고 발생 당시 위험 상황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비율이 높고, 사고 당시 부적절한 회전 행동을 보이는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가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무조건적인 면허 반납보다는 도로 표지판의 규격을 키우고 도로 형태와 일치하는 도로 안내표지를 사용하는 등 도로표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병관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운전자가 고령화되면 시각·인지·운동기능 등 운전하는 데 필요한 신체기능이 떨어지는 만큼 사고도 증가한다"며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도로교통시설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안전운전을 돕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에 대한 보험료 할인 및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차 제작사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해 고령 운전자의 사고를 막는 기술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세계적으로 ADAS 등 자동차 능동안전 기술 개발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고령운전자에 특화된 안전장치의 개발·의무 장착은 교통안전 뿐 아니라 관련 산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고령운전자뿐 아니라 '운전약자' 전반을 염두하고 관련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모든 고령운전자가 사고를 더 많이 유발하지는 않으므로 과도한 행정조치는 비고령운전자와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으며 고령인의 자기 효능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특정 연령대에 국한해 제도를 운용하기보다는 교통사고 유발률을 높이는 신체적·정신적 요인을 검토한 후 운전약자 전반에 대해 안전운전을 지원하는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sebae@kukinews.com
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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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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