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 싶은 ‘출마 선언’… “정치 지망생 수준”

이래도 되나 싶은 ‘출마 선언’… “정치 지망생 수준”

윤석열·최재형, 대선 출마 선언했지만… 정책·비전 없이 원론만
與 “서두른 티 역력… 비전 없는 비방에 그쳐”
장성민, 경제부터 외교·안보까지 정책적 대안 제시해 주목

기사승인 2021-08-18 06:00:30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6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대선 후보들의 출마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경선 버스 출발을 앞둔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들이 속속히 출마를 선언하며 대선판에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비전 제시가 빠진 출마 선언으로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을 받는 실정이다.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출마 선언과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사한 비판을 받았다. 정책, 비전 등의 부재로 정치 초보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 특히 질의응답 과정에서 불분명한 답변으로 언론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았다. 

윤 후보는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윤 후보가 읽어내린 15분 분량의 선언문에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날 선 비판이 가득했다. “국민 약탈 정권”, “부패 완판”, “무도한 행태” 등 강도 높은 표현도 동원했다. 

국가발전 전략은 ‘혁신’이라는 모호한 방식을 제안했다. 이마저도 ‘법치’를 통해 이뤄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 후보는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기술과 경제사회 제도의 혁신이 필수”라며 “혁신은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공정과 상식, 법치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고 했다. 

윤 후보는 ‘왜 윤석열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그는 ‘왜’라는 질문에 “국민 기대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도 “명확하지 않더라도 양해 부탁드린다”고 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인 4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한 스튜디오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후보는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감사원 정치적 중립 훼손 논란을 의식한 듯 초반부터 ‘직을 내려놓게 된 이유’에 대한 해명으로 발언을 시작했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지켜볼 수 없었다”, “감사원 업무영역 한계로 (문 정부 정책을) 막을 수 없었다” 등 감사원장 사퇴에 대한 책임을 현 정권에 돌렸다. 

명확한 정책 제시도 부족했다. “불합리한 규제를 제거해 청년에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도록 할 것”,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제도를 확립할 것”, “지속 가능한 복지를 위한 연금제도 개혁”, “국가 에너지 정책 전면 재구축” 등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놨다. 

구체적인 방안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엔 “공부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최 후보는 “아직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충분히 준비된 답변이 없다.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하며 ‘공부 선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출마 선언에 “정치지망생 수준”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대선 후보라고 지칭하기엔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4일 최 후보의 출마 선언에 대해 “조급하게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며 “정치지망생의 출마 선언은 철 지난 레코드판을 다시 트는 것처럼 비전없는 비방 수준에 머물러있다”고 꼬집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윤 후보의 출마 선언을 놓고 “남 욕만 하고 부정의 단어만 무한 반복한 가운데 긍정의 미래 비전은 없었다”며 “정치적 역량, 경제적 지식, 사회·문화적 공감대도 없었다”고 질타했다. 이소영 민주당 대변인은 “윤석열식 자유 민주주의의 실체와 내용은 모호하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장성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15일 비대면 형식으로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사진=장성민의 타겟 유튜브

이 가운데 대선판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장성민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의 출마선언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장 후보는 광복 76년을 맞은 지난 15일 비대면 형식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경제부터 외교·안보 정책까지 현 정부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경제 분야에 대해선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폐지하고 성장주도 일자리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선(先)시장친화적 공급정책, 후(後)국가맞춤형 공급정책’을 내놨다. 아울러 한미동맹 강화를 통한 ‘미래형 국가플랫폼’도 제안했다. 한미군사동맹을 경제동맹‧기술동맹‧바이오동맹‧반도체 동맹으로 확대해 궁극적으로는 우주 동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장 후보는 “미·중패권경쟁 시대의 한반도 생존전략을 준비해 왔고, 4차산업혁명 시대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비전을 준비해 왔다”며 “국민대통합형 정권교체를 이룩해서 10년 이내에 5만 불에서 8만 불 시대를 활짝 열 것”이라고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과거만 이야기하는 것은 구닥다리와 다를 바 없다. 차기 대선에선 미래 비전을 제시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장 후보는 초일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명확히 제시했다. 과거에 집중한 출사표와는 하늘과 땅 차이”라고 장 후보를 치켜세웠다.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hyeonzi@kukinews.com
조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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