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환의 길...멋 따라 맛 따라] 보령 호도

[신형환의 길...멋 따라 맛 따라] 보령 호도

- 여우처럼 생긴 ‘호도’ ... 해식애 발달, 기암괴석 ‘탄성’
- 호도·외연도, 문체관광부 선정 ‘가고 싶은 섬’ 1위 ...일출·일몰 광경 ‘일품’
- 호도해수욕장 산책로 걸으며 서해·어촌 감상 ‘특별’

신형환(성숙한사회연구소 이사장, 경영학 박사)

기사승인 2021-08-21 12:36:01
신형환 이사장
지난 7월 7일부터 11일까지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엄마와 100살까지’가 방영됐다. 이를 시청하고 호도를 꼭 가보려고 계획하였다. 며칠 전 ‘호도로 돌아온 5남매의 이야기’ 재방송을 보고 호도에 가겠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겼다. 8월 11일은 인도네시아 국경일이라서 인도네시아어 수업이 없어 부부가 호도로 아침 5시 30분에 출발했다. 집에서 대천여객터미널까지 2시간이 소요되어 오전 8시 호도로 출발하는 웨스트프론티어호를 탔다. 대천항에서 배를 타고 50분이 걸리는 서해 바다의 작은 섬 호도에 도착, 새로운 멋과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호도의 면적은 1.33 제곱킬로미터, 해안선의 길이는 27킬로미터로 매우 작은 섬이다. 보령의 대천항에서 22.5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한 호도는 삽시도와는 6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 지형이 여우처럼 생겼다 해서 호도라고 부른다. 호도 서쪽 해안은 암석이 주를 이루며, 해식애가 발달하여 기암괴석이 특이했다. 호도 동쪽은 사빈해안이 위치해 고운 모래와 넓고 긴 백사장으로 유명한 호도 해수욕장이 있다. 호도해수욕장의 길이는 1킬로미터가 되지 않았고, 폭은 100 미터 전후이고, 수심은 1~3 미터로 어린 자녀와 함께 이용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모래가 유리의 원료인 규사로 이루어져 있어 걷기에 무척 좋았다. 백사장 뒤로는 길게 소나무 숲이 늘어서 있어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는 휴식처나 야영지로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야영하기에는 불편할 것 같았다. 호도해수욕장 좌우에 야산의 능선을 따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이 산책로를 걸으면 서해와 어촌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호도는 섬의 크기가 작아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에 자전거나 오토바이, 리어카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호도발전소와 분리수거를 하는 자동차와 마을 이동 수단으로 사용하는 포터 3대를 볼 수 있었다. 

우리 부부는 먼저 호도해수욕장으로 갔다. 팔각정자가 2개 있어서 뜨거운 햇빛을 피하면서 앉아 준비한 간식을 먹고 음료수를 마시면서 호도 해수욕장 앞바다와 주변 섬들을 바라보며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30분 정도 휴식을 마친 후 고운 백사장을 따라 걸으며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서 무리를 지어 날고 있는 갈매기를 보았다. 갈매기를 보며 리처드 바크가 쓴 『갈매기의 꿈』이 생각났다. “높이 나는 갈매기가 멀리까지 본다”는 구절이 생각났다. 또한 나 자신은 대부분의 갈매기처럼 먹고 마시며 살아가는 존재인가? 아니면 높이 멀리 빠르게 날 수 있는 비행 기술을 후학에게 가르치고 지도하는 갈매기 조나단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자문자답을 해보며 노년의 성숙한 삶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형이 여우처럼 생겼다는 호도. 사진=보령시.

호도의 선착장에 정박해 있는 어선들. 사진=보령시.

호도해수욕장에서 우리 부부 외에 4명이 조개와 고동을 잡고 있어서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비치 파라솔을 대여하는 곳이 있었지만 관광객이 별로 없어 두 개만이 해변에 있어 한가롭게 느껴졌다. 호도에는 슈퍼와 카페 2개를 제외하고 공식적인 식당이 없어서 점심 식사를 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 다행히 호도해수욕장 입구 간이식당에서 자연산 회를 판매하는 곳이 있어서 이용하였다. 자연산 광어와 농어가 있어 점농어를 주문하여 자연산회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고향이 부안이라서 회를 즐겨 먹었지만 호도에서 먹은 점농어의 맛은 정말 맛이 있었다. 나이가 든 어머니는 아들이 호도해수욕장 앞바다에서 직접 잡은 농어와 광어 그리고 우럭을 간이횟집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1년에 40일 정도 장사를 한다고 들려주었다. 1.5 킬로그램이 넘는 농어를 5만원에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추가로 농어찌개와 공기 밥을 1만원에 먹었는데 아내가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식사 후에 후식을 먹으려고 호도에 있는 여숨 카페로 가서 팥빙수를 먹으며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호도에 오길 참 잘했다고 이야기를 했다. 

호도해수욕장 위쪽에 있는 해안 길은 돌을 깐 즉 박석으로 되어 있다. 해안 길을 따라 동쪽으로 계속 가면 시멘트 포장길이 나온다. 오른쪽은 잡초가 많은 구릉지이고 왼쪽은 나지막한 야산을 끼고 있다. 해수욕장 좌측을 따라가면 산책길로 연결되어 걷기에 좋다. 안전시설로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고 밧줄을 설치해 놓아 이용하기에 편리했다. 산책길 양쪽에는 숲으로 둘러싸여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아 무더운 날씨였지만 힘이 들지 않았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바다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내려오면서 호도항 입구에 있는 등대와 주변 모습이 조화롭게 보여 사진을 찍었다. 

산책길을 내려와서 청파초등학교 호도분교로 들어갔다. 호도분교는 잘 정돈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지만 과연 재학생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교문을 들어서면 넓은 잔디밭의 운동장이 있고 로터리 클럽과의 자매결연비가 세워져 있었다. 내가 중학교 등록금을 낼 수 없어서 초등학교 6학년을 다시 다닌 후에 입학 성적이 좋아서 로터리 장학금을 받았던 기억이 났다. 흥사단전주고등부아카데미 친구와 선배, 그리고 후배들이 뜻을 모아 이바지 장학회를 만들어 어려운 학생을 30년 이상 도우며 격려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있다. 사람을 기르고 양육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고 실천하고 있다. 

호도에는 6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데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과 민박을 하는 주민 사이에 갈등이 조금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성수기에는 민박의 경우에 작은 방 1개가 100,000원이고, 큰 방은 300,000원까지 받는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갔을 때에도 민박집이 꽉 찬 곳도 있었다. 민박집에서 1인당 10,000원에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몇 군데 전화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가를 문의하였다. 민박하는 사람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기도 벅차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술을 먹고 늦은 밤까지 고성방가를 하여 일찍 자야하는 어부들이 불편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의 여행문화와 오락문화가 성숙하게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부들은 새벽 3시에 출항하려면 일찍 자야만 했다.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작은 부분에서 실천하면 좋겠다. 호도와 외연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가고 싶은 섬’ 1위로 선정했다. 또한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으로 ‘휴양하기 좋은 섬 베스트 30’으로 소개하고 있다. 만약 1박 이상을 했었다면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 광경을 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안고 오후 4시 45분에 출항하는 배를 타려고 선착장으로 발걸음을 향하였다. 대천항에 오후 5시 30분 도착하여 잠깐 휴식을 취하고 용인으로 출발하였다. 보령시 방역관계자들이 이곳저곳에서 무더운 날씨에 수고하고 있었다. 보령시에서 제공하는 스티커 ‘미소, 친절, 청결, 칭찬’ 4 단어의 의미를 생각하며 모두가 생활에 적용하여 성숙한 사회가 되길 간절히 바라며 호도 여행을 마무리했다.
최문갑 기자
mgc1@kukinews.com
최문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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