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지자체 또는 기업들과 폐플라스틱의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동안 석화업계는 해외에서 폐플라스틱을 주로 수입해 활용했었는데, 지난해 정부가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페트 등 4종 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하면서 몸값이 뛰었기 때문이다.
'ESG경영'과 '친환경'이 대세가 되면서 재활용품을 활용한 기업들의 포트폴리오 구축은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았고 이를 위해 폐플라스틱 등 재활용 자재 확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LG화학은 플라스틱 생산에서부터 수거, 재활용까지 망라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 올해 3월부터 국내 스타트업 업체 '이너보틀'과 협력해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Plastic Eco-Platform)을 구축했다. LG화학이 최초 제공한 플라스틱 소재로 이너보틀이 화장품 용기를 만들고, 사용 후 용기를 회수, 재활용하는 방식이다.
롯데케미칼은 지자체와 함께 폐플라스틱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경기도 성남시와 플라스틱자원 재활용을 위한 지역클러스터 조성 협약을 맺고, 투명페트병을 수거하는 분리 배출대를 제작·배치했다. 아울러, 지난달부터 자사 제품의 포장재를 다시 수거해 재활용하는 사업에 돌입했다. 생산뿐 아니라 재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선순환 구축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부산·전남 등 지자체와 손잡고 폐어망 재활용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해당 지역에서 수거한 폐어망으로 리사이클 나일론 섬유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부터 서울과 제주 등 지자체와 협업을 통해 투명 페트병을 수거한 후 친환경 섬유 등을 제작·납품하고 있다.
석화업계는 다양한 형태로 화학적 재활용 기술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자체 기술 개발은 물론, 국내외 관련 업체에 대한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물리적 재활용은 폐플라스틱을 파쇄해 원료로 쓰는 방식인데 처리과정에서 플라스틱의 품질이 낮아져 재활용 횟수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방식은 폐플라스틱을 순수한 원료 상태로 환원시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방식으로 무제한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 화학사 가운데 가장 화화적 재활용 기술에 앞서 있는 롯데케미칼은 2024년까지 울산2공장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국내 최초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공장을 짓는다. 2030년까지 울산공장에서 생산하는 페트 전량을 재활용 기반으로 바꿀 계획도 세웠다.
금호석유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해외 업체와 파트너십을 통해 '재활용 스티렌(RSM)'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그동안 쉽게 재활용되지 못하던 폐폴리스티렌까지 수거해 열분해 등 화학적 재활용 방식을 활용, 자원 선순환 및 탄소 저감을 실현하겠단 목표를 내세웠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석화업계에서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생산 공정이 대세가 되면서 각사마다 안정적인 폐자원 확보에 분주하다"며 "업계 전체가 제한적인 물리적 재활용 방식보다는 반복적인 사용이 가능한 화학적 재활용 기술에 주목하고, 사업적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 국내외 대규모 투자를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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