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지 기자 =유권자들의 ‘표심’이 길을 잃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대선후보들의 부실한 ‘도덕성’ 문제 때문이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여 1015명을 대상으로 ‘범여권 차기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25.8%가 응답을 유보했다. ‘없다’가 23.0%, ‘잘 모름‧무응답’이 2.8%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응답을 유보한 수치가 30%대를 넘었다. 같은 조사 대상에게 ‘민주당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없다’는 30.4%, ‘잘 모름‧무응답’은 3.8%를 각각 기록했다. 합산 수치는 34.2%다.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한길리서치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2022년 대선이 200일도 채 남지 않았지만, 유권자들은 아직 표를 던질 후보를 정하지 못한 모양새다. 이러한 배경엔 대선후보들의 해소되지 못한 ‘도덕성’ 문제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1위를 달리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과거 ‘형수 욕설’ 논란에 더해 최근 ‘떡볶이 먹방’ 논란으로 곤혹을 앓고 있다. ‘형수 욕설’ 논란은 이 지사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이 지사는 욕설에 대해 사과하며 논란을 일축했지만, 경쟁자인 이낙연 후보 캠프에선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지역주민과 충돌한 내용을 들며 추가 욕설 의혹을 제기했다.
‘떡볶이 먹방’은 이 지사가 지난 6월 경기 이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 당시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와 이른바 떡볶이 먹방 촬영을 진행했다는 논란이다. 당시 이 지사는 화재사건 발생 약 20시간 후 현장을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늑장 대응 비판을 받았다. 이 지사는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었지만, 모든 일정을 즉시 취소하고 더 빨리 현장에 갔어야 마땅했다는 지적이 옳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옵티머스’ 연루 의혹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 검찰은 이 전 대표의 측근이자 민주당 대표실 부실장이던 이 씨를 소환해 복합기 사용료 등 4000만 원 상당 금품의 출처를 캐물었으나, 소환 조사 당일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금품 지원 브로커 기소 수준에서 관련 수사를 마무리한 바 있다. 이후 검찰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야권 대선후보 선두주자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처가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다. 윤 후보의 장모 최 씨는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약 23억 원을 부정으로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오는 26일 최 씨의 항소심 첫 재판이 시작되는 가운데 ‘법의 공정’을 강조해온 윤 후보의 행보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경력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김씨가 대학 강사직에 지원하면서 경력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더해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도 국민대 연구윤리위원회가 1차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재형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조상 친일’ 논란에 휩싸였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최 후보의 증조부가 면장을 지내며 조선총독부 표창을 받고 일제에 국방헌금을 냈다”며 친일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에 최 후보는 “조상에게 친일파라는 딱지를 덮어씌우려는 시도에 참담한 심경”이라며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여야 유력 대선후보들을 중심으로 잇단 ‘도덕성’ 문제가 대두되자 유권자들은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울 소재 직장에서 근무 중인 A씨(26·여)는 “도덕성은 대선후보를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택 요인의 80%는 도덕성”이라며 “개인의 도덕성조차 지키질 못하는데 어떻게 비리근절을 이끄는 대통령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정치권에서도 대선후보의 깨끗한 ‘도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5일 대선 경선 후보에서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 여당의 대선 후보들을 보면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낮은 도덕성과 상욕, 음주운전, ‘사이코 먹방’까지(거론되고 있다)”며 “우리 당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통의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과 자질을 가진 정치인들에 대해 국민이 ‘정치인은 다 그런가 보다’하는 생각에 포기하고 용인하고 있다”며 “정치인의 도덕성과 자질 검증을 포기하지 말아달라. 정치인에게 도덕성의 기준은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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