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틴은 ‘10대 후반 청소년’을 가리키는 한국식 영어 표현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특정 나이대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 ‘하이스쿨 뮤지컬’, ‘클루리스’ 등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들을 거치면서 하이틴에는 ‘근사한’ ‘멋진’ 이미지가 덧칠됐다. 전소미는 ‘덤덤’ 뮤직비디오에서 ‘프롬(졸업파티) 퀸’이 돼 모두에게 선망 받는다. 선미와 태연은 각각 ‘유 캔트 싯 위드 어스’(You can’t sit with us)와 ‘위켄드’(Weekend) 뮤직비디오에서 화사하고 밝은 스타일링을 선보여 시선을 끌었다.
K팝이 하이틴 콘셉트를 이식하면서, 그 안에서 재현되는 10대의 모습도 달라졌다. K팝에서 10대 여성은 ‘소녀’로 표현되곤 했다. 그룹 여자친구는 학교 3부작(‘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에서 맑고 순수한 소녀를 보여줬고, 그룹 러블리즈와 오마이걸은 애틋함과 아련함을 소녀의 정서로 삼았다. “청순함, 귀여움, 순종적인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진 시대적 분위기”(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의 영향이었다.
반면 하이틴 콘셉트는 발랄하고 활기찬 이미지를 10대 여성의 새로운 얼굴로 내세운다. 데뷔 때부터 스스로를 ‘K-하이틴’으로 정의한 그룹 위클리는 호기심 많고 시끌벅적한 10대를 표현해내며 국내외 K팝 팬들에게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그간 K팝에서 나타난 소녀 콘셉트가 일본 문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면, 최근 유행하는 하이틴 콘셉트는 미국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고 짚었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스쿨룩은 1990년대부터 이어져온 콘셉트인데, 최근에는 서구에서 유행하던 문화와 결합해 ‘하이틴’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어른들이 하는 말을 고분고분 따르는 대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자는 게 하이틴물의 정서”라면서 “과거에는 얌전하고 순종적인 성격을 미덕으로 삼았다. 반면 지금은 이런 가치가 구시대적으로 여겨져 팬들에게 외면당한다. 이전에 유행했던 1차원적인 소녀 캐릭터는 앞으로도 다시 사랑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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