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배터리 경쟁...'정중동' 삼성SDI 속내는

거세지는 배터리 경쟁...'정중동' 삼성SDI 속내는

업계, 연내 미국 진출 전망..."배터리 사업 포기 하지 않는 이상 진출할 것"
투자 미뤄지는 이유, '배터리 시장 세분화'·'사업적 이해득실' 차원

기사승인 2021-09-02 06:30:08
사진제공=삼성SDI
[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전기차 배터리 시장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SDI의 미국 진출 여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높다. 삼성SDI는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중동’ 행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협력을 맺으면서 생산규모 및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법인(JV)를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각각 35GWh 규모의 합작 1·2공장을 추진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포드와 합작법인 ‘블루오벌에스케이’ 설립을 발표했다. 이들 기업은 독자적인 공장을 갖추고 생산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반면,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진출을 하고 있지 않다. 현지에 합작사 설립은 물론이고, 배터리 셀 공장도 갖고 있지 않다. 배터리팩 공장은 있지만, 배터리 셀을 들여와 모듈과 팩을 만드는 역할만 한다.

삼성SDI의 해외공장은 유럽 헝가리1·2공장과 중국 텐진, 시안에 있는 공장뿐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포기하지 않는 한 미국 진출은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3대 글로벌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은 배터리 제조사에게는 매력적인 투자처다. 하지만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가 발효 시점인 2025년 전에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생산해야만 한다.

2025년부터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는 미국 생산 배터리만 장착되기 때문인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밖에서 생산된 배터리 장착 차량에 세금을 더 매기는 방식으로 사실상 미국 생산 배터리 장착을 의무화했다.

손미카엘 삼성SDI 전무는 지난달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부터 전기차 부품 역내 생산이 불가피함에 따라 시기적으로 늦지 않게 미국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SDI는 투자 규모와 지역, 시기 등에 구체적인 계획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올해 안으로 삼성SDI가 미국 진출을 확정지을 걸로 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마다 선호하는 배터리가 달라 삼성SDI가 사업성을 검토한 후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도 미국 진출을 중요시 하고 있으며, 생산규모에서 경쟁사보다 뒤쳐져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최종 결정권자인 이 회장이 가석방된 만큼 곧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교수, "배터리 공급 생태계 구축 시급...하루라도 빨리 서둘러야"
박철완 교수, “시기 늦었으나 대규모 투자인 만큼 신중 필요해”

삼성SDI의 미국 진출 시점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치열해지는 배터리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하루라도 빨리 미국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과 늦은 김에 더욱 신중하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바이 아메리칸’ 정책에 따라 미국 내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것과 아닌 것은 천지차이가 될 것”이라며, “향후 5~10년 사이 배터리 수요가 공급량보다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SDI가 이와 같은 사실 인식이 있고, 그 중요성도 알고 있어 올해 안에는 분명 결론을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SDI의 미국 진출이 늦은 건 사실이나 기왕 늦은 상황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며 “조 단위 대규모 투자가 예상되는데 경쟁사보다 늦었다고 무조건 서두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삼성SDI가 쉽사리 미국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리콜 사태를 맞은 경쟁사들의 상황과 향후 행보가 어느 정도 결정된 후 판단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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