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황인성 기자 = 바닷길을 달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두 척이 정면에서 마주쳤다. 육중한 무게와 만큼이나 충돌할 경우 좌초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불상사를 막기 위해 양 선박의 초타수는 서둘러 뱃머리를 돌려야 하지만, 자율항해 시스템을 갖춘 선박들이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로 실제 해상에서 각자의 목적지로 자율 운항하는 두 척의 선박이 서로를 인지해 자동 회피하는 기술 실증에 성공했다고 6일 밝혔다.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 시스템을 탑재한 양 선박을 통한 실증으로 지난 2일 우리나라 최서남단 전남 신안군 가거도 인근 해역에서 삼성중공업과 목포해양대의 공동 참여로 진행됐다.

목포해양대의 9200톤급 대형 실습선인 '세계로호'와 삼성중공업의 300톤급 예인선 'SAMSUNG T-8'이 참여했으며, 양 선박에는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자율항해 시스템인 'SAS(에스에이에스, Samsung Autonomous Ship)'가 탑재됐다. 

실증을 통해 ▲자율운항 선박간 충돌회피 ▲'ㄹ'자 형태의 다중 경유점 경로제어 등을 시연했으며, 한 차원 개선된 기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 선박은 실제 해상에서 각자 지정된 목적지를 향해 최대 14노트의 속력으로 자율운항을 진행했으며, 반대편에서 서로 마주 오는 상황이 맞닥뜨리자 최소근접거리(DCPA)인 1해리 밖에서 상대를 안전하게 회피한 후 본래의 목적지로 운항을 계속해 나갔다. 이어 교차(Crossing) 상황에서도 변속 및 방향전환 등 안정적인 자율운항 성능을 보였다. 

실증 해역에서 300km 떨어진 육상관제센터(삼성중공업 대덕연구소)에서는 선박의 운항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선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2016년부터 SAS 시스템의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했다. 2019년에 원격 및 자동 제어 기술 등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길이 3.3m의 원격자율운항 무인선 '이지고(EasyGo)'를 제작해 해상 실증에 본격 착수한 데 이어 2020년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300톤급 예인 선박 'SAMSUNG T-8'호의 자율운항에 성공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실증 성공에 힘입어 2022년 SAS의 상용화를 목표로 연구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김현조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센터장은 “이번 실증은 조류와 파도, 바람이 부는 실제 바다 위에서 자율운항 선박이 상대 자율운항 선박의 움직임까지 복합적으로 분석해 스스로 충돌 상황을 해결한 세계 최초의 대형실선 자율운항 기술 시연”이라며, “이는 SAS의 상용화가 매우 가까워졌으며, SAS가 향후 자율운항 선박의 메인 항해장비로서 승격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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