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pperStones “외톨이, 이런 게임은 처음일 거예요” [GIGDC 2021]

PepperStones “외톨이, 이런 게임은 처음일 거예요” [GIGDC 2021]

기사승인 2021-10-07 06:00:11
페퍼스톤즈의 외톨이.   GIGDC 제공  

[편집자주]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GIGDC는 참신한 기획력과 실력을 갖춘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이 되어왔다. GIGDC 역대 수상작 가운데는 ‘스컬: 더 히어로 슬레이어’와 ‘산나비’ 등 게이머들의 이목을 모은 게임도 있다. 이번 GIGDC 2021에서는 총 430여개의 지원작 가운데 25개의 작품이 선정됐다. 인터뷰를 통해 수상작과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게이머에게 전하고자 한다.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GIGDC 2021 제작부문 대학부 특별상을 수상한 PepperStones(페퍼스톤즈)의 ‘WeTory(외톨이)’는 독특한 플레이 방식을 가진 3D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몬스터를 직접 공격하는 흔한 시스템에서 벗어나, 색깔을 입힌 타일과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공격 및 회피를 하는 방식을 취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발바닥에서 물감이 나오는 병에 걸려 외톨이가 된 주인공이 세상의 색깔을 모두 앗아간 악당으로부터 색을 되찾아오는 참신한 스토리, 개성 넘치는 아트 디자인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페퍼스톤즈는 중학생 시절부터 10년 간 연을 이어온 하수영(26‧팀장), 최현순(26)으로 구성된 개발팀이다. 전화 통화로 만난 하 팀장은 “기대도 안 했는데 어안이 벙벙하다”면서 “각종 요소들을 더해가며 게임을 완성하고 싶다. 조금 더 유저 친화적인 게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전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하 : 안녕하세요, 캐주얼 3D 로그라이크 게임 ‘외톨이’를 만든 팀 페퍼스톤즈입니다. 저흰 대학교 동창 두 명이서 게임을 같이 개발하고 있어요.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같이 나왔는데 단 한 번도 같은 반이었던 적은 없어요. 기타 학원에서 알게 된 얼굴 정도만 아는 사이였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 즈음 게임을 하면서 친해졌어요. 팀은 대학교에 들어가서, 양꼬치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결성됐어요. 현순이한테 같이 게임을 개발해보자고 제의했는데 마침 이 친구도 게임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의 페퍼스톤즈가 만들어지게 됐죠.

개발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은 아닌 것 같은데, 게임 개발은 어떤 경로로 접하게 됐나요?

하 : 전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고 현순이는 컴퓨터 공학과이지만 게임 개발보다는 프로그래밍에 관한 것들을 배우는 곳에 가까워요. 그래서 둘 모두 독학으로 게임 개발을 공부했어요. 팀장인 제가 간단한 3D 디자인을 하고 기획을 담당해요. 전반적인 아트와 프로그래밍은 현순이가 맡고 있어요.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디자인까지 하기가 쉽지 않은데, 게임 내 아트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게 인상적입니다. 따로 그림을 배운 건지 궁금한데요.

최 : 그림 자체는 배운 적이 없어요. 3D 아트 쪽으로 취업을 하려고 반 년 정도 독학을 하던 중에, 친구가 게임 개발을 하자고 해서 그 때 학원을 조금 알아보긴 했어요. 그런데 취업용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커리큘럼이 대부분이더라고요. 학원을 다닐 바에 요즘은 유튜브가 잘 돼 있으니까 어떻게든 보고 따라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맨땅에 부딪혀 본 것 같아요(웃음).
왼쪽부터 하수영 팀장과 최현순 팀원.   페퍼스톤즈 제공


GIGDC 2021 대학 제작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어요. 소감을 들려주세요.

하 : 사실 수상에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았어요. 당시 제출했던 ‘외톨이’는 지금과 비교하면 베타 오브 베타에 가까운 버전이었거든요. 구색만 갖춰 놓고, 튜토리얼도 없어서 제대로 만들지도 못하고 제출했어요. 발표 날 그래도 확인은 해 봐야지, 하면서 홈페이지에 접속했는데 대학 부문에 저희 이름이 없어서 떨어졌다고 생각했어요. 잘 추슬러서 내년에 더 높은 곳을 노려보자고 서로 얘기 했는데, 다른 팀은 어떤 게임으로 상을 받았는지 살펴보다가 특별상에 익숙한 이름이 있어서 확인했더니 우리 팀인 거예요. 어안이 정말 벙벙했던 게 기억에 남네요(웃음).

외톨이는 어떤 게임인가요?

하 : 어느 날 현순이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창밖으로 특정 보도블록 색깔만 밟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보고 외톨이의 기본 콘셉트가 만들어졌어요. 여기에 저희가 과거 개발을 하다가 완전히 엎었던 프로젝트가 있어요. 붓으로 물감을 칠하는 콘셉트의 게임이었는데, 그걸 덧붙여서 외톨이가 탄생하게 됐어요. 외톨이는 3D 캐주얼 로그라이크 게임이에요. 외톨이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플레이 방식과 참신한 아트, 비주얼적인 요소가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발바닥에서 물감이 나와 따돌림을 당했던 주인공이, 세상의 색깔을 전부 앗아간 악당으로부터 색을 되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운데요.

최 : 이전부터 밝은 분위기의 스토리보다는 어두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우울한 분위기와 비주얼을 살릴 수 있는 스토리를 짜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설정이에요.

외톨이만이 가진 개성,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 : 가장 큰 건 플레이 방식이에요. 어떤 플레이어도 겪어본 적 없는 플레이 방식이요.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면 내가 원할 때 공격을 하고 내가 원할 때 피하는 게 정석으로 여겨지지만, 저희는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을 통해서 플레이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다 전략적으로 생각을 해야 해요. 이 부분이 플레이어에겐 독특하고 참신하게 다가오고, 매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아트적인 요소예요. 다른 팀들은 에셋 등을 활용하곤 하는데 저희는 게임 내 디자인적 요소들을 모두 직접 제작 하고 있어요. 우리만의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에셋을 참고하기도 어렵더라고요. 덕분에 게임 분위기가 좋고, 통일감이 있다는 칭찬들을 많이 들었어요.
외톨이 플레이 화면.   페퍼스톤즈 유튜브


외톨이를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도 많았을 것 같아요.

하 : 외톨이도 외톨이지만 이전에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엎었을 때가 기억에 남아요. 2019년 9월에 현순이가 훈련소에 들어가면서 저 혼자 게임 개발을 하게 됐는데, 어느 순간 능력의 부족도 보이고 더 이상 개발하기 힘들 것 같더라고요. 스스로가 그걸 알고 있는 상황에서, 현순이가 훈련소에서 나온 뒤에 이걸 엎고 새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할 때 정말 힘들었어요. 또 외톨이를 만든 지 1년 정도 지났을 즈음 여러 공모전에 작품을 출품했는데 다 떨어졌거든요. 그 때도 참 힘들었어요.

최 : 저 같은 경우는 게이머들에게 플레이를 시켜 봤을 때 의도했던 방향대로 플레이를 하지 않았을 때가 가장 힘들었던 것 같아요. 일례로 외톨이에는 시작 스테이지가 있어요. 주인공이 사는 집으로 맵이 구성되어 있는데, 문을 만들어 놓고 빛이 나는 효과까지 포탈처럼 표현해놨는데도 이걸 출구로 보지 못하고 게임을 즐기지도 못한 채 꺼버리는 게이머 분이 있었어요. 이전까지는 게임이 어느 정도는 불친절해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 일 이후엔 방향성에 대해 많이 고민하게 됐어요.

외톨이 개발을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최 : 최근에 부산에서 열렸던 인디 게임 페스티벌 BIC에서 게이머들에게 외톨이를 플레이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이틀 정도 마련했어요. 1스테이지나 2스테이지 보스까지 깨면 소정의 상품을 주는 게임 클리어 이벤트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이 1스테이지도 못 깨는 경우가 다반사였어요. 그런데 그 중 한 분이 전날에 오셔서 플레이를 했다가 실패하시고, 오기가 생겨서 다음 날에 또 오신 거예요. 끝끝내 1세트를 클리어하고 상품을 받아가셨을 때 저도 너무 기뻤고 뿌듯했어요.

게임 출시까지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다듬고 업그레이드 시키고 싶으신가요?

하 : 저희가 외톨이를 개발한지 1년 반이 조금 넘어가고 있어요. 그동안은 게임의 기본적인 틀을 잡는 데 집중했어요. 천천히 탑을 쌓아간 거죠. 올해 말까지 틀만 확실하게 잡히면 이젠 각종 요소들을 넣어가면서 콘텐츠를 추가하는 단계가 남아요. 개발 과정에서 피드백들도 많이 얻었고, 조금 더 유저 친화적인 게임으로 바꿔나가려고 노력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에요.

일례로 GIGDC에 외톨이를 출품할 당시에는 회피 시스템이 있었어요. 플레이어가 캐릭터를 검은색 색깔로 변경 시키고 타일을 밟으면 회피 타일이 만들어지는 방식이었죠. 그걸 밟게 되면 회피하거나 장애물을 통과하는 고스트적인 시스템이었어요. 그런데 9월 BIC에서 게이머들이 불필요한 동작이 많아서 회피 시스템을 많이 안 쓰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타일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은 그대로 둔 채, 회피 같은 경우는 횟수 제한이 있는 대쉬로 변경했어요. 검은색 타일을 발동시키면 오브젝트들이 나오고, 그걸 먹으면 대쉬 횟수가 차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에요.

게임이 정식 출시되면, 게이머들이 어떤 점에 집중해서 게임을 즐겨줬으면 하는지도 궁금해요.

하 : 게이머들이 다양하게 여러 번 플레이를 하면서 자기만의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면 좋겠어요. 어떤 게임이든 자기만의 게임 스타일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의 스타일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저희도 최대한 그런 쪽으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또 유도하고 있어요.

향후 어떤 게임 개발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하 : 우리만의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페퍼스톤즈만의, 우리만의 특징이 있고 대체 불가능한 게임을 만드는 개발자‧기획자가 되고 싶습니다.

PepperStones Wetory 유저시연회 유저 플레이영상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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