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쿠키뉴스] 신영삼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일부 고위직들의 잇속 챙이기와 농어촌시설점검 허위진단보고서 작성, 직무태만 등 민낯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14일 한국농어촌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승남(전남 고흥‧보성‧장흥‧강진, 민주) 의원은 퇴직을 앞둔 고위직들의 경력 부풀리기와 농어촌시설점검 허위진단보고서 작성 실태를 폭로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퇴직을 앞둔 임금피크제 대상자 중 1‧2급 고위직만을 위한 ‘전문직위 공모’를 통해 2017년부터 20명의 고위직들을 안전진단본부로 발령했다.
또 3인 1조인 조사반을 임금피크제 전문직위로 전입해 온 인원을 추가해 6명으로 구성된 통합조사반으로 만들어 일반적인 조사반(1년 13건)보다 두배가량 많은 1년에 25개 점검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안전진단본부는 농업생산기반시설물 정밀안전진단 및 정밀안전점검을 시행하는 기관으로 근무 경력은 건설기술협회에 기술인으로 등록 가능하며 건설기술인을 필요로 하는 업체 등에 취직 및 계약에 활용될 수 있다.
공사 측이 안전진단본부를 일부 고위직들의 경력을 단기간에 부풀려주기 위한 용도로 악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뿐만아니라 김승남의원실이 최근 5년간 작성된 699건의 안전진단보고서 점검 결과 일부 보고서에서 과거 보고서를 사진까지 그대로 베낀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보고서 담당 조사조는 임금피크제로 전입해 온 전문직위가 포함된 통합조였다.
김 의원은 안전진단본부의 안전진단 중 40%만 자체조사를 하고 나머지는 외주를 주고 있음에도 자체조사 팀이 허위보고서를 작성한다면 안전진단본부의 존재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또 펌프장 설계오류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신속한 대책마련을 회피해 직무태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삼석(전남 영암‧무안‧신안, 민주)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설계오류 배수펌프장 침수현황’에 따르면, 2019년과 2020년 폭우로 인해 제방보다 낮은 펌프장 13개소가 침수됐고, 이로 인해 781.3㏊의 농경지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2년간 피해액은 펌프장 재가동을 위한 복구비 267억 원, 농경지 침수 추정피해 18억 원 등 총 285억 원이다.
침수 펌프장은 전남이 8개소로 가장 많았고, 경남과 경북이 각각 2, 전북 1개소다. 이로 인한 농경지 침수 역시 전남이 558.1㏊(9억8800만 원)로 가장 많았고, 전북 167.1㏊(2억9600만 원), 경북 43.1㏊(5억 원), 대구 9㏊(1600만 원), 경남 4㏊(700만 원)로 집계됐다.
공사는 태풍 매미 이후 2005년부터 펌프장 위치를 제방 이상으로 올려 짓도록 설계기준을 변경했지만, 2005년 이전에 설계된 ‘제방보다 낮은 펌프장’이 무려 638개에 달했다.
이중 현재까지 341개소의 높이를 올리는 사업을 완료했고, 현재 13개소에 대한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284개소가 제방보다 낮아 개선공사를 해야 하는 시설이다.
서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제방보다 낮게 설치된 펌프장에 대한 조속한 개선’을 촉구했고, 공사 측은 ‘조기 완료’를 약속했지만, 공사측은 2036년까지 15년에 걸쳐 개선을 완료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확인돼 답변과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 직무태만 지적을 받았다.
올 10월 기준 제방보다 낮은 펌프장은 지역별로 경남이 115개소로 가장 많고 충남 74, 경북 41, 전북 24, 전남 16, 충북 10, 경기 9, 대구 4, 강원 2, 부산과 세종이 각각 1개소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6일 고흥군 도덕면에 집중호우가 내리던 당시, 수문을 개방하지 않아 범람하면서 인근 농경지와 가옥 1채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공사 측은 수문 미개방으로 인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피해보상은 할 수 없다는 태도였으나, 김승남 의원실 조사 결과 침수 가옥에 대해 직원 11명이 사비를 걷어 비밀리에 보상한 것으로 파악돼 적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김 의원은 인사고과 불이익이나 소송을 우려해 무마시켜놓고도 ‘가옥 보상은 피해자가 안타까워 한 것일 뿐 책임은 없다’며 선을 긋고, 농경지 피해에 대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직원들의 사비 보상이 규정에 맞는지, 직원들 간에 강요나 압박은 없었는지, 일부 피해 가옥은 보상해주고 나머지 피해에 대해서는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는지 등 한국농어촌공사의 철저한 감사를 요구했다.
‘농지 임대수탁사업’이 농지투기에 악용되고 있는 점도 지적됐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농어촌공사가 농지 임대수탁사업을 통해 임대수탁한 농지는 6만675ha에 달한다.
이중 취득목적이 ‘농업경영’인 농지는 전체의 82%인 4만9940ha에 달하지만, 이 중 21.5%인 1만744ha가 취득 후 2년도 안돼 공사에 위탁해 ‘농사를 짓기 위해 농지를 구입했다’는 취득목적이 무색한 실정이다.
김 의원은 임대수탁사업이 수탁 가능 농지의 기한 제한이 없어 자경 목적으로 취득 후 단시일 내 한국농어촌공사에 위탁, 임대함으로써 농지법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사업 참여 조건을 농지취득 후 3년 이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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