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가상 화폐로 거래할 때 해킹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블록체인이 글로벌 IT 트렌드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 역시 이에 발맞춰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 행보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점유율이 높았던 한국 게임시장의 핵심 수익모델은 ‘페이투윈'(Pay to Win·P2W)’이었다. P2W 게임이란 '돈을 써야 이기는 게임'이다. 이용자가 돈을 쓸수록 캐릭터의 능력치가 높아지고, 좋은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다. 다만 올해 초 국내 게임업계를 강타한 ‘확률형 아이템’ 이슈 이후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P2W 모델에 대해 반발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새롭게 떠오른 개념이 바로 ‘플레이투언(Play to Earn·P2E)’이다.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이템을 다른 이용자에게 팔고 이를 코인 및 현금으로 교환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게 된다. 게임에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되면 이용자의 아이템 거래기록이 모두 고유의 값으로 관리된다. 아이템을 획득한 순간부터 처분할 때까지 모든 기록이 공개되기 때문에 투명한 거래가 가능하고 복제의 위험성도 없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블록체인 기술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중견 게임사 위메이드다. 과거 PC 온라인게임 ‘미르2’로 중국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위메이드는 현재 미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P2E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플레이할수록 돈을 벌 수 있는 게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동시접속자 100만 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용자는 게임 내 광물인 흑철을 채굴해 유틸리티 코인인 ‘드레이코’를 얻고 이를 매개로 위믹스 크레딧을 획득한다. 이를 거래소에서 암호화폐 위믹스로 교환하면 현금화할 수 있다. 사실상 게임 내에서 채굴이 이뤄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다음달에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기술이 적용된 게임 아이템도 유통할 예정이다. 특정 레벨 이상을 달성한 이용자들은 랜덤으로 NFT 아이템을 얻게 된다. 이를 다른 아이템과 결합해 가치를 높여 거래소에서 팔 수 있다.
위메이드는 지난 25일 블록체인 사업을 진행하던 자회사 위메이드트리와의 합병을 발표했다. 블록체인 사업을 직접 진행해 게임과 블록체인을 결합하기 위함이다. 위메이드는 미르4를 시작으로 자사가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을 P2E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위믹스는 글로벌 게이밍 블록체인이자, 게임의 기축통화가 될 기회를 맞고 있다”며 “내년 말까지 100개 게임을 위믹스 블록체인에 올리겠다”고 말했다.
P2E 모델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컴투스와 게임빌 역시 블록체인 기술에 활발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2일 컴투스는 NFT 기술 기반의 미국 디지털컬렉션 전문 기업 캔디 디지털의 시리즈A에 1000만 달러(약 12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캔디 디지털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스포츠 카드 등을 제작·유통하는 NFT 기업이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LB)과 내셔널풋볼리그(NFL),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메이저리그사커(MLS) 등 세계적 스포츠 리그의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있는 미국 기업 파나틱스와 글로벌 암호화폐 투자사 갤럭시 디지털 등이 함께 설립했다.
컴투스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하겠다고 밝힌 모회사 게임빌 또한 가상자산거래소 코인원의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NFT 등 블록체인 기술 기반 신사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2019년 모바일게임 ‘랜덤다이스’를 출시한 111% 역시 블록체인 게임 사업에 진출의사를 밝혔다. 신사업 추진을 통해 P2E 기반의 캐주얼게임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P2E 방식의 게임을 즐길 수 없다. 게임 규제 기관인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블록체인게임의 등급분류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미르4 역시 글로벌 버전이 아닌 국내버전에서는 ‘채굴’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국내 이용자들은 VPN을 통해 국가를 변경해서 글로벌 버전을 플레이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최소한 무엇이 문제가 되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하는지 가이드라인이라도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지금의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지 못하면 한국 게임산업은 또다시 뒤처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되는 문제제기에 게임위도 블록체인과 관련한 논의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은 지난 14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메타버스와 블록체인 등 게임 신기술에 대해 정부 대응이 늦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기술을 제도가 따라가기엔 항상 늦긴 늦다”며 “현재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가 연말에 나오니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해서 빠른 시간 내에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임업계에 정통한 정치권 관계자는 “물론 게임위와 업계 측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도 “결국 블록체인 기술을 게임을 비롯한 IT분야의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가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에 올바르게 뿌리내릴 수 있는 건강한 토양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최근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니 추후 긍정적인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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