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사가’의 일본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

‘그랑사가’의 일본 진출이 기대되는 이유

기사승인 2021-11-04 06:30:02
엔픽셀 '그랑사가'.   엔픽셀 제공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일본 서비스를 준비하는 엔픽셀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그랑사가’가 현지에서 사전등록 300만 명을 달성했다. 일본에 진출한 국내 게임 중 신규 IP(지식재산권)로는 가장 많은 수치다.

엔픽셀의 배봉건·정현호 공동대표는 앞서 넥서스게임즈(現 넷마블넥서스) 재직 시절 일본 시장에 ‘세븐나이츠’를 성공적으로 서비스한 경험이 있다. 그랑사가가 세븐나이츠의 뒤를 이어 일본 시장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엔픽셀은 오는 18일 일본시장에서 그랑사가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다. 엔픽셀은 지난 8월부터 서비스 준비에 속도를 높여왔다. 8월 현지 쇼케이스를 통해 ‘아마노 요시타카’, ‘시모무라 요코’ 등 일본 게임업계의 유명 인사와의 협업을 발표했으며 지난달에는 ‘도쿄게임쇼 2021’에 참가해 현지 성우진 160여 명이 참여한 일본어 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 ‘마카후시키’도 제작했다. 해당 광고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의 OST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일본 유명 록 밴드 'RADWIMPS(래드윔프스)'가 참여했다. 또한 ’너의 이름은‘의 카와무라 겐키 프로듀서가 기획을 담당했다.

레드윔프스가 참여한 애니메이션 ‘마카후시키’.   레드윔프스 유튜브

그랑사가는 게임업계에서 최단기간 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엔픽셀의 첫 타이틀이다. 이 게임은 MMORPG(대규모 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 장르에 미소녀 수집 요소를 더해 주목을 받았다. 또한 신규 IP(지식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IP 게임들과 경쟁해 구글 매출 3위에 오르는 등 인상적인 성적을 거둔 바 있다.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 일본 시장은 난공불락의 요새와 같았다. 한국 게임의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는 MMORPG는 일본 시장에서 주류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캐릭터 디자인과 스토리 라인을 중시하는 일본 이용자들은 국산게임을 박하게 평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16년 선보인 ‘세븐나이츠’가 일본 앱스토어 매출 3위를 달성한 게 한동안 최고 기록일 정도였다. 

그나마 최근 국내 게임사가 서브컬처(수려한 작화로 그려진 2D 미소녀 캐릭터, 풍부한 스토리를 기본 특징으로 한 장르)류 게임으로 일본시장에 도전장을 내긴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는 않은 상황이다. 

일본과 한국의 게이머의 성향은 차이가 큰 편이다. 서브컬처의 본고장인 일본 게임시장에는 ‘아이돌마스터’, ‘러브라이브’,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 전 세계 미소녀 게임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강자가 즐비하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이용자들의 눈높이도 높다. 어지간한 퀄리티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기류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는 ‘가디언 테일즈’,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등 국산 게임이 일본 시장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 테일즈의 경우 최근 일본 양대 마켓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역적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그랑사가는 일본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라며 “기본적인 본질은 MMORPG지만, 미형의 캐릭터와 탄탄한 스토리 등으로 서브컬처 콘텐츠도 풍성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2D LIVE가 적용된 그랑웨폰 '테오도라'의 일러스트.   사진=강한결 기자

그랑사가는 언리얼4 엔진을 활용한 3D 카툰렌더링(3D 그래픽을 이용해 만화와 같은 느낌을 주게 하는 기법) 그래픽을 활용했다. 최근 대부분의 MMORPG가 실사풍 그래픽을 채용한 것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선택이다. 다만 애니메이션 선호도가 높은 일본 이용자에게는 이러한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2D 일러스트의 퀄리티도 매우 높다. 라이브 2D가 적용된 일러스트는 수집욕구를 제대로 자극했다. 서브컬처 장르의 수집형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수준 높은 그래픽은 그랑사가만의 독창적 장비시스템과 만나 새로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그랑웨폰’은 의인화된 캐릭터가 플레이어의 무기로 활약하는 그랑사가만의 독창적인 시스템이다. 그랑웨폰에는 개별적인 서사 구조와 프로필이 존재한다. 제작진은 각각의 그랑웨폰에 풀보이스 더빙, 내러티브를 넣어 유저들이 애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의인화된 무기인 그랑웨폰을 오래 사용하면 인연도가 올라가는데, 단계적으로 특수한 음성과 프로필이 해금된다.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BGM 역시 '파이널 판타지 15'의 OST를 담당한 것으로 유명한 시모무라 요코가 참여하고, 도쿄 시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의 협업을 통해 제작된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엔픽셀 관계자는 “사운드 팀 구성원들의 열정이 매우 뛰어나다”며 “소리를 깎는 장인의 마인드로 항상 최고의 퀄리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픽셀의 수장인 배봉건·정현호 공동대표는 이미 세븐나이츠로 일본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일본 게이머들의 성향과 니즈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다.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그랑사가’를 통해 일본진출 성공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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